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명 하청노동자들은 필요 없다?

전남대 병원의 '이상한' 도급업체 바꾸기

등록 2004.05.31 09:50수정 2004.05.3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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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명의 조합원의 고용약속을 촉구하는 하청노동자들
43명의 조합원의 고용약속을 촉구하는 하청노동자들이용길
국민들의 세금으로 만들어졌고 운영되고 있는 국립대병원인 전남대병원(병원장 황태주) 하청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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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대병원 하청노조 파업 돌입

1년에 한번씩 도급업체가 바뀔 때마다 가슴 졸이던 43명의 기계실 하청노동자(보건의료노조 전남대병원 하청지부. 지부장 강신원)들의 집단해고가 끝내 현실로 나타난 것.

현재 도급업체인 한남개발(대표 오시열)은 5월 31일자로 폐업을 예고하면서 재계약을 포기한 상태다. 전남대병원은 지난 5월 22일 다른 업체를 선정해 버렸다. 물론 새롭게 도급을 맡은 (주)전일설비(대표 정석우)는 기존 노동자들을 재고용 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하청지부가 전면파업에 나서자, 전남대 병원은 담화문을 통해, "시설관리 등 특수분야의 전문기업 위탁관리는 일반적인 추세이며, 경영의 효율화를 위한 방안"이라면서 "신규업체에 기존근로자를 우선 채용하여 줄 것을 계약조건에 담아 고용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병원은 담화문을 통해 "도급업체의 인사, 경영이나 노사문제에 병원이 직접 개입할 수 없다"는 전혀 상반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과연 병원은 그들의 주장대로 재고용 의무가 없을까?

병원의 주장에 대해 보건의료노조 전남대병원 하청지부 강신원 지부장은 "고용안정을 위해 노력한다면서도 병원이 직접 개입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면서, "전남대학교병원의 그런 이중적인 태도는 도급계약을 빌미로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93년 특수법인 전환 후 10년 넘게 계속된 각종 용역, 도급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업체들이 바뀌었지만, 이번처럼 기존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바뀐 적은 없었다"는 것이 강 지부장의 설명이다. 병원측의 '노조파괴의도'가 아니면 그간의 용역 또는 도급 관행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

하청지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체불임금 부분에서도 확인된다. 97년부터 7년간이나 기계부 용역과 도급을 독식하였던 한남개발의 경우 최근 문제된 체불임금만 2억7천만원. 조합원 1인당 628만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조합원 월 평균임금이 92만원 정도인 점을 감안할 때 1인당 6개월치의 월급이 체불된 셈이 된다. 노조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관계기관이 호소하기도 했다.


하청지부는 현재 도급의 '불법성'에 대해서도 관계기관에 조사를 촉구하였다. 병원 간부들의 직접적인 지시와 간호사 등 병원직원들로부터 협조요구를 받고 업무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사실상의 업무관계를 그 근거로 제시하였다.

하청 노조의 그러한 투쟁에 전남대병원은 불편한 심기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지난 1년여 동안 전남대병원내에는 "하청 노조원들을 전부 내쫓고 다른 업체로 바꾸겠다"말이 끊임없이 나왔다는 게, 전남대 하청지부 조합원들의 한결 같은 설명이다.

하청 조합원은 시민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이렇게 호소한다.

"새벽부터 나와서 오후 5시까지 일해도 특근 빼면 1달 월급 겨우 55만원입니다. 그리고 가족 생계비를 책임져야 할 남자 월급이 겨우 60, 70만원입니다. 그런데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공기관이 43명의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몰 음모를 꾸미고 있으니 정말 어처구니 없습니다. 국민들의 피와 땀을 짜내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란 말입니까? 피눈물 나는 우리 하청 노동자들 투쟁에 함께 해 주십시오! 인간으로서 인간 대접받고 사는 평등 사회 만드는데 용기를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투쟁에 승리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전남대학교병원의 횡포를 형상화한 퍼포먼스
전남대학교병원의 횡포를 형상화한 퍼포먼스이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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