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미신고복지시설 지원 방침에 시민단체 반발

'미신고복지시설 지원관련 공청회’에서 참가자 입장 엇갈려

등록 2004.06.17 11:42수정 2004.06.17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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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장관 김화중)의 미신고 복지시설 지원 방침에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6일 오후 2시 30분 은평구 불광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대회의실에서 ‘미신고복지시설 지원관련 공청회’를 개최하고 미신고 복지시설의 제도권 진입을 위해 복권기금, 민간재원 등을 최대한 확보해 올 하반기부터 지원해 신고시설로 전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a 공청회에 참석한 발제자와 지정토론자들

공청회에 참석한 발제자와 지정토론자들 ⓒ 이철용

보건복지부, 올 하반기부터 미신고 복지시설 본격 지원

보건복지부는 미신고 시설의 양성화를 위해 1997년 8월 '사회복지사업법'을 개정해 사회복지시설의 설치 운영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한 바 있다. 이러한 방침은 허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함으로써 기존의 무허가 시설을 양성하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러한 보건복지부의 기대와는 달리 해마다 미신고 시설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1995년 293개소에서 2004년에는 1096개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계속 발생하자 보건복지부는 미신고 복지시설의 제도권 진입을 위해 2002년 6월 ‘미신고복지시설 종합관리대책’을 발표하고 2005년 7월 31일까지 신고시설로 전환하겠다는 조건부 신고를 받은 바 있다.

이러한 조건부 신고를 한 시설을 ‘조건부신고복지시설’이라고 한다. 보건복지부는 2005년 7월 31일 이후 미신고시설에 대해서 폐쇄 등의 강경한 조치를 취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보건복지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2002년 6월 이후 신고시설로 전환한 미신고 복지시설은 26개소로 여전히 낮은 전환율을 보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 4월 전국 시군구를 대상으로 미신고복지시설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미신고복지시설이 대부분 소규모라 재정상태가 열악해 2005년 7월 31일까지 신고기준을 충족하기에 곤란하다는 판단으로 복권기금과 민간재원 등을 확보해 미신고복지시설에 대해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체적인 지원 방침을 공청회를 통해 발표했다.


복권기금·민간기금 등 2년간 1천억원 이상 조성

a 보건복지부의 방침을 발표하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변용찬 박사

보건복지부의 방침을 발표하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변용찬 박사 ⓒ 이철용

보건복지부는 실태조사 결과 미신고복지시설의 신고시설 전환을 위한 설비기준 충족 필요예산을 144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필요재원을 위해 현재 국무총리 산하 복권위원회와 협의를 통해 금년 510억원, 2005년 339억원을 잠정적으로 확보했다고 전했다. 또 복권기금과 별도로 삼성에서 민간기금을 조성해 지원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협의 중에 있다고 했다.


미신고 복지시설의 지원방법에 대해서는 지원 후 신고시설로 전환이 가능한 시설을 우선 지원하고 토지 형질, 상수도 보호구역, 소방도로 확보, 무허가 건물 등 신고에 기타 제약이 없는 경우와 인권문제가 없는 시설을 우선 지원한다는 것이다.

지원 내용은 시설 개보수비, 시설 증개축 및 신축 등 일부 재정지원을 통해서 시설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시설에 대한 재정지원을 한다는 것. 지원 조건은 시설 신축이나 증개축의 경우, 지원 건물에 대해 저당권 등을 설정해 일정 기간 동안 임의 처분을 금지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지원 절차에 있어서도 시군구에 지원을 신청하면 보건복지부가 실사 후 예산 범위내에서 지원하고 인권문제 예방을 위해 사회 인권단체와의 공동 실사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미신고복지시설 지원방안에 대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변용찬 박사의 주제 발제 이후 토론회가 이어졌다. 지정토론자로는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과 손건익 과장, 목원대학교 심재호 교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미숙 연구위원, 경기도 사회복지과 송유면 사무관, 참여연대 이찬진 변호사, 강원도 사회복지과 최상집 사무관, 한국종교계사회복지대표자 협의회 김광수 회장, 조건부복지시설 생활자 인권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박숙경 팀장, 한겨레신문 권복기 기자가 함께 했다.

