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된 딸 구한 아빠 죽음' 국가배상 판결

광주지법, 2억8300만원을 지급 판정...현장 동행 경찰 과실 인정

등록 2004.06.10 19:51수정 2004.06.10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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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전남 목포에서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해 경찰이 동행했는데도 유괴범과 격투를 벌이다 아버지가 숨진 사건과 관련, 법원이 국가가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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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거배

광주지법 제4민사부(재판장 구길선 부장판사)는 10일 자신의 딸을 납치한 범인과 격투를 벌이다 숨진 목포시 신흥동 정모(43·당시 목포시청 직원)씨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3억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정씨 유족에게 2억8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숨진 정씨가 납치범과 격투를 벌이는 동안 동행했던 경찰들이 정씨를 구하거나 범인을 검거하는 행동을 취하지 않는 등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경찰관들의 과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경찰이 정씨가 유괴범에게 접근하는 것을 제지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경찰 지시 무시한 정씨 일부 과실 인정

그러나 “경찰이 범인이 있는 현장에 접근하기 직전 돌아가라는 지시를 했는데도 함께 있었던 정씨가 이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범인과 격투를 벌인 것은 일부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법원은 현장에서 경찰의 지시를 무시한 숨진 정씨에게도 일부 과실이 있다고 판단, 원고인 유족에게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해 아버지가 유괴범과 격투를 벌이다 아버지가 숨진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6월 3일. 정씨의 딸 정모(12·중학생)양이 이날 밤 8시쯤 학원 근처에서 강모(32·무직)씨에 의해 납치됐다. 청송교도소를 사흘 전에 출소한 납치범 강씨는 아버지 정씨에게 전화로 7천만원을 요구했다. 신고를 받고 범인 검거에 나선 경찰은 사건 발생 5시간 뒤인 다음날 새벽 1시쯤 아버지 정씨와 함께 범인 강씨가 돈을 갖다놓으라고 요구한 목포 인근 무안군 삼향면 죽림마을 입구 도로변에 도착했다.

납치범 무기징역 복역 중


범인 요구대로 정씨는 돈을 현장에 갖다 놓고 목포 쪽으로 돌아가다가 다시 현장으로 와 범인과 격투를 벌였고, 이런 와중에 정양은 탈출했다. 그러나 정양 아버지는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범인 강씨는 격투를 벌인 뒤 도주하다 경찰에 검거됐지만, 유족들은 현장에서 경찰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며 책임 규명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당시 목포경찰은 “최선을 다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정씨의 돌발행동으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지역에서도 이 사건을 두고 책임 소재를 규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기도 했었다.


숨진 정씨는 지난 91년부터 공직에 몸담아 왔고 1남1녀를 두고 있었다. 법원이 사건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경찰의 과실을 인정한 것에 대해 10일 오후 부인 강모(39)씨는 전화 통화에서 “담담할 뿐”이라며 짤막하게 심경을 밝혔다.

사건 이후 목포시는 유족들의 어려운 처지를 고려해 부인 강씨를 일용직으로 채용했었다. 한편 납치범 강씨는 법원에서 강도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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