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홍보 포스터에 도쿄 도청 사진을?

[제보취재] 광고대행사에 의뢰 제작... 시 "고의 아니다"

등록 2004.06.06 16:49수정 2004.06.0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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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버스 홍보하는 포스터에 도쿄도(都) 청사를 포함한 일본 건물들이 나와 있네요.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즉각 전량 수거해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달 말 서울시에서 제작·배포한 '새로운 버스 제도에 대한 홍보 포스터'에 관해 한 독자가 <오마이뉴스>에 제보를 해왔다. 그는 "서울시가 제작, 배포한 포스터의 건물 중 일부가 일본 도쿄에 있는 건물들"이라고 지적했다.

문제의 포스터는 서울시가 7월 1일부터 새로 적용되는 버스운행 체계에 대한 홍보 선전물로, 'Hi seoul my bus, 7월 1일, 버스가 빠르고 편리해집니다'란 문구와 함께 달라지는 색깔별 버스의 설명이 나와 있다.

이 포스터에는 배경으로 도심 빌딩군 사진을 깔고 있는데 그 가운데 몇몇은 일본의 도쿄 도청과 신주쿠 파크타워, 도쿄 오페라시티 등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실수 인정. 곧 2차 포스터 배포 때문에 수거하지 않았다"

문제의 포스터에 있는 도쿄의 대표적인 건물들.(포스터 왼쪽 밑 부분) 이미지는 www.tcvb.or.jp/www.operacity.jp에서 참조함.
문제의 포스터에 있는 도쿄의 대표적인 건물들.(포스터 왼쪽 밑 부분) 이미지는 www.tcvb.or.jp/www.operacity.jp에서 참조함.오마이뉴스 고정미
지난 4일 서울시청에 문의해본 결과, 이 제보자의 지적은 사실로 확인됐다. 담당 공무원은 "얼마전 제보를 받고 그같은 내용을 알게됐다"며 "고의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B기획사에 의뢰해 이 포스터를 제작했는데, 지난달 15일 각 구청으로 배부됐고, 5만~7만부가 시내 각 곳에 부착됐다. 다음은 서울시 관계자와의 통화 내용.


- 서울시 홍보 포스터에 일본 도쿄 소재 건물들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일주일 전쯤 제보를 받았다. 복잡한 도시를 시원하게 달릴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건물들을 찾다보니 도쿄의 건물이 하나 정도 들어간 것 같다. 모두 일본 건물들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고의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다."

- 이를 지적하는 시민들도 있는데.
"(서울시 홍보 포스터에 도쿄 건물이 들어간 것이) 우리나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지 못한 것은 잘못이다."


- 확인하지 못한 이유는?
"포스터는 기획사에 의뢰해 제작했고, 도쿄에 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 그런 사실을 알았다면 배포된 포스터를 즉각 수거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배포된 포스터 중 유실된 것들도 있고, 비에 젖어 손상된 것도 있어 특별히 강제수거를 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달 중순에는 구체적인 버스 이용방법을 담은 새 포스터를 새로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다."

포스터 제작사 "'빌딩숲'이란 검색어로 찾은 건물들"

도쿄 도청 등 일본 건물이 들어있는 서울시 홍보 포스터. 3호선 지하철 안에 부착된 것.
도쿄 도청 등 일본 건물이 들어있는 서울시 홍보 포스터. 3호선 지하철 안에 부착된 것.오마이뉴스 강이종행
문제의 포스터는 B기획사가 제작했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포스터에 도쿄의 빌딩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야 알았다"며 "전연 고의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번 포스터를 제작할 때 '빌딩숲'이란 검색어로 이미지들을 찾았다. 찾은 것들 중 포스터 의미와 맞는 것들을 조합하다보니 일본의 건물들이 들어간 것 같다"며 "핑계밖에 안 되지만 좋은 의미로 만들어진 것이니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건물이 들어갔다는 사실을 안 뒤 기획사에서는 특별히 몇 개의 건물이 일본의 것인지 확인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서울시 홍보에 일본 건물, 자존심이 상했다"

한편 <오마이뉴스>에 이같은 사실을 제보했던 이 아무개(28·회계사)씨는 "출근길에 아파트 경비실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보고 서울의 버스를 홍보하는 내용에 도쿄의 대표적인 건물들이 있는 것을 보고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기획사에서 그런 내용으로 포스터를 만들었더라도 서울시에서 제대로 확인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서울시의 안일함을 질타했다.

이씨는 또 "서울 도심에 도쿄의 건물 사진들이 있어 자존심이 상했다"며 "만약 이 포스터를 일본인들이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지 창피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스터가 부착된 지하철역사와 지하철 안에서 만난 10여명의 시민들 대부분은 포스터 속의 이미지가 일본의 건물이라는 기자의 설명에 "그 정도의 건물들은 서울에도 많은데 하필 일본의 건물들을 사용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실수로 들어갔다고 쳐도 기분이 그리 좋지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

문제의 포스터(왼쪽)와 국가보훈처의 포스터. 기획사에서는 "건물 이미지가 '미국과 일본' 등의 것밖에 없다"고 주장했지만 보훈처의 이미지는 서울 여의도의 것이다.
문제의 포스터(왼쪽)와 국가보훈처의 포스터. 기획사에서는 "건물 이미지가 '미국과 일본' 등의 것밖에 없다"고 주장했지만 보훈처의 이미지는 서울 여의도의 것이다.오마이뉴스 강이종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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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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