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으윽!”
쿵!
“어쭈! 이놈 보게? 원위치!”
“헉! 조, 존명!”
쿠쿵―!
너무도 힘들어 신음과 함께 옆으로 쓰러졌던 대원은 무영혈편의 노갈에 화들짝 놀라며 다시 머리를 박았다.
그런 그의 이마는 어느새 선혈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것은 다른 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마와 발만으로 전진과 후진을 거듭하는 동안 피부가 벗겨진 때문이다.
“하나! 둘! 하나! 둘! 똑바로 해라! 어쭈, 제대로 못하지? 이게 싫으면 이번엔 지옥교를 할까?”
“헉! 아, 아닙니다. 자, 잘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잘 하겠습니다. 그러니 그것만은 제발…”
대체 지옥교라는 형벌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정의수호대원들은 그 이름만 듣고도 벌벌 떨고 있었다.
“그래? 지옥교는 싫다 이거지? 좋아, 기상!”
“존명!”
기합이 끝났다 싶었는지 대원들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지금부터 입구까지 뛰어갔다 온다. 선착순 한 명. 실시!”
“실시!”
명이 떨어짐과 동시에 모든 대원들은 그야말로 눈썹이 휘날릴 정도로 달려나갔다. 공포의 선착순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렇듯 기합 받고 있는 동안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궤짝들 가운데 몇이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요란스럽게 기합 받느라 정신 없는 정의수호대원들은 그런 줄도 모르고 있었다.
나무 궤짝 속에 대체 무엇이 들었는지, 그리고 이곳이 무엇을 보관하는 장소인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손자병법을 설파했던 창노한 음성의 주인이 대체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어쨌거나 아무도 모르는, 아니 무영혈편만이 아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날 대원들은 혹독한 기합을 받느라 재물조사를 제대로 행할 수 없었다.
다음 날, 대원들을 이끌고 내려온 오각수는 투덜거렸다. 하루종일 음습한 곳에 머물 생각을 하니 짜증이 났던 것이다.
‘젠장! 이왕 도와줄 거면 확실하게 해주지. 이놈들 기합 주느라 하나도 못한 건 또 뭐람? 여기 오기 싫어서 일부러 외출했던 건데… 하여간 늙은 게 성질만 깐깐해 가지고… 에이, 쓰벌!’
마땅히 자신이 할 일이면서도 괜스레 부화가 치솟은 오각수는 대원들을 닦달하였다. 그러는 가운데 재물조사는 끝났고, 장부에는 모든 것이 이상 없다 기록되었다.
그리고 최종 결재권자인 오각수 본인의 수결이 있었다. 그것은 문제 발생 시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수결이다.
* * *
“으으음…!”
진맥을 마친 장일정이 깊은 침음과 함께 물러앉자 유라의 봉목에서 굵은 이슬이 굴러 떨어졌다. 안 좋은 예감 때문이다.
“의원님, 우리 사라 어때요. 살 수 있죠? 흐흑! 사라가 잘못 되면… 잘못 되면… 흐흑! 의원님은 천하제일의이시니 고치실 수 있죠? 예? 흐흑! 고쳐 주세요. 우리 사라 좀 살려주세요.”
“으으음! 낭자, 의원 된 사람으로 이런 말씀드리기 무엇하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것이 좋을 듯하오.”
“예? 마음의 준비라니요? 안 돼요! 의원님, 제발 우리 사라 좀 살려주세요. 네? 흐흑! 무엇이든 하라는 대로 할 테니 제발 우리 사라 좀, 사라 좀 살려주세요. 흐흐흑!”
“낭자! 어떤 연유로 이런 상처를 입었는지 알 수 없으나 현재 환자의 상태는 지극히 안 좋은 상태이오.”
“……!”
유라는 말 없이 장일정의 입만 보고 있었다.
“흐음! 보아하니 무림인 같은데 이 낭자는 격전 중에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 또 다시 심각한 부상을 당했소이다.”
“마, 맞아요! 그, 그걸 어떻게…? 보지도 않았는데…”
단지 진맥 한번 한 것만으로도 상황을 정확히 짚어내자 희망이 있다 판단하였는지 유라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때 내상이라도 치유를 했으면 문제가 덜 될 터인데 불행히도 시기를 놓쳐 주화입마가 되었소. 게다가 외부로부터 받은 충격으로 인하여 장(腸)이 파열되었는데 안에서 썩고 있소이다.”
“……?”
“이를 치료하려면 내상을 다스릴 수 있는 내공이 있어야 하며, 부술(剖術)에 일가견이 있지 않고는 불가능하오. 헌데 소생은 내공을 모르며, 부술 또한 일천하기 그지없어 감히 집도(執刀)를 할 수 없소이다. 그러니 마음의 준비를…”
“안 돼요! 의원님은 저희의 유일한 희망이에요. 소문에 듣자하니 황도(皇都)에서는 죽었던 소년도 살려내셨다면서요. 흐흑! 제발, 제발 우리 사라 좀 구해주세요. 네? 흐흐흐흑!”
연신 굴러 떨어지는 굵은 이슬은 어느새 유라의 앞섶을 흥건하게 적시고 있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