시설 중심 지원 문제 지적, 운영시스템 개선위한 지원 요구

목원대학교 심재호 교수는 향후 2년간 1천억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하는 보건복지부의 지원 정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심 교수는 현재의 지원방안이 신축과 증개축 등 하드웨어 개선에 초점이 맞춰있고 운영시스템에 대한 부분은 미약하다며 당장 필요한 것은 운영시스템 개선이라고 주장했다.

a 공청회는 200여명이 넘는 많은 참석자로 통로는 물론이고 회의실 밖 복도에서 스피커로 경청하기도 했다.

공청회는 200여명이 넘는 많은 참석자로 통로는 물론이고 회의실 밖 복도에서 스피커로 경청하기도 했다. ⓒ 이철용

참여연대 이찬진 변호사는 대다수 미신고시설은 개인 소유로 언제든지 개인 임의대로 처분할 수 있는 구조임을 지적했다. 정부의 감독권에 있어서도 일부 문제가 된 시설들에 대해 정부는 폐쇄와 고발 등의 형사처분 등 강경한 조치가 있어야 정부 지원정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신축, 증개축비의 지원과 관련해 임의처분 금지 동의 등 현재 방안은 법률상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시설 소유자가 강제집행을 당하거나 임의로 처분을 할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동반되지 않는 지원은 취지와 달리 오히려 도덕적 해이 현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 변호사는 사회복지사 및 생활시선 전반에 대한 시설장과 시설 종사자에 대해 최소한 50시간 이상의 전반적인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수자에게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화도 절실하다고 했다.

일부 참가자 중대규모 시설지원 아닌 탈시설화 촉구

한국종교계사회복지대표자협의회 김광수 회장은 대규모 미신고시설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그룹홈 형태의 소규모 미신고시설의 지원대책을 적극적으로 요청했으며, 지원금액에 있어서도 중대규모 시설에 편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건부복지시설 생활자 인권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박숙경씨는 이번 보건복지부의 방침이 소규모화를 지향하고 시설내 인권문제를 다루기 위한 노력이 일부 인정되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박씨는 보건복지부의 조사 자료에 의하면 시설내 1000여 개의 시설 중 8개의 시설에서만 인권문제가 있는 것을 나타났는데 이는 조사방법에 있어서 시설의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시군구의 보고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지원에서 이미 문제가 된 시설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보건복지부의 미신고복지시설 지원방침 공청회는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을 밝히는 자리였기 때문인지 전국 미신고복지시설 관계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200여 명의 참가자들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대회의실 좌석이 부족해 통로는 물론이고 복도에서 스피커를 통해 경청하기 까지 했다.

일부 시민단체들 보건복지부 방침 반대 침묵시위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공청회가 시작되기 30분 전인 오후 2시부터 공청회장 앞 로비에서는 10여 명의 시민 인권단체 사람들이 “탈시설화 역행하는 대형시설 지원 반대한다”, “탈시설화 의지 없는 복지부는 각성하라”, “관리자 중심 지원논의 반대한다” 등의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러한 침묵시위에 대해 일부 시설 종사자들의 항의가 있었지만 큰 마찰은 없었다.

a 일부 시민단체 사람들이 공청회장 앞에서 보건복지부 방침 반대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 사람들이 공청회장 앞에서 보건복지부 방침 반대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 이철용

지정토론 이후 청중과의 토론에서는 아쉽게도 지원에 대한 발전적인 토론보다는 일부 지정토론자들의 반대의견에 대해 원망섞인 발언들이 이어졌다. 일부 참석자는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시설을 운영하는데 당신들이 당사자도 아니면서 반대하는가?”하는 등 다분히 감정적 발언들로 인해 모처럼 마련된 공청회에서 미신고시설의 신고시설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들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이찬진 변호사가 지적한 시설지원에 대한 법적 안전장치에 대해 자문변호사의 자문을 통해 결정한 내용으로 다시 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시설과 관련한 기구인 ‘사회복지시설발전위원회’를 7월 중 구성하고 그 산하에 ‘미신고시설분과위원회’를 설치해 미신고 복지시설 지원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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