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다 정상화 1년 "새출발 함께 해요"

학교 · 농아원 · 복지관, 새 마스터플랜으로 재도약 시도

등록 2004.06.16 19:17수정 2004.06.1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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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의 대표적 문제 시설이었던 에바다. 문제 해결을 위한 전임 대통령의 약속 등 사회적 논란까지 일으켰던 사회복지법인 에바다복지회(이사장 윤귀성)가 정상화의 길을 걸은 지 1년여가 지났다.

지난해 5월 28일 에바다는 새롭게 구성된 이사진이 경찰력의 보호 하에 에바다농아원에 진입을 시도해 근 일주일간 밀고 당기는 싸움 끝에 시설에 남아 있던 구 재단측 인사들을 전원 퇴거시킨 후 정상화를 위해 애써 왔다.

에바다학교, 정상화 이후에도 건물 안전 문제로 셋방살이

a 에바다학교에서 장애아동들이 수업을 하고 있다.

에바다학교에서 장애아동들이 수업을 하고 있다. ⓒ 이철용

지난 6월 5일, 1년 만에 방문한 에바다는 평온한 모습이었다. 1년 전 새로운 이사진이 진입할 당시 1천여명의 병력이 긴장된 모습으로 대치하던 것과는 달리 조용하고 한가로운 모습이었다. 에바다복지회 이승헌 사무국장은 1년 전을 회상하며 농아원의 곳곳을 설명해 주었다. 그의 첫마디는 "정말 꿈만 같습니다"였다. 7년간의 긴 투쟁의 현장에 함께 있었던 이 사무국장은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청각장애인 시설인 에바다복지회는 산하에 청각장애인 특수학교인 에바다학교와 에바다장애인종합복지관, 청각장애인의 생활시설인 에바다농아원 등 3개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에바다복지회 사무실은 에바다농아원이 위치하고 있는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하북리에 있고 에바다장애인종합복지관은 평택시 팽성읍에 위치하고 있다.

에바다학교는 에바다농아원 내에 있었지만 에바다 사태가 발생한 이후 재단과 학생, 교사간의 갈등으로 인해 임시로 에바다장애인종합복지관의 일부 공간을 빌려서 수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정상화 1년이 지난 요즘도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a 안전문제로 사용을 하지 못하는 에바다학교 건물

안전문제로 사용을 하지 못하는 에바다학교 건물 ⓒ 이철용

에바다가 정상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에바다학교가 농아원 내의 학교로 돌아가지 못한 것은 안전 문제 때문이다. 새로운 이사진은 에바다 정상화 이후 모든 시설에 대해 건물 안전 진단을 받았다. 그 결과 에바다학교는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아 사용불가 판정이 내려졌다.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지금도 복지관 내의 일부 시설을 이용해 수업을 하고 있었다.


에바다농아원, 수용시설에서 치료시설로

a 에바다농아원 김지원 원장

에바다농아원 김지원 원장 ⓒ 이철용

현재 에바다 농아원 내에는 사무동과 기숙사, 학교, 식당, 작업장 등의 시설들이 있다. 그러나 학교와 작업장은 건물 안전진단에 문제가 있어서 현재 폐쇄한 상태다. 복지관에서 수업을 하다보니 운동장 곳곳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학교의 벽면에서는 7년간 싸움의 흔적인 현란한 구호들이 흰색 페이트로 덮여 있었다.


에바다 농아원에서 반가운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7년간의 싸움이 진행될 당시 에바다학교 교장이었던 김지원 교장이 농아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농아원을 새롭게 만들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김 원장은 농아원이 단순 수용시설에서 현재는 청각장애인들의 치료시설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각 장애인을 위한 인공와우 수술과 언어교실을 통한 언어치료로 말을 할 수 없었던 청각장애 아동들이 말을 하는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곳 시설은 청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 언어치료가 필요한 어린이들에게도 개방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농아원 내부에서는 청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다른 장애인들을 위해 편의시설 마련을 위한 보수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정상화 1주년 기념, 토론회 문화제 열려

정상화 1주년을 맞은 지난 6월 5일에는 토론회와 축하 문화제도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에바다 정상화 이후 1년간의 활동과 미래에 대한 계획이 발표됐다. 이승헌 사무국장은 주제발제에서 에바다의 마스터플랜에 대해 부실공사와 안전에 문제가 있는 현재의 농아원 시설을 매각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계획들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a 1주년 기념 문화제에서 민중그룹 젠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1주년 기념 문화제에서 민중그룹 젠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 이철용

이날 토론회에서는 에바다 사태의 중심에 있었던 ‘해아래집’에 대한 소개도 이어졌다. 에바다학교 권오일 교감은 재단 비리를 몸으로 항거하던 학생들의 임시 거주 공간으로 마련된 해아래집은 학생들의 민주적인 방법에 의한 자치운영과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에바다 사태를 해결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권 교감은 해아래집의 생활에서 학생들이 모든 것을 자치적으로 회의와 분담을 통해 생활하고 어려운 일이 발생할 때에만 교사들이 협력한다고 밝혔다. 해아래집은 일부 후원자들의 후원이 있긴 했지만 11명의 교사들이 초기에는 월 40만원씩, 후반부에는 월 20만원씩 월급에서 별도의 기금을 만들어 생활비로 사용해야 했다. 또한 3명의 여교사는 해아래집에서 학생들과 함께 수년간 함께 생활했다.

