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한국군 민간인 학살 추모비 세운다

'나와우리', 61명 희생된 퐁니 마을에 세우기로...19일 기금 마련 바자회

등록 2004.06.17 10:38수정 2004.06.17 19:16
0
원고료로 응원
베트남 퐁니는 이라크이며 한반도

a 그날을 기억하는 퐁니마을 당산나무(위령비가 세워질 곳)

그날을 기억하는 퐁니마을 당산나무(위령비가 세워질 곳) ⓒ 나와우리

시민단체가 처음으로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해 민간인 학살이 있었던 마을에 위령비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민단체 '나와우리'(공동대표 노은희·이태우)는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있었던 쿠앙남성 디엔반현 퐁니·퐁넛 마을에 위령비를 건립할 예정이다.

위령비가 세워질 곳은 베트남 다낭에서 남쪽으로 23Km 떨어진 쿠앙남성 지역으로 1968년 한국군에 의해 민간인 61명이 학살당한 마을이다. 1968년 이곳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날 두 명의 누나와 네 명의 조카를 잃고 살아남은 응웬수 할아버지는 이렇게 증언한다.

"음력 1월 14일이었어요. 시계가 없어 정확한 시간을 기억할 수는 없는데 아마 8시경이었을 겁니다. 사람들이 일을 하러 나가거나 장을 보러 집을 나서던 시간이었으니. 한국군이 1번 국도를 따라 행군을 하는데 부비트랩이 터졌어요. 한국군대는 행군을 멈추고 당산나무 초입으로 밀고 들어왔습니다. 아마 한국군 중에 부상(자)이 있었던가 봐요. 그리고 닥치는 대로 죽였습니다.

3개 지점에 사람들을 모아서 무차별 총을 쏘고 집에 있는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죽였습니다. 우리는 한국군이 학살을 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걸 알았다면 다 도망갔을 겁니다. 우리는 한국군을 동맹군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나와우리' 뉴스레터 2004년 6월)


a 디엔남사 인민위원회가 보내온 위령비 설계도

디엔남사 인민위원회가 보내온 위령비 설계도 ⓒ 나와우리

나와우리는 이미 지난 3월 사전 답사를 마쳤으며 이 지역 인민위원회로부터 공식 요청서와 위령비 설계도를 받은 상태이다. 위령비는 6월 22일 기공식을 시작으로 8월 말 완공될 예정인데 이 사업에는 모두 1억2천만동(약 1천만원)이 소요될 예정이며, 설계와 건립은 디엔반현 인민위원회에서 주관하기로 하였다.

기금마련을 위한 평화 바자회


나와우리는 위령비 건립을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 모금활동을 펴는 한편 문화제 및 평화 바자회를 오는 19일 선교교육원(서대문구 충정로)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위령제(헌시, 진혼 춤 공연, 평화 상징 솟대 세우기)와 한국 거주 베트남 유학생들의 문화 공연, 그리고 베트남 카페(쌀국수 퍼, 베트남 커피, 베트남 차)가 개설되며, 베트남 풍물들과 회원들의 애장품을 기증 받아 평화 바자회를 연다.

한편 나와우리는 7월 23일부터 8월 2일까지 9박 11일 동안 베트남을 방문할 한국의 대학생을 모집하여 베트남을 방문, "제3회 한-베 청년평화캠프"를 개최하고 위령비 건립 공사에도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또한 8월 14일부터 21일까지 시민과 함께 하는 답사를 마련하여 위령비 완공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한-베 청년 캠프 참가자 모집

한-베 청년캠프는 베트남의 시골 마을에 10일 정도 민박을 하면서 양국의 청년들이 함께 마을 공사를 하고 문화를 나누는 행사이다. 나와우리는 지난 2002년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해 일가족이 몰살당하고 홀로 남은 응웬티니 할머니 집을 지어드린바 있으며, 2003년에는 빈영마을에 묘지 조성사업('영혼의 집짓기')을 하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민들레 피는 공동체를 꿈꾸고, 빨간 장미를 좋아하는 사람


AD

AD

AD

인기기사

  1. 1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2. 2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3. 3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4. 4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5. 5 계엄은 정말 망상일까? 아무도 몰랐던 '청와대 보고서' 계엄은 정말 망상일까? 아무도 몰랐던 '청와대 보고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