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30

잠시만 이렇게 있어줘요! (8)

등록 2004.05.31 12:24수정 2004.05.3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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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네! 무림천자성 놈들 하는 짓거리를 보게 안하무인이 따로 없네. 우리 힘이 세다면 그놈들이 그러겠나?”
“그러게 말이네. 흐음! 난 마음 먹었네.”

“무슨 마음?”
“제세활빈단에 지원하기로…!”


“그으래? 그럼 나도 한 번 나서볼까?”
“아서게. 자네같이 빈약한 사람이 어찌…?”

“뭐? 빈약? 이 사람이… 내 근육 한번 볼 텐가? 자, 보게 내 배에 선명한 이 왕(王)자를…”
“크크! 그게 근육이라고? 크크! 요즘엔 삼겹살이 접혀 생긴 자국도 왕자라고 하나? 크크크!”

“하하! 그러게 말일세.”
“뭐라고? 이게 삼겹살이라고? 이런 젠장! 이봐 웃통 벗어.”

“뭐? 웃통을 벗으라고? 왜?”
“왜긴 왜야. 나하고 한판 붙어보자는 거지.”

“뭐라고? 하하! 하하하!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해야지. 자넨 일곱 살 이후로 누군가와 싸워 이겨본 적 있나?”
“어, 없지.”


“크크! 어제는 아이들한테 밀려 넘어진 것 가지고 질질 짜더니… 에라, 이 바보야!”

저잣거리마다 붙어있는 방 때문에 선무곡은 온통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이 웅성거리는 곳은 장로원이었다.


자신들을 제외한 것이 영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하여 곡주는 전 제자들을 풀어 제세활빈단을 색출함과 동시에 어떤 의도로 이런 방을 붙였는지 즉각 조사하라 의결했다. 그러나 일흔서생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할 일이 태산 같으므로 별다른 죄를 지은 바 없는 제세활빈단을 조사하는데 인력을 소모하지 않겠다고 하였던 것이다.

그러는 가운에 곡도들 가운데 500여 명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그들의 실종은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이 바로 실미산 지저 동굴을 가득 메우고 있던 영웅들이었다.

바야흐로 일대 변혁의 바람이 불어올 것만 같은 조짐이 있었지만 이를 감지한 자는 극히 드물었다. 특히 장로원에는 아무도 없었다. 방이 나붙고 몇 달이나 지났는데 아무런 변고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늘 하던 대로 당리당략을 앞세운 정쟁을 일삼았고, 부정부패에 깊숙이 연루되어 사리사욕을 채우기에 급급하였다. 그것을 감추기 위해서 그들이 한 일이라곤 신임곡주를 흔드는 일이었다. 민생은 제쳐두고 곡주 선출과정에서 사용된 은자를 빌미로 왈가왈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한 마디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살인을 저지른 자가 겨우 욕 한 번 했다는 이유로 목숨을 거둬야 한다면서 방방 뜨는 것과 같다.

신임 곡주를 뽑기 위한 유세(遊說)를 할 때 청죽수사 진영이 사용한 은자는 대략 200만 냥 정도 된다고 한다. 이것은 겉으로 드러난 액수일 뿐 실제로는 얼마나 많은지 아무도 모른다. 소문에 의하면 가늠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할지 모른다고 하였다.

이에 반해 일흔서생 진영이 사용한 은자는 불과 20만 냥 정도이다. 청죽수사 진영이 열 배나 많은 은자를 쓴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금액의 대부분이 부정한 것이라는 것이다. 당시에는 누가 봐도 청죽수사가 차기 곡주가 될 것이 확실하던 때였다. 그래서 일흔서생이 차기곡주가 될지 모른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정신나간 사람 취급을 했었다.

이때 청죽수사 진영에 있던 장로가 은밀히 선무곡의 장사치들을 불러모았다. 그리고는 유세를 다니려면 많은 자금이 필요한데, 순순히 협찬하면 곡주가 된 이후 뒤를 봐줄 것이라 하였다.

이 말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만일 은자를 내놓지 않으면 곡주가 된 후 망하게 하겠다는 협박과 다름 없었다. 하여 장사치들은 눈물을 머금고라도 은자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청죽수사는 곡주 될 확률이 9할9푼9리였고, 유세를 다니다가도 마음에 들이 않으면 창자를 뽑아버린다는 말을 서슴지 않던 자였다. 그렇기에 후환이 두려워 울며 겨자 먹기로 내놓은 것이다. 이렇게 거둬들인 것 가운데 겉으로 드러난 것만 200만 냥이다. 얼마나 더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아 아무도 모른다.

장사치들은 일흔서생 진영에도 적은 금액이지만 은자를 제공했다. 한쪽만 주었다가 혹시라도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입막음으로 보낸 것이다.

어쨌거나 요즘 자신들이 사용한 것의 십 분의 일도 되지 않는 것을 꼬투리 삼아 연일 곡주를 뒤흔드는 것이 선무곡 장로들이 하는 일이었다. 이 외에 한 일이 있다면 곡주가 물러가라고 의결하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한심한 인간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 인간도 아니다. 개만도 못한 종자들이라는 말이 딱 맞다고 할 것이다.

비분강개한 어떤 사람들은 이런 장로들을 저잣거리 한복판에 끌어내어 개 패듯 패서 죽인 뒤 오마분시(吳馬分屍)하고, 육장(肉醬)을 담가 개의 먹이로 줘야 한다고 하였다. 뿐만 아니라 구족(九族)을 몰살시키고 모든 재산을 몰수해야 할 것이라 하였다.

이런 마음을 품은 자는 많았으나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이러한 때 제세활빈단에서 장로들을 제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과연 어떤 결말이 빚어질지 예측불허인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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