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학회 보고서를 머릿기사로 보도하고 있는 조선일보 11일자 1면.
<조선일보> 때문에 이미 한물간 대통령 탄핵 이야기를 또 꺼내게 된다. <조선일보>가 TV의 탄핵관련 방송이 "공정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한국언론학회의 보고서를 인용해 신문지면을 통해 'TV 공격하기' 잔치를 벌이고 있다.
"편파적이었다" "총체적으로 편파" "공정하지 못해"등의 제목으로 비슷한 내용을 1면 머릿기사에 이어 2면, 3면에 대대적으로 되풀이 보도한 <조선일보>의 태도는 자사의 보도 행태를 비판해 온 방송사에 대해서 언론학회의 보고서를 기화로 감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50대50 보도가 공정한 보도인가?
도대체 편파가 뭔가? 강도를 강도라 부르고, 도둑을 도둑이라 불러도 편파적인가? 강도가 강도인 이유, 강도가 강도가 아닐 수 있는 이유를 양적으로 공평하게 보도해야 공정한 언론이 되는 모양이다. 탄핵에 대해 국민 여론과 달리 50대50으로 보도하는 것이 공정한 보도인가?
그럼 <조선일보>는 노무현 대통령이 잘못한다고 10번 비판하다가 분양원가 공개 안 하는 걸 잘 한다고 한번 칭찬하면 10배로 편파적인 언론이 되는 것인가? 게다가 누가 봐도 <조선일보>는 지난 김대중 정부 때부터 일관하여 한나라당을 편들어 왔다. 신문은 공공연하게 한쪽 편을 들어도 괜찮고 방송은 잘못을 잘못이라고 하지도 못한단 말인가?
이미 대통령 탄핵은 부당한 것이었고, 잘못된 것임이 여러 면에서 증명되었다. 그 사안에 기계적 중립이라는 가치관을 붙이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국민 여론이 그러했고, 수많은 촛불들로 확인했고, 탄핵 주동자들의 정치적 몰락이 그러했고, 형식적으로는 헌법재판소의 심판 결과가 그러했다.
공정이라 함은 기계적이고 획일적인 형평성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잘 된 것은 잘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공정한 것이다. 특정한 사회적 사안에 있어 기계적인 양적 형평성을 가지는 것은 오히려 불공정성을 감추려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탄핵보도, 오히려 신문이 불공정한 보도
오히려 당시 방송은 국민의 여론을 나타난 그대로 보도하였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거대 신문들이 기계적 균형이라는 형식에 숨어 탄핵 찬성 세력을 교묘히 편드는 편파성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10만이 넘는 탄핵 반대 촛불 시위와 수천 명이 모인 탄핵 찬성 시위를 같은 비중으로 보도한 것이 그 좋은 예이다. 누가 봐도 그런 신문의 보도가 편파라 할 만하다.
매체 상호간의 비평과 비판은 바람직한 것이고 권장할 만한 것이다. KBS에 대한 감사원 지적 사항을 들어 KBS의 방만한 경영을 비판하는 것, MBC가 충격적인 미국인 참수 장면을 여과없이 보도한 것 등을 비판하는 것 등이 바람직한 좋은 예이다.
한국언론학회의 보고서가 어떤 경위로 어떻게 작성되었는지 자세히는 알 수 없으나 이 보고서가 방송을 편파적이라고 규정할 근거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 그렇다고 그 동안 언론 관련 시민 단체의 모니터 결과로 편파와 왜곡의 표본으로 지명된 <조선일보>가 신이 나서 지면을 새까맣게 '편파'를 써대는 것도 실소를 자아낼 만한 일이다.
그럴 리는 절대 없겠지만 상상해서 말해본다면, 군부쿠데타가 일어나 대통령 권한을 정지시키고 국회를 해산하고 '국보위'라는 걸 만들어 민주주의와 국민들을 탄압한다고 치자.
이에 대한 반대와 찬성을 50대 50으로 보도하면 그게 공정한 언론인가, 아니면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군사쿠데타를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자고 보도하는 게 공정한 언론인가? 1980년 우리나라를 생각해 보자.
후안무치한 언론이다. 유신 독재 정권으로부터의 언론 자유를 외치던 기자들을 쫓아냈던 신문들이, 민주주의를 외치던 광주 시민들을 '난동자'로 묘사했던 신문들이 탄핵 보도의 편파성을 질타하고 있다. 물론 방송도 예전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들 신문은 최소한 '반성문'이라도 쓴 적이 있나?
<조선일보>, 이제 노 대통령에게도 공정한 보도를?
괜한 말장난, 가치 혼란으로 국민들 헷갈리게 하지 말자. 어떤 면으로 봐도 대통령 탄핵은 반대 여론을 중점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공정한 언론의 자세였다. 그 엄연한 진실을 호도하려는 <조선일보>의 노력이 가상하긴 해도 말이다.
<조선일보>는 이제 노 대통령에게도 공정한 보도를 하는 것이 좋겠다. 노 대통령이 말 실수 했다고 한번 보도하면 노 대통령이 한 멋있는 말도 한번 기사화 하고, 사설에서 노 대통령 한번 비판하면, 다음날 사설에서는 노 대통령을 칭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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