▲김태우
2004년 5월 25일은 내 인생에서 의미 있는 날로 기억될 것이다. '글쓰기의 첫번째 결과물'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날이기 때문이다. 퀵 서비스를 통해 배달된 따끈따끈한 '첫 번째 책'을 손에 들었다. 책 표지에 적혀 있는 내 이름이 너무나 생경해, 이게 정말 내 책이라는 게 한동안 믿어지지 않았다.
지난 2003년, 나는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내가 프로야구 선수였다면 2군에서조차도 후보 선수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내가 오를 봉우리를 어디로 정해야 하는지… 짙은 안개가 깔리는 깊은 숲 속에 홀로 남겨진 사람처럼 인생의 앞길이 막막하게 느껴졌다.
20대의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글쓰기'였다. 나는 글쓰기의 터널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기를 꿈꾸었다. '글쓰기만이 나의 길이 되어주리라' 그렇게 나는 믿었다. 만약 애당초 믿었던 신념이 없었다면 그렇게 혹독한 슬럼프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 길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짙은 안개의 엄습에 나는 어쩔 줄을 몰랐다.
나에겐 수많은 가능성이 있었지만 그 가능성 중 어느 것 하나 온전히 내 것이 되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가능성이 많다는 그 희망적인 상황마저 그 상황에서는 나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기는커녕 더욱 낙담하게 만들었다. 꿈 꿀 용기가 없는 가능성이란 그저 '불안한 미래'의 다른 이름일 뿐이었다.
나를 옭아매는 짙은 안개의 숲을 헤치고 나갈 돌파구가 필요했다. 나는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행방불명된 나'를 찾기 위해 나는 떠났다. 내가 알고 있던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혼자 떠났던 45일의 유럽 배낭 여행을 통해 나를 재발견할 수 있었고, 어떤 방식으로 인생을 살아가기를 원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