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 담긴 문화적 코드를 읽어라

전세화의 <광고가 들려주는 문화 이야기>

등록 2004.06.15 15:26수정 2004.06.15 17:26
0
원고료로 응원
책 <광고가 들려주는 문화 이야기>
책 <광고가 들려주는 문화 이야기>예경
대중 매체처럼 그 당시의 사회 모습을 즉각적으로 보여주고 반응하는 것 또한 없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감각적인 표현물이라고 할 수 있는 광고. 그 속에는 문화가 담겨 있다.

책 <광고가 들려주는 문화 이야기>는 광고 속에 담긴 문화적 코드들을 낱낱이 밝히고 파헤친다. 평소 기호학에 관심이 많았고 제일기획 카피라이터로 일하면서 <매경 이코노미> 등에 광고 칼럼을 연재했던 저자의 꼼꼼한 해석은 세상의 온갖 광고들이 지닌 내면적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광고는 사회와 문화 그리고 미래까지 점쳐볼 수 있는 프리즘이 되었다"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작가의 글은 광고가 미치는 커다란 영향력과 그 속에 담긴 사회적 현상들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의 생활을 되돌아보면 광고로부터 자유로운 시간이 거의 없다. 그래서 현대 사회를 살아갈 때에 광고가 미치는 영향력이란 중요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는 필수적 요소인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머리말을 통해 "광고의 숨은 의미를 파악할 수 없다면 그것은 현대의 문맹이나 다름없다"고 단언한다.

현대 광고의 주요 흐름 중 하나는 초현실주의적이라는 것. 이성에 의한 통제 없이 무의식의 흐름을 표현하는 이 문예 사조는 광고에도 반영되어 인간의 무의식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여자들의 가구에 대한 아기자기한 소망을 표현하는 '리바트' 광고나 여성 상위 시대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쿠가이' 광고 등이 그러하다.

자본주의 어두운 면을 표현한다거나 풍자적으로 그려내는 광고들 또한 꽤 많다. 게다가 최근에는 자본주의의 물질 만능주의적 사고에 편승하는 광고들도 범람하고 있다. 우리들이 이와 같은 배금주의적 시대적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극명한 사실을 광고는 간접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공익 광고는 좀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광고를 이끌어 감으로써 광고가 사회에 좋은 약이 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임을 일깨운다. 2001년 칸 광고제에서 금상을 수상한 네덜란드의 공익광고 <세계가 만약 100명의 마을이라면> 편은 불평등한 부의 배분과 어려운 환경에 존재하는 많은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끔 한다.


지극히 일상적인 것을 광고로 담기도 한다. 신변 잡기적인 소재와 미국 젊은 층이 일상 생활에서 쓰는 비속어를 여과 없이 그대로 옮겨 놓은 대화, 별다른 목적도 없이 집에서 뒹굴 거리며 텔레비전이나 보고 맥주 마시며 소일하는 젊은이들을 보여 주는 것. 맥주 버드와이저의 광고이다.

리얼리티를 이용한 이런 광고는 대중의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쉽다. 왜냐하면 성공하고 잘난 사람들의 이야기보다 훨씬 더 대중적이고 일상적이며 우리네 삶과 근접해 있기 때문이다.


1981년 뮤직 텔레비전 채널의 등장 이후 최근의 광고는 현란하고 자극적인 사운드와 비주얼의 효과를 과시한다. MTV라는 이름으로 전세계에 퍼져 나간 뮤직 텔레비전 채널은 음악뿐만 아니라 패션, 영화를 비롯하여 각종 틴에이저 유행에 이르는 10대 대중문화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미디어로 부상했다.

"MTV는 유행에 민감하고, 자유분방하며, 고상한 주류 문화를 조소하는 다소 엽기적인 스타일을 추구한다. 어른들이 가장 염려하고 경계하는 섹스, 마약, 그리고 폭력 같은 일명 '미국 뒷골목' 소재가 단골 메뉴로 쓰여 기존 세대에 대한 일탈 심리를 표현함과 동시에 청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촉매제로 사용되고 있다."

이와 같은 경향은 광고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오락적인 요소와 상업적 요소가 강조된 자극적인 광고들은 '문화적 도덕의 상실'이라는 부정적 측면을 낳기도 한다. 파격적이고 엽기적인 광고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광고의 경쟁 시대에서 도덕적 가치를 지키는 것이 힘들어지게 된 것이다.

책의 저자는 "대중 문화의 홍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는 가벼움의 미학이 깊숙이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현상의 근저에는 현대인들의 감성 구조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저자의 지적처럼 "조소의 시대, 가벼운 유머의 미학, 엽기가 우리 대중의 정서에 더욱 어필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여 긍정적 가치가 무시된 상업적, 자극적, 오락적이며 가벼운 광고만이 뜨는 것은 아니다. 삼성의 <또 하나의 가족> 캠페인이나 SK텔레콤의 <사람과 사람.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처럼 휴머니즘을 지향하는 광고 또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혹은 농림부의 <러브 미(米)>나 초코파이의 <정> 캠페인처럼 우리 고유의 감성에 호소하는 광고 또한 따뜻한 마음을 전한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광고와 인간은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이게 되었다. 사회적 흐름을 반영하고 그 시대 문화를 보여 주는 광고. 광고를 읽으면 현대 사회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우리가 살아하고 있는 이 시대를 꿰뚫어 보는 눈도 절로 얻어질 것이다.

엄청난 광고의 물결 속에서 '문화적 도덕성과 가치 추구'를 놓치지 말고 '새로움과 신선한 예술적 아름다움'을 갖추어갈 때에 광고는 또 하나의 긍정적 문화로 우리의 삶 속에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인다.

광고가 들려주는 문화 이야기

전세화 지음,
예경, 2004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4.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5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