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우리 국토 독도김범태
오전 11시. 울릉도 저동항을 출발한지 3시간여만에 독도 선착장에 접안했다. 드디어 독도에 도착한 것이다. 이곳이 이 땅의 동쪽 끝이라는 생각과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우리 경비원과 부착물의 철수를 주장하는 일본의 망언이 교차되면서 그 소중함이 피부 깊숙이 전해져 왔다.
삽살개 '곰'과 '몽실'이가 일행을 환영했다. 지난 98년 삽살개보존회로부터 기증받아 독도경비대가 사육하고 있는 녀석들은 독도를 찾는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명물. 하지만 생태계 파괴와 관련한 환경부와 경북경찰청의 공방으로 한때는 '퇴출'위기까지 직면했었다. 처음에는 네 마리였지만 지금은 녀석 '부부'만이 금실을 과시하며 살고있다.
독도에 발을 딛자마자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풀 한포기, 돌 하나…. 어느 것 하나 소중하고 의미 없는 것이 없었다. 짜릿한 흥분과 감동이 온몸을 전율케 했다. 명치 끝 저 어느 언저리에선가 '찡'하고 올라오는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실로 월드컵 이후 최고의 감동이었다.
경비초소와 등대까지 약 100m 가량의 가파른 절벽을 오르내리도록 만든 계단을 오르며, 과거 이같은 수고를 감당해준 보이지 않는 어느 손길들에 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우러나왔다. 계단은 직선거리로 300m는 족히 돼 보였다.
이내 휴대폰을 꺼내들어 사랑하는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바다 건너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려온다. 분명 우리 땅이다. 후배 녀석에겐 독도상륙 문자메시지를 날려줬다. 평소 같으면 하찮고 일상적인 행동이었지만, 독도에서의 한 순간 한 순간은 그 자체가 '기념비적 사건'이었다.
오후 12시30분. 1시간30분 정도의 그리 길지 않은 체류시간동안 곳곳을 살피고 누비며 우리 땅 대한민국 독도를 흠씬 품었다. 그리고 내 조국에 감사했다. 욕심만큼 오래 머무를 수는 없었지만, 언제일지 모를 다음을 기약하며 독도경비대원들의 배웅 속에 다시 배에 올랐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울릉도로 향하는 길. 독도로 향하며 설렘으로 가득했던 배안은 돌아오는 길에선 흥분으로 충만했다. 조금은 피곤한 뱃길에 지칠법도 한데 일행의 얼굴은 여전히 상기되어 있었다.
스쿠버 장비를 이용해 독도 주변의 오염실태를 파악하는 열정을 보였던 김해일 대표는 "독도 주변 바다밑은 깨끗하고 아름다웠다"며 공해로 찌들고 있다는 항간의 소문을 일축했다. 그는 현재 독도에 설치되어 있는 유류발전시스템을 앞으로 태양열과 풍열 에너지시스템으로 교체, 환경오염과 에너지 절약을 이끌어내겠다는 포부를 덧붙였다.
독도유인도화운동본부 황백현 박사는 "무인도인 암석이 배타적 경제수역의 기점이 될 수 없다는 논리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법상 무인도로 규정되어 있는 독도를 명실상부한 유인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규정 독도향우회 고문은 "일본은 지금까지 국제무대에서 꾸준히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공을 들여 로비를 해왔다"고 지적하며 "50년 전 독도의용수비대가 온 몸으로 독도를 수호했다면, 이제는 우리가 법적으로 지켜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에서 온 주부 손영주씨는 "오늘에야 고향을 밟을 수 있었다"며 흐뭇해했다. 그녀는 지난 97년 독도를 지키기 위해 범국민적 독도 호적옮기기운동이 펼쳐지고 있다는 소식에 남편과 함께 즉시 호적을 옮긴 열혈주부. '북받치는 감격'이라는 말로 뿌듯한 가슴을 표현했다.
독도공사 사무처장 정세창씨도 "사진이나 그림으로 보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며 "독도에 반했다"고 감격해했다. 정씨는 "이토록 아름다운지 몰랐다"면서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기억이 될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독도가 시야에서 사라질 무렵, 저토록 아름답고 소중한 우리 땅을 한일협정에 걸림돌이 된다며 '폭파해 버리자'고 주장했다던 한 정치인의 망발이 뇌리를 스쳤다. 그가 이 섬을 단 한 번이라도 밟았더라면 그런 끔찍한 역사인식은 갖지 않았으리라.
▲경계근무 중인 독도경비대원김범태
하지만 아쉬움도 많으니, 여전히 독도는 자국민에게조차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섬이라는 점이다. 오히려 해외여행이 더 쉽고 편한 세상이다. 물론 지역적 특수성이 있다손 치더라도 현재의 까다롭고 복잡한 입도 절차를 보다 간편화하는 등 독도는 우리 국민들에게 지금보다는 더 쉽고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일본 관리가 독도 망언을 할 때마다 시민단체들은 경쟁이나 하듯 일본대사관이나 탑골공원에 모여 규탄시위를 하지만 2~3일 후면 그 열기는 냄비처럼 식어버리기 일쑤고, 정부의 반복적이고 미온적인 대처에 가슴 답답해한다.
과거 '안보교육'이라는 명목으로 DMZ, 통일전망대, 심지어는 이승복 기념관까지 마치 정례화된 코스처럼 찾아다녔던 우리였다. 이제는 시선을 조금만 돌려 국민들이 직접 독도를 보고 느끼고 밟아보고 체험하며, 왜 일본이 주기적으로 망언을 일삼는지, 국제분쟁지역의 오명에 처한 독도를 국제법상 확실한 대한민국 영토로 응고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상투적이긴 하나, '독도의 날' 등을 제정해 보다 많은 국민들이 독도사랑을 몸소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더 나아가 독도수호를 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정부와 시민단체간의 공동노력도 필요하다. 그것이 '홀로 섬' 독도를 홀로 두지 않는 첫 걸음이 될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 | 독도는 국제법상 '무인도'... 경제생활 영위 인구 없어 | | | EEZ 기점 공인 위해선 명실상부한 '유인도' 되어야 | | | |
| | | ▲ 독도의 우편번호 | |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그리고 현재 실효 지배적으로 보더라도 대한민국 영토가 분명하다. 그런데 왜 일본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기네 땅이라는 망언을 계속하는가? 우리 정부는 왜 독도를 국경선으로 하여 배타적 경제수역(EEZ. 영해 밖으로 해안기선으로부터 200해리 안에 설정된 수역)의 기점으로 삼지 못할까?
그 이유는 독도가 현재 국제법상 무인도이기 때문이다. 무인도는 배타적 경제수역의 기점이 될 수 없다. 독도에는 현재 우리 경찰이 주둔하고 있고 독도등대수가 상주하고 있어도, 섬 자체에서 경제활동이 일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법적 무인도'이다. 국제법상 '유인도'는 경제생활을 영위하는 자연인구가 2가구 이상 거주해야 한다.
이같은 근거는 지난 1994년 발효된 신 유엔해양법 제121조 섬 조항 제3항에 기인한다. 이 조항은 '인간이 거주할 수 없거나 그 자체의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암석은 배타적 경제수역과 대륙붕을 가지지 않는다'고 되어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민단체들은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독도의 '유인도화'를 제시한다. 무인도인 암석이 배타적 경제수역의 기점이 될 수 없다는 논리를 극복하기 위해 독도를 국제법상 명실상부한 유인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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