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품안에 170명 한인들..."

[인터뷰] 네팔 한인회 이경섭 회장

등록 2004.06.16 16:58수정 2004.06.1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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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서울에서 열렸던 재외동포재단의 세계한인회장 대회에 참석차 귀국한 네팔한인회 이경섭(52) 회장을 지난 8일 광화문에서 만났다.

네팔한인회 이경섭 회장
네팔한인회 이경섭 회장김진이
히말라야 산맥에 안겨 있는 신비한 나라 네팔에는 현재 170명 정도의 한인들이 살고 있으며, 그들 대부분이 선교사들이다. 그러나 네팔 국민의 88%가 힌두교 신자인 이 나라에서 법적으로 선교행위는 할 수 없다.

네팔 한인 대부분은 2년 학생비자로 입국해 네팔 국립대 언어학과에 적을 두고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사실 선교라기보다는 의료, 복지 등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이경섭씨는 80년대 상사주재원으로 네팔에 간 후 20년이 넘게 네팔에서 살면서 한인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네팔 한인들에 대해 흥미 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당시 삼보토건의 주재원이었던 그는 젊은 나이에 현지 법인 대표를 맡아 네팔에서 가장 큰 수력발전소를 건설했다. 특별한 자원이 없는 네팔에서 수자원은 내세울 만한 자랑거리. 지형을 이용해 생산된 전력은 인도로 공급된다.

해발 250m에서 최고 8800m까지 분포된 국토에 다양한 식물, 조류, 곤충은 또 하나의 자원. 이 회장은 고국의 전문가들의 부탁을 받아 씨앗, 종자들을 몰래 들여오는 일을 돕기도 했다. 스스로 '문익점 같은' 역할을 했다고.

"네팔은 참 친밀감 가는 나라죠. 80%가 인도 브라만이고 나머지는 몽골리안, 네왈족인데 우리랑 생김새도 비슷하고 사는 풍경도 그래요. 농업이 주 산업이라 시골에 가면 우리나라 옛날 70년대 농촌에 온 느낌이 납니다."


이 회장의 네팔 자랑이 이어졌다. 사업 때문에 농촌지역을 자주 찾는다는 이 회장은 처음엔 개발에 대해 반발하던 시골 사람들이 새로 만들어진 도로에 감사하며 가지 말라고 잡기도 한다.

그러나 입헌군주제에 마오쩌뚱 사상을 심봉하는 마오이스트들이 76개 자치구 중 39개를 장악하는 불안한 정국에서 네팔 살이는 쉽지만은 않았다.


"90년 네팔에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서 시가지에 불을 지르고 헬기가 기총난사를 해댈 때는 정말 여기 계속 살아야하나 하는 회의가 들었습니다. 네팔 사람들이 자기 집에 감추어주고 있다가 가라고 하서 간신히 살아남았죠."

사회주의 사상을 표방하는 네팔의 게릴라라 할 수 있는 마오이스트들은 시민들이나 관광객들에게도 기부금을 강제로 징수 받는다. 이 회장도 그들에게 기부금을 내야했다. 상대에 따라 자신들이 정한 기준에 따라 기부금 액수를 정해주고 나중에 자신들의 세상이 오면 사용할 수 있다며 영수증까지 발급해준다. 불을 지르고 테러위협을 하는 등 무서운 존재지만 실제 관광객을 해치거나 인명을 살상하진 않는다. 덕분에 현지인들은 마오이스트들을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살아왔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는 이 회장. 폭동이 일어났을 때 자신을 숨겨주었던 네팔인들에 대한 고마움을 기억하며 이제는 그들을 위한 일들을 고민한다는 그는 요즘 네팔을 찾는 한국인들이 늘어나 매우 반갑다.

얼마 전에는 산악인 엄흥길, 박영석씨와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관광차 찾아온 한국인들에게 가끔 아쉬운 점이 있다.

"네팔의 자연을 보다가 갑자기 여기다 케이블카 놓으면 좋겠다고 해요. 그런 발상은 인정하기 어렵죠."

또 한국인들에게 인기있는 고산 지대에만 난다는 석청이 네팔의 순박한 인심을 훼손시킨다. 한국 사람들이 네팔에 와서 너도 나도 석청을 찾는데 실제 채취양이 적다보니 현지인들은 보통 꿀에 이상한 약을 넣는다.

히말라야 석청은 고산지역에서 기암절벽에 벌집을 짓고 서식하는 아피스 라보리오사(Apis Laboriosa)라는 벌이 만들어내는 꿀로 조금만 먹어도 하루 종일 기절을 할 정도로 천하의 영약이자 만병통치약으로 국내에 알려져 있다.

네팔한인회는 90%의 결속율을 보일 만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봄가을 야유회에 운동회, 세미나, 광복기념행사, 자선바자회 등 한인회 활동만으로도 현지에서 별 외로움을 느낄 시간이 없을 정도. 물론 재단과 한국정부에 대한 바람이 없진 않다.

"한인회로 재단에서 1년에 천불 지원 오는데 전액 한글학교로 갑니다. 한인회는 회비로 운영하죠. 한글학교는 자원봉사로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많아요. 우리의 미래 세대를 위해 교육에 대한 지원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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