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낙선운동은 '의무' 전범재판소 회부는 '당위'

아시아 시민단체 부시 세계지배전략 성토...낙선 운동 전략 토론

등록 2004.06.14 20:30수정 2004.06.1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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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아시아 부시낙선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부시와 네오콘(신보수주의자)에 맞서는 아시아 민중의 대응'이라는 주제의 워크숍에 참석한 발제자들.

아시아 부시낙선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부시와 네오콘(신보수주의자)에 맞서는 아시아 민중의 대응'이라는 주제의 워크숍에 참석한 발제자들. ⓒ 오마이뉴스 이성규

'부시를 전범재판소로'라는 슬로건에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부시 낙선 캠페인'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참석자도 없었다. 다만 그 방법이 문제였다.

부시 미 대통령의 낙선을 갈망하는 아시아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14일 오후 '글로벌 민주주의를 위한 아시아 부시낙선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부시와 네오콘(신보수주의자)에 맞서는 아시아 민중의 대응'이라는 주제의 워크숍에서 '부시를 낙선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더 이상 재론의 여지가 없는 당위적 명제였다.

반(反) 세계경제포럼(WEF)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이날 워크숍에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일본 등 아시아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직접 참석, 부시 미 대통령의 '반민중적' 세계화전략을 성토하며 '부시 재선 저지'를 위한 아시아 시민운동 차원의 구체적인 행동전략을 집중 논의했다.

이들 참석자들은 더 이상 미국의 대선은 미국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공감을 표하며 올 11월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토 이치요 "부시나 케리나 비슷, 근본적 방향선회 위해 압력 넣어야"

일본쪽 사회단체 대표로 참석한 민중계획 연구그룹의 무토 이치요씨는 "미국 대통령의 권한으로 보거나, 그간 미국이 저질러온 행위를 볼 때 우리에겐 미 대선에 끼어들 권리가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부시 정권뿐 아니라 클린턴 정권에서도 일방주의적 특징은 일관되게 드러난다고 강조하며 "미국민들이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영역에 걸쳐 미국이 세계지배적 성격을 갖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미국민과 미 정권을 정면 비판했다.


특히 그는 부시 정권의 이라크 침략을 '쿠데타'로 규정한 뒤 "미국이 외쳐왔던 이라크 국민의 해방이라는 슬로건이 결국 이라크에 식민지를 세우는 것을 의미했음이 증명됐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무토씨는 부시나 케리 후보나 이라크를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두 후보간의 소소한 차이에 연연하기보다 미국이라는 국가의 근본적 방향선회를 요구하기 위해 새로운 비전을 갖고 아시아민중연대가 미 시민사회에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말해, 청중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미 세계지배전략 배후에 '인종분리주의'가 있다"

인도 쪽 사회단체 대표 격으로 참석한 로렌스 수렌드라씨는 "오늘 이 자리가 역사적 운동의 시발점이 될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의미를 부여하며 발제를 시작했다.

그는 부시 미 대통령과 네오콘(신보수주의)을 움직이는 핵심, 즉 미국의 일방주의적 세계지배전략의 배후에는 '인종분리주의'(아파르트헤이트, Apartheid)가 똬리를 틀고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전세계적 인종분리주의가 가동중이고 이것이 네오콘을 움직이는 힘"이라며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 내에서도 안 좋은 상황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인종분리주의를 해체하기 위해 그는 아시아 민주화운동 역량과 역사적 지평을 세계적 차원으로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라 안에서의 민주화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말과 함께.

김승국 평화만들기 대표는 발제에서 ▲미국에 거주하는 아시아 동포에 부시 낙선 편지보내기 ▲미 주요 언론에 부시 낙선 광고 싣기 ▲아시아 활동가들의 미국 낙선투어 전개 ▲부시 반대 행동의 날 제정 ▲부시 미 대통령의 전범재판소 회부 운동 등을 부시 낙선을 위한 실천 프로그램으로 제시했다.

이장희 교수 "양심적인 미국민이 특별법 만들어 부시 처벌해야"

부시 미 대통령을 ICC(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기 위해서는 ICC 소추관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는 것이 '차선'의 방안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는 현행 국제법상 부시 미 대통령을 '인도에 반한 범죄' 위반 혐의로 제소한다면 승산이 가장 높다면서 "어차피 UN이나 일반 국가가 제소당사자로 나서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소추관을 통한 기소가 가장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소추관을 통한 기소방식이 현실화되려면 먼저 부시의 범죄행위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물을 대량 수집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민관 합동으로 부시 범죄행위 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보다는 양심적인 미국 시민이 부시를 처벌하는 국내법을 만들어 처벌하는 방식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미 대선 뒤 운동방향도 고민해야 한다"
미국 시민운동가의 조언

"미국 내 세세한 상황을 제대로 살펴야 한다"

'부시와 네오콘에 맞서는 아시아 민중의 대응' 워크숍 말미에, 미국 출신의 한 시민운동가는 이날 참석한 토론자들을 향해 이처럼 조언해 관심을 모았다. 11월 미 대선의 유일한 유권자라는 점, 좀처럼 찾기 힘든 미국 내 시민운동 활동가라는 점이 이목을 집중시킨 이유였다.

미국 안 반전·반인종주의 시민단체 소속(A.N.S.W.E.R Coaltion)의 포레스트 슈미트(Forrest Schmidt)씨는 청중석에서 약 3시간 동안 이날 워크숍을 주의깊게 지켜 본 뒤 "보다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미국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자 한다면 세세한 상황을 제대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케리 후보 진영의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대한 공약을 보면 군대를 더 보내겠다는 것"이라며 존 케리 후보를 차선의 후보로 삼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때문에 "앞으로 길을 잃지 않고 가려면 대선 뒤 운동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의 낙선 뒤 케리 후보의 집권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부시 낙선운동에만 매몰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는 충고였다.

슈미트씨의 발언에 토론자 대부분은 공감을 표시했으며, 일부 '부시낙선네트워크' 소속 관계자들은 직접 명함을 건네며 즉석에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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