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신간들] 20대 페미니스트들의 '서툰' 도발

<쥬이쌍스, 그녀들의 심장> <제3의 시나리오> 외

등록 2004.06.06 20:41수정 2004.06.0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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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적 문제제기 그러나, 서툴다
- <쥬이쌍스, 그녀들의 심장>


세이북스
사실인지 풍문인지 모르겠으나 세간에는 이런 이야기도 떠돈다.


'페미니스트라 이름 붙이고 활동하는 이들은 상대 성(性)을 적으로 규정한다. 바로 그 단순함과 과격함이 페미니즘운동의 대중성 확보를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닐까.'

'서울대 학생들의 발칙한 글쓰기'라는 카피를 달고 출간된 <쥬이쌍스, 그녀들의 심장>(세이북스)은 일단 위에서 언급된 위험성에서는 탈피해 있다.

'그림자춤' '야생싸가지' '수시아' 등의 필명으로 활동하는 20대 초중반의 서울대 여학생들은 영화와 책 등의 텍스트를 통해 연애와 친구, 어머니와 여성의 몸 등 다양한 주제를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신선하다. 거기에서 '무조건적 남성 배척'의 향기는 맡아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집필방식은 여전히 언필칭 '여성적 글쓰기'다. 몇 개의 짧은 문장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이 방식에 출간에 참여한 필자 거의 대부분이 의식적 혹은, 무의식으로 빠져있는데, 이런 답습은 책의 장점인 동시에 약점으로도 작용한다. 이는 그들이 사용하는 문장이 당파성 강한 것이기는 하되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말과도 다르지 않다.

내용과 편집상의 문제도 있다. 표지와 소제목은 지나치게 '서울대 페미니스트들의 글쓰기'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어 유치해 보일 수 있고, 서두에 실린 5명 여학생의 대담은 페미니스트들의 질타대상인 여타 여성지의 '내가 겪은 성체험' 따위의 기사와 하등 다를 바 없어 실망스럽다. 문제제기에는 능란하나 누구나 동의할만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설익은 글들이 적잖게 보이는 것도 흠이다.


하지만, 이런 약점들이 있음에도 타의에 의해 자신의 발언영역을 가지지 못했던 세대들이 열린 태도와 새로운 발상으로 세상을 향해 거는 '시비'가 신선하다는 느낌은 여전하다.


미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를 도청한다?
- 김진명 장편소설 <제3의 시나리오>



랜덤하우스중앙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황태자비 납치사건>의 작가 김진명이 새 소설을 냈다. 중국 북경에서 일어난 한국인 살해사건과 의협심 넘쳐나는 공안부 검사, 이라크 파병의 표결과정에 개입하는 미국 정보기관과 탈북한 특수전 장교 등이 등장해 사람들의 독서욕구를 자극하는 <제3의 시나리오>(랜덤하우스중앙·전2권).

김진명은 전작들에서 보여준 속도감 있는 문장과 현실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소재로 2004년 한국의 최대현안이라 할 이라크 파병문제 접근한다. 나방의 뱃속에 특수장치를 설치해 미국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를 도청한다는 설정은 현실에서의 실현가능성은 별개로 치더라도 새롭고 흥미롭다.

출간을 즈음해 캐나다에서 일시 귀국한 김진명은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북한이 이라크에 병사들을 보내 미국과의 화해를 모색할 수도 있다는 독특한 북-미 문제 해결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뮤즈와 만난 행복한 시인
- 이시영 시집 <바다호수>


문학동네
시가 잘 써지는 날들만큼 행복한 시간이 시인에게 있을까? 지난해 <은빛 호각>을 내며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었던 이시영 시인이 채 반 년도 지나지 않아 또 한 권의 시집을 독자들에게 선보였다. <바다호수>(문학동네).

