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던 필자는 요즘 한 방송의 사극에 빠져들게 되었다. <장길산> 이다.
'조선 숙종 때 해서(海西)지방의 구월산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활동한 도둑의 우두머리. 본래 광대 출신이나 도당을 모아 1687년(숙종 13년)경부터 여러 도에서 세력을 늘리며 활동하였다. 장길산 사건은 17세기 이후 어려워진 사회조건 속에서 기층민인 서얼ㆍ승려ㆍ농민 등이 결합하여 새로운 왕조를 창립하려고 한 모반사건의 하나였다.'(네이버 백과사전)
물론, 고수들의 대결장면 등과 같은 흥미위주의 영상에도 끌리지만, 주인공 장길산이 바라보는 그 당시의 조선에 대한 시각이 현재와 너무 일치하다는 사실 때문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어느 날 소년 장길산은 여동생 봉순이를 구출하기 위해 양반 댁에 잠입한다. 노비신분으로 탈출을 시도하려 했던 여자 노비는, 양반 주인에게 겁탈을 당한 후, 죽게 되고 그녀를 사랑했던 남자 노비는 주인에게 심한 매질을 당해 광에 갇히게 된다. 장길산은 남자 노예를 풀어주고, 자신도 여동생을 찾아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봉순이의 목각인형 때문에 양반도령에게 붙들려 '목검결투'를 벌이게 된다. 검법에 숙련된 양반도령에게 질 수밖에 없었던 장길산은 봉순이를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다음과 같이 울부짖는다.
"아버지! 도대체 양반은 뭐고, 노비는 뭐예요? 아버지 왜 우리는 이렇게 당하고만 있어야 하나요?"
민주노동당. '자본주의사회의 질곡을 극복하고, 민족 통일국가를 건설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2000년 1월 30일 출범했다. 노동자ㆍ농민ㆍ영세상공인ㆍ도시빈민의 정당이자 여성ㆍ장애우ㆍ청년ㆍ학생 및 양심적인 지식인의 정당을 표방한다. 즉 땀 흘려 일하는 모든 사람들,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ㆍ억압으로 고통 받는 모든 사람들이 주인으로서, 당은 이들을 위해 존재한다.’(네이버 백과사전)
지난 4ㆍ15총선에서의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은 한국정치사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그것도 전국적으로 13%의 고른 지지율을 획득했다는 점에서 진보정당의 출현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기대가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구 사회운동의 중심 분열선이었던 노동과 자본간의 갈등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은 한국사회에서 단 한번도 없었던 계급갈등에 대한 해결의 장이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어디 '진보정당 50년'만의 일이겠는가? 반만년의 역사 중 단 한번이라도 서민층의 이익이 정당하게 대변된 일이 있었는가?
민주노동당과 장길산, 분명히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약 300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차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계급갈등구조가 만연돼 있다. 물론 장길산은 끝까지 의적생활을 하며 사회체제에 대한 간접적인 도전에 머물렀지만, 민주노동당은 사회의 중심으로 진입했다는 차이는 존재한다. 쉽게 표현하자면, 민주노동당은 장길산이 과거 급제하여 조선의 고급관료가 된 격이다.
특히 가족의 동반자살, 실업률 증가, 고물가 등이 지속되고 있는 경기불황은 서민의 삶을 옥죄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은 이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엄청난 기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유럽의 대안정당이었던 좌파-해방주의 당들의 성장과정에서 보여지듯 진보정당의 경우 사회적 지지 뿐 아니라, 내부적 역량과 전략이 성패를 가름하는 주요한 요인이다. 앞으로의 의정활동에서 민주노동당은 다른 정당보다 더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을 것이며, 작은 실수라도 발생한다면 “그럴 줄 알았다...”, “정치가 무슨 노동운동이냐?”등의 비판을 받을 것임이 분명하다.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 이후,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있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노동당을 원내로 진출시켜 준 국민의 의사는 원내 진출에 상관없이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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