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간접광고 '너무 심하네요'

[주장] 6월 3일 <생방송 화제집중> 에버랜드 간접 광고

등록 2004.06.03 20:17수정 2004.06.04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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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후 5시 35분부터 6시까지 방송되는 MBC TV 시사교양 프로그램 ‘생방송 화제집중’ 6월 3일자 방송분이 방송 내내 놀이동산인 ‘에버랜드’를 간접적으로 광고했다.

이날 방송분은 에버랜드 장미동산에서 촬영됐는데,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화면 하단에 자막으로 ‘에버랜드’에서 촬영 중임을 정확히 알리고, 사회자 중 한 명인 김성주 아나운서는 한술 더 떠 오프닝 멘트부터 이 곳을 소개했다. 김 아나운서가 한 ‘오늘 같이 더운 날, 머리 복잡하신 분들 이런 곳을 찾아오시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요지의 발언이 그것이다.

‘생방송 화제집중’이 이날 두 번째로 준비한 내용은 다른 사회자인 박나림 아나운서가 에버랜드 사파리의 일일 사육사를 체험하는 것이었는데, 여기서도 역시 이곳의 볼거리들을 자세히 소개하는 ‘친절’을 잊지 않았다.

특히, 사육사들이 입고 있는 유니폼의 에버랜드 로고와 현재 진행 중인 ‘장미 축제’를 알리는 배지가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방송됐다. 이는 이후 방송된 ‘주부발명가’ 관련 내용에서 상품화돼 팔리고 있는 어느 주부의 발명품이 모자이크 처리된 것과는 묘한 대조를 이뤘다.

이 프로그램은 이후 준비된 내용이 끝날 때마다 에버랜드 장미동산의 분수대에서 벌어지는 다채로운 이벤트를 소개하고 아나운서들이 찬사를 보내는 형식을 줄곧 유지했다.

아나운서들이 상호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시작할 때 나간 자막과 이후 편집된 화면을 보면 이곳이 에버랜드임을 누구나 알 수 있는 구성이었다.

물론 어디서 촬영하든 그것은 제작사인 MBC의 자유다. 하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특정 기업이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업장을 방송 내내 간접적으로 광고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방송이 어느 특정인이나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고, 공중파 방송이 사용하고 있는 전파가 국민의 공기(公器)임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날 MBC의 에버랜드 방송은 정도가 지나쳤다는 지적이 나올 만 하다.

주말 저녁 방송 시간의 대부분을 연예인들의 신변잡기에 빼앗겨 버린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평일 저녁 시간마저 특정 기업의 간접 광고로 도배된 프로그램을 봐야 한다는 것은 방송의 공영성을 생각해 볼 때 그리 바람직한 사실은 아닐 것이다. MBC의 보다 사려 깊은 방송 제작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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