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나리'는 '나으리'의 줄임말입니다. '나으리'는 높은 존재를 상징하지만 그 앞에 '개'자가 붙으니 불경스러운 이름이 되어 버렸습니다. 꽃 모양이 나리과의 꽃들과 비슷하나 물푸레과에 속하니 아마도 꽃에 중점을 두어 '개나리'라는 이름을 얻었을 것입니다.
제주에서는 개나리가 필 무렵 유채가 피어납니다. 그래서 개나리는 노란 유채꽃의 행렬 속에서 그냥 지나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누가 보아 주지 않아도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납니다.
같은 일을 해도 누가 인정해 주고 알아 주면 힘이 납니다. 그것은 이기적인 욕심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성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자기의 소임에 충실해도 남들이 알아 주지 않으면 이내 지치게 되는 것이 사람입니다. 남들이 알아 주지 않아도 소임을 기쁘게 감당하는 사람은 아마도 득도의 경지에 다다른 사람일 것입니다. 알아 주지 못할지언정 얼토당토하지 않는 비난의 말들을 쏟아 놓으면 그만 맥이 탁 풀리고 맙니다.
개나리는 그런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꽃이 그 꽃 같아서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도 부족해서 이름까지도 별로 예쁘지 않지만 개나리는 그런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