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문화의 숨통을 트는 대안공간 '숨'

젊은 예술가들의 문화 대안공간 '숨' 탐방기

등록 2004.06.02 15:37수정 2004.06.0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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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부산 진구 범천동에 위치한 대안공간 '숨'(2층)

부산 진구 범천동에 위치한 대안공간 '숨'(2층) ⓒ 정연우

대안 공간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대안공간은 1969년 뉴욕의 그린 스트리트 98번지와 112번지 그리고 애플 스트리트 98번지에 최초로 등장한, 미술가들을 위해 그리고 미술가들에 의해 운영되는 소규모 비영리조직을 뜻한다.

이후 80년대를 거치면서 보다 더 자유로운 공간으로 확산되었으며 진보적인 미술 문화의 핵으로 발전한 새로운 개념의 갤러리 문화이다. 부산의 대안공간으로서 이제 막 숨통을 튼 대안공간 '숨'을 찾아가 그들의 문화를 들여다보았다...<필자 주>



a 이곳에서는 고인이 된 건물주인의 유작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고인이 된 건물주인의 유작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 정연우


부산진구 범천동에 위치한 대안공간 '숨'.

젊은 예술가들의 문화적 실험이 펼쳐지는 이곳은 예상과는 다르게 아주 낡고 오래된 건물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들은 건물 2층과 3층에서 전시도 하고 작업도 하며 색다른 실험을 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곳을 우연히 찾은 일반인들이 작가들과 자연스레 대화하는 모습도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이 전에 호프집이었던 이 곳을 현재 젊은 예술가들이 작업과 전시의 공간으로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이곳의 특징은 입구가 좁고 어둡지만 탐험하듯 조심스레 올라가면 기존의 갤러리에서 볼 수 없는 자유로움과 파격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a 고 이영택씨의 작품

고 이영택씨의 작품 ⓒ 정연우


이날 '숨'에선 고 이영택씨의 유작이 전시 중이었다.

그런데 고인이 된 작가는 바로 대안공간 '숨'에게 좋은 조건으로 건물을 임대해준 인물이기도 했다. 본격적인 작가는 아니지만 생활과 작업을 꾸준히 병행해 오던 고인은 불행하게도 작업 도중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우연곡절을 겪은 그림들은 '숨'의 예술가들이 살고 있는 이곳에서 전시되고 있었던 것이다.


'숨'에는 전시공간뿐만 아니라 소통의 공간도 있다.

전시공간 바로 옆에 위치한 소통의 공간인 이곳은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어 고급 커피숍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진짜 커피숍이 아니라 자유로운 문화교류를 위해 누구든지 와서 무료로 음료를 즐기고 자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다.


오후에 젊은 음악가들이 나와 직접 선곡한 음악을 들려주기 시작하자 공간에 활기가 넘치기 시작했다.

a 전시장 바로 옆에는 이렇게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하게 자리잡고 있다.

전시장 바로 옆에는 이렇게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하게 자리잡고 있다. ⓒ 정연우

'숨'의 사무를 보고 있는 차재근 작가는 일반인들도 특이한 분위기와 음악에 이끌려 종종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물론 일반인들이 오는 것에 대해 작가들은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일반인들과 작가들이 자리를 함께 하고 이내 그들은 문화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다.

a 숨의 내부 공간(녹색벽은 주로 사진 작업에 많이 쓰인다고 한다)

숨의 내부 공간(녹색벽은 주로 사진 작업에 많이 쓰인다고 한다) ⓒ 정연우

반면 낡고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것도 이곳에선 하나의 문화적 체험이다. 3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계단에 그려진 그림을 구경하다보면 힘들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또한 이곳 화장실도 기존 갤러리에서 볼 수 없는 작가들의 콜라주(종이나 잡지를 오려붙이는 미술기법)로 꾸며져 있다.

대안공간 '숨'의 작업실이기도 하면서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 3층이다. 이곳에서 현재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 중 한사람인 조종성(29)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했지만 옷이라는 소재에 사람의 생각과 성향을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a 3층는 현재 2명의 작가들이 작업하는 공간으로 쓰고 있다.

3층는 현재 2명의 작가들이 작업하는 공간으로 쓰고 있다. ⓒ 정연우

조씨는 대안공간 '숨'에 대해 "예전에 있던 작업실은 사무적인 공간이라 아주 답답했다"며 "이곳에 오니 여러 작가들이 함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작업을 할 수 있고 예술에 대한 교류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어 아주 좋다"고 전했다. 3층은 조종성씨 말고도 구체관절인형을 제작하고 퍼포먼스를 하는 이도훈씨도 함께 쓰고 있다.

3층은 이 건물 옥상과 통하는 유일한 공간이기도 한데 조만간 옥상에 사람 형태의 조각상이 전시될 예정이라 한다.

a 대안공간 숨은 누구든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대안공간 숨은 누구든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 정연우

숨, 기존 문화계의 틀을 깨다

문화소통단체이자 대안공간인 '숨'의 대표인 류성효씨는 "이제 문을 연지 한 달도 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오픈된 형태의 다양한 실험을 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류씨는 "기존의 갤러리와 차별화를 유도하면서 '숨'만의 인지도를 쌓아갈 수 있는 선명한 색 만들기 작업을 앞으로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들의 그림 전시는 물론 다큐멘터리 영상이나 사진 등 모든 문화적 작업들을 기획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대안공간 '숨'.

아직 오픈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기존 갤러리에서 볼 수 없는 파격적 실험 정신을 추구하는 '숨'은 현재 여러 가지 문화적 가능성을 시험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숨'은 부산의 인디문화를 총정리한 가이드 형식의 책을 조만간 출간할 계획이며, 부산 비주류 문화의 발굴과 선전을 통해 부산 문화가 앞으로 한층 더 풍성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한다.

a 대안공간 숨은 자연광에 변화에 따라 아름다운 색깔을 연출하기도 한다.

대안공간 숨은 자연광에 변화에 따라 아름다운 색깔을 연출하기도 한다. ⓒ 정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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