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도 여자를 차별한다?

[클릭! 이주의 신간들] <흡연 여성 잔혹사> 등

등록 2004.06.01 16:48수정 2004.06.0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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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 여성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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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진닷컴

지금까지 담배를 피우는데 남녀의 차별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해본 적이 없다. 왜냐? 나는 비흡연여성 때문이다.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서 흡연 여성들이 어떤 생각을 하면서 흡연을 하는지, 담배를 피우기 위해 어떤 눈물겨운(?) 노력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흡연 여성이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떤 사회적 불이익을 당해왔는지 모르는 것 역시 당연했다.

나는 그저 담배는 백해무익하므로 가급적이면 피우지 않는 것이 좋고, 피운다면 끊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었다. 그런 내게 흡연 여성에 대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 한 권 발간되었다.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은 <흡연 여성 잔혹사>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많은 여자들이 베란다에서, 카페에서, 골방에서, 화장실에서, 부엌에서 숨어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물론 공공연하게 거리에서 흡연을 하는 여성도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여성 흡연에 대한 차별과 금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개인의 흡연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흡연 여성 전체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라고 하는 편이 맞을 듯하다. 여성흡연의 역사부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흡연이 어떤 형태로 억압당하고 차별당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시사저널 편집장이었던 서명숙이 썼으며, 웅진닷컴에서 펴냈다.

모든 책은 헌책이다
- 함께살기 최종규의 헌책방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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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물코

최종규는 헌책방에 관한 한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다. 그처럼 어디에 가면 어느 골목에 어떤 헌책방이 자리를 잡고 있는지 많이 아는 사람이 또 있을까? 헌책방만 많이 안다고 해서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 바탕에는 헌책방에 대한 깊은 애정이 깔려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전문가로 자리매김하는 데 손색이 없다.

헌책방에 쌓인 책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고,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헤아리면서 그는 헌책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그것을 혼자만 간직하는 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전파한다. 그가 있음으로 헌책방은 헌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의 흔적이 물씬 묻어나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가 이런 헌책방 사랑을 모으고 모아 제법 두툼한 한권의 책으로 펴냈다. <모든 책은 헌책이다>가 바로 그것. 이 책에는 그의 헌책, 헌책방 사랑이 책장 사이사이에 잔뜩 배어 있다. 그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알려주는 헌책방 소식을 들어보자. 아마도 새로운 경험이 시작될 것이다. 책장을 덮자마자 최종규처럼 <헌책방 순례>를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

최종규는 한글 사랑도 남달라 한글학회가 주는 한글공로상도 받기도 했다. 그물코에서 펴냈다.

우연히 만나 새로 사귄 풍경
- 이지누의 우리땅 밟기 첫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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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터

책을 다 읽고 덮으니 책의 뒷표지에 써 있는 글이 눈에 들어온다.

'이토록 정갈한 사진과 깊은 사유로 담금질한 기행산문집을 읽어본 적이 있는가?'

한 문장으로 이 책을 잘도 설명했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처음에는 특이한 여운을 남기는 흑백사진에 이끌려 책을 펼쳤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내용에 마음이 끌려들어가기 시작했다.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써놓은 글에 마음이 서서히 빨아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 글 쓰는 솜씨가 변변치 못하다는 겸손을 부렸지만 저자가 <우연히 만나 새로 사귄 풍경>에 대해 담담히 털어놓는 이야기의 어투에서 만만치 않은 내공이 느껴졌다.

이제는 퇴락한 건물만이 남아 옛 흔적을 보여주는 곰소염전을 시작으로 이지누의 사유 깊은 여행은 시작된다. 줄포를 지나 해창 갯벌, 모항을 따라 가는 저자의 발걸음은 길에 흔적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그의 길을 뒤따라가 그의 의식 세계를 엿보는 독자에게 깊은 흔적을 남기는 것 같다. 그의 여행길을 마음을 비우고 따라가 보자.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텅 비었던 마음이 흡족하게 채워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읽는 틈틈이 사진을 보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다. 이지누가 글도 쓰고 사진도 찍었다. 샘터에서 펴냈다.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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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진출판

생태적인 삶, 친환경적인 삶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것을 실천하고자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는가? 생각을 했으나 도시에서 살면서 그것을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치부해버리고 말았다고?

박경화가 쓴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은 굳이 자연을 찾아가지 않더라도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물론 저자의 체험과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들이다. 저자는 쉽고 간단하게 생태적 삶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실천이 어렵다는 게 내 생각이다. 생태적 삶을 실천하려면 무엇보다도 부지런해야 하기 때문이다.

패스트 푸드보다는 슬로우 푸드를 만드는 데 시간과 노력이 더 드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합성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빨래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생태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하는 책이다. 그렇지 않으면 실천은 아주 요원하다.

점점 더 오염도가 심해지는 지구에서 건강하게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읽어두는 게 좋다. 쉽지 않겠지만 실천하면 더 좋다. 명진출판에서 펴냈다.


길 위에 서자 비로소 내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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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름

서른 살의 남자 김태우가 45일간의 유럽 배낭 여행을 떠났다. 그가 여행을 떠난 이유는 '행방불명된 자신을 찾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여행에서 돌아온 그는 '잃어버린 나'를 찾아왔다며 여행을 갈무리한 한권의 책을 펴냈다.

여행을 떠나는 건 새로운 경험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라면 그는 유럽 여행지에서 상당히 많은 새로운 경험을 했다. 아주 뻔뻔한 도둑을 만나 카메라 잭만 도둑맞고, 생전 처음 만난 사람들과 함께 노숙을 하면서 배낭을 도둑맞을까봐 전전긍긍하고, 니스의 해변에서 만난 사람들과 비치볼로 신나게 족구를 하기도 했다. 그가 여행을 하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행기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태우의 유럽 여행기는 오마이뉴스에 연재되었으며, 그는 현재 오마이뉴스에 <태우의 뷰파인더>를 연재중이다. 거름에서 펴냈다.

그밖에 소개하고 싶은 신간들

<더 컬러 퍼플> - 한빛문화사
앨리스 워커(안정효 옮김)

<한국인의 화> - 휴머니스트
김열규 지음

<철의 시대> - 들녘
존 쿳시 장편소설(왕은철 옮김)

<솔로몬의 노래> - 들녘
토니 모리슨 장편소설(김선형 옮김)

<베토벤의 머리카락> - 지호
러셀 마틴 지음(문명식 옮김)

<티베트 마법의 서> 티베트 밀교와 주술세계 - 르네상스
알렉산드라 다비드 넬 지음(김은주 옮김)

고운에서 효당까지 <역사 속의 우리 다인> - 이른아침
천병식 지음

<벌들의 비밀생활> - 문학세계사
수 몽 키드 장편소설(최필원 옮김)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행복한 물리학자 파인만에게 듣는 학문과 인생이야기 - 세종서적
레너드 믈로디노프 지음(정영목 옮김)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 달팽이
사티쉬 쿠마르 지음(정도윤 옮김)

흡연 여성 잔혹사

서명숙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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