옛말에 '다작이면 태작'이라 했지만, 최근 이시영은 시들은 이 명제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바다호수>에 실린 시들 중 대부분이 그야말로 절창(絶唱)이다. '좋은 시는 짧고도 강렬하다'는 것의 전범을 보여주는 것들. 그 시들을 읽고있노라면 이시영이 뮤즈(시와 음악의 여신)와 핫라인을 개설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시인 스스로가 "아무 것도 아닌 사람에게도 가끔은 이처럼 행복한 시간이 있나보다"라고 고백할 정도로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아름다운 노래들 속에서 살고있는 이시영. 지천명을 훌쩍 넘겨 이순에 가까운 나이에 만끽하는 그의 행복감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 궁금해하는 동료와 독자들이 적지 않다.

이번 시집에는 그와 함께 60~70년대를 함께 보낸 신경림과 방동규, 조태일과 이문구, 황석영과 송기원 등의 문인이 시의 소재로 등장한다. 또 다른 한 축을 이루는 시적 소재는 근간에 다녀온 몽고여행 체험.


이토록 아름다운 다리들이 우리 곁에 있었나
- 최진연의 <옛 다리, 내 마음속의 풍경>


한길사
사라지고 있기에, 이제는 다시 보기 힘들기에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어린 시절 엄마 손을 잡고 깡총거리며 건너던 '옛 다리'도 그중 하나다. 그 시절 다리란 단순히 강이나 냇물을 건너는 수단이 아닌 아련한 추억으로 우리에게 남았다. 사진작가 최진연의 근저 <옛 다리, 내 마음속의 풍경>(한길사)은 바로 이 추억들을 독자에게 돌려준다.

보길도 굴뚝다리, 함평 고막석교, 불국사 연화교, 홍천 섶다리, 태백시 나무다리 등 그 이름도 '예쁜' 옛날 다리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진 찍고, 설명 붙인 책에는 최진연의 땀냄새가 흠뻑 배어있다. 머리가 아닌 발로 쓴 책을 만나는 즐거움이 크다.

솟아오르는 콘크리트 정글 속에 살면서도 버리지 못했던 유년의 기억과 꿈. <옛 다리, 내 마음속의 풍경>은 바로 그 기억과 꿈이 여전히 아름답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책에 실린 다리 중 하나를 골라 그 곁에 돗자리를 펴고 막걸리추렴이라도 하고싶은 초여름이다.

그외 주목할만한 책들

성석제 엽편소설 <재미나는 인생>(강)
작가 특유의 입담과 재기가 느껴지는 짧은 소설 모음. 사람 많은 곳에서 읽다가 웃음을 참지 못해 창피 당하는 일이 있을 수도.

일다 바리오-개리스 젠킨스 공저 <체 게바라>(해냄)
사후 40년이 가깝지만 아직도 청춘들의 가슴에 불꽃으로 살아있는 쿠바의 혁명전사 체 게바라를 다시 본다. 굵은 시가를 문 그는 여전히 근사하다.

파울로 코엘료의 <11분>(문학동네)
여성은 어떤 경로를 통해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가? 순수했던 브라질 여성이 겪는 유럽의 퇴폐와 향락 그리고, 우울.

박철화의 <문학적 지성>(이룸)
치밀하면서도 경계를 넘어서는 글쓰기를 지속해온 소장 평론가의 또 다른 세계와 문학읽기.

리처드 A. 클라크의 <모든 적들에 맞서>(휴먼앤북스)
억압적이며 차별 가득한 미국의 대아랍정책. 21세기 벽두 인류 최고의 불행이라 할 이라크전 역시 이 때문에 발발한 것은 아닐지.

게르하르트 비스네프스키의 <제국이 꿈 작전 911>(달과소)
9.11 사건은 아랍 과격주의자들의 단순한 '테러'일 뿐인가? 이후 전개된 미국의 심리전과 선전전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페터 벤데의 <혁명의 역사>(시아출판사)
세계사의 물길을 바로 잡기도 혹은, 거꾸로 되돌리기도 한 수많은 혁명들. 바로 그 '혁명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쥬이쌍스 그녀들의...심장 - 서울대 학생들의 발칙한 글쓰기

쥬이쌍스 지음,
세이북스,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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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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