a 에바다학교 권오일 교감

에바다학교 권오일 교감 ⓒ 이철용

해아래집의 교사와 학생들은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청소와 차량운행 등 도움의 손길을 펼쳤다. 이로 인해 지역사회에서는 해아래집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됐고 그것은 구재단을 더욱 고립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축하 문화제는 에바다 농아원 앞마당에서 에바다 관계자를 비롯한 150여명이 함께 했다. 문화제에서는 7년간 싸움에서 함께 했던 민중가수들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공연과 감동이 이어졌다. 특별히 10명의 에바다학교 학생들의 수화 노래는 모두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신효범씨의 노래 <세상은>을 수화로 부른 그 학생들은 7년전 싸움이 시작될 당시 초등학생이었지만 지금은 어엿한 중·고등학생이 되었다. 그 힘든 과정 가운데서도 흔들리지 않고 잘 자란 모습들을 대하며 청중들은 말할 수 없는 감회에 젖는 듯했다.

에바다 학생들은 "귀기울여 듣고 있나요. 그대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사랑이 필요함을. 눈을 감고 느껴봐요. 우리를 감싸는 넓은 하늘의 푸른빛을. 아름다운 곳이죠. 그대와 내가 함께 만들어갈 세상은 따뜻한 마음을 원한다는 걸…"이라고 몸으로 노래했다. 그리고 그 작은 사랑을 통해 이룬 에바다 정상화에 함께해 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과 앞으로도 잊지 말아 달라는 소망을 온몸으로 전해주었다.

에바다학교, 갈등 씻고 정상적 수업 진행

1년 만에 찾은 에바다장애인종합복지관은 활기가 넘쳤다. 1층 로비에서는 몇몇 청각장애인들이 포켓볼을 치고 있었고 몇몇 장애인의 어머니들은 소파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2층의 교실에서는 에바다학교 학생들의 수업이 한창이었다. 특수학교의 특성상 소규모 수업으로 진행됐으며 학생들은 선생님의 질문에 서로 먼저 손을 들고 답변을 하기에 바빴다. 한 치료 교실에서는 한 장애아동이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삼각형, 사각형의 모형들을 맞는 자리에 맞추기에 여념이 없었다.

a 에바다복지관에서 한 장애아동이 치료를 받고 있다.

에바다복지관에서 한 장애아동이 치료를 받고 있다. ⓒ 이철용

이제 에바다에서 1년 전 보았던 교사와 학생들의 갈등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복도를 걸으며 인사와 함께 건네는 장난 어린 행동들은 역시 천진난만한 학생들이었다.

방과 후 강당에서는 에바다 정상화 이후 부임한 7명의 교사를 위한 에바다 사태 관련 영상 시연회가 열리고 있었다. “에바다 투쟁 6년- 해아래 모든 이들의 평등을 위하여” 라는 영상에서는 지난 7년간의 에바다 투쟁의 생생한 모습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신임교사 7명을 포함한 20여명의 교사들은 40여분간 안타까운 탄성을 자아내며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 갔다. 상영이 끝난 이후 잠시 침묵이 흘렀다.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a 에바다 정상화를 맞아 신입교사들이 에바다 사태 관련 간담회를 갖고 있다.

에바다 정상화를 맞아 신입교사들이 에바다 사태 관련 간담회를 갖고 있다. ⓒ 이철용

지난 3월 일반학교에서 전입온 김성현(32) 교사는 “말로 듣기는 많이 들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했던 것 같다”며 “이러한 고통스러운 일들을 7년 동안 참았다는 것에 존경을 보낸다”고 말했다.

에바다복지회, 현 부지 매각 통한 새로운 마스터플랜 시동

a 에바다복지회 윤귀성 이사장

에바다복지회 윤귀성 이사장 ⓒ 이철용

에바다복지회 윤귀성 이사장은 에바다 정상화 1주년을 맞은 감회에 대해 “상상하지 못했던 에바다 정상화는 그동안 에바다를 사랑하고 함께 해 준 많은 사람들이 이룬 것으로 우리 나라 시설의 민주화에 대한 시금석”이라고 말했다. 윤 이사장은 “이제까지 함께 했던 모든 분들이 모범적인 장애인 시설로 거듭나고자 하는 에바다복지회에 계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다.

정상화 1년을 맞는 에바다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고통을 딛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폐쇄된 단순 수용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열린 치료시설로 거듭나고 있었다. 이사회도 파행적 운영이 아닌 민주적 운영을 기반으로 새로운 장기적 마스터플랜을 확정하고 한국 사회의 가장 모범적인 시설로 거듭나기 위한 첫발을 내딛고 있다. 정상화 2주년에는 이러한 노력들이 열매를 맺는 변화된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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