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 영정화백 친일 논란'...공은 문광부로

천안시, 문광부 영정심의위에 결정 의뢰

등록 2004.06.02 14:32수정 2004.06.0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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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순 열사 새 영정의 제작을 맡은 장우성 화백의 친일논란이 불식될 수 있을까? 공은 일단 문화관광부로 넘어갔다.

천안시 사적관리소(소장 안대진)는 유관순 열사 새 영정의 제작을 맡은 장우성(92) 화백의 친일논란이 지난 3·1절을 앞두고 언론보도를 통해 제기되자 영정 제작을 잠정 중단하고 관련단체의 의견을 수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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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 6월 중순경 표준영정 심의

장우성 화백이 지난 1986년 제작해 현재 추모각에 봉안돼 있는 유관순 열사 영정.
장우성 화백이 지난 1986년 제작해 현재 추모각에 봉안돼 있는 유관순 열사 영정.
민족문제연구소는 지난 3월 16일 사적관리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친일단체 가입 경력이 확실한 장우성 화백에게 영정 재제작을 의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작가 선정 제고를 요청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장 화백의 친일행적으로 친일미술 단체인 '조선미술전람회'에 참여, 다수 입상하고 총독부 정보과와 '국민총력조선연맹'이 후원한 '반도총후미술전람회'에 초대작가로 참여한 점을 거론했다.

하지만 장우성 화백은 친일혐의를 일체 부인했다. 장우성 화백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월전미술관측은 장 화백이 반도총후미술전에 작품을 출품하지 못했으며 현재 추모각에 봉안된 유 열사의 영정이 본래 얼굴과 다른 것도 영정 제작 당시 제공된 옥중 사진에 근거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월전미술관측은 장 화백이 친일미술인이었다면 우리나라 최고의 '금관문화훈장'을 위시한 많은 상훈들이 수여됐겠느냐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사적관리소는 두 단체의 의견서가 첨예하게 엇갈리자 장 화백의 교체 여부를 결정 짓지 못한 채 장 화백의 친일논란에 대한 의견서를 첨부, 최근 문화관광부 동상·영정심의위원회(위원장 안희준)에 표준영정 채택 여부를 안건으로 제출했다.

사적관리소 김영석 관리담당은 "친일혐의에 대한 뚜렷한 물증이 없고 일반인의 시각에서 판단하기가 어려웠다"며 "6월 셋째주쯤 열릴 영정심의위의 결정을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정 제작이 재개된 것이냐는 지적에 김영석 담당은 "중단 당시 영정은 액자제작만 남겨 놓은 상태로 사실상 완성단계였다"고 말했다.

문화관광부 동상·영정심의위원회 업무를 맡고 있는 유향복 담당자는 "심의결과 표준영정으로 채택되지 못하는 영정도 있다"며 "심의위원들도 장 화백의 친일논란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우성 화백, 유 열사 영정 2차례나 제작

1912년 경기도 여주군 홍천면 외사리에서 출생한 장우성 화백은 18세 때 이당 김은호의 문하로 한국화에 입문, 평생을 한국화에 헌신한 근대 한국화의 산증인으로 꼽힌다. 전통적인 문인화의 격조를 현대적으로 변용시켜 새로운 한국화의 경지를 개척했다는 평.

영정 제작에도 뛰어나 아산 현충사와 정읍 충렬사의 이충무공 영정, 경주 남산의 김유신 장군 영정, 예산 충의사의 윤봉길 의사 영정 등이 모두 장우성 화백이 제작해 봉안한 영정들이다. 다음 달 영정심의위의 심의결과는 이들 영정들의 존폐 여부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달 16일 류관순열사기념사업회, 이화여고총동창회, 천안대유관순연구소, 류관순열사 유족대표 등 4개단체는 "장우성 화백의 친일논란이 매듭된 다음 영정봉안 여부를 결정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서를 공동명의로 사적관리소에 보냈다.

작년 12월 사적관리소는 시비 5000만원, 도비 5000만원 등 총 1억원의 제작비를 투입, 유 열사의 표준영정을 다시 제작키로 결정하고 장우성 화백과 계약을 체결했다. 장 화백은 현재 추모각에 봉안된 영정도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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