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동지가 말한 기조는 너무 정파적"

[인터뷰] 민노당 유선희 최고위원

등록 2004.06.20 16:15수정 2004.06.2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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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논객 진중권씨(41·중앙대 겸임교수)가 <씨네21> '유토피아 디스토피아'에 실은 자신의 글을 통해, 최근 당 안팎에서 일고 있는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 최고위원 선거결과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민주노동당의 죽음'이라는 섬뜩한 제목의 글에서 그는 NL계열(민족자주파)의 다수 위원을 선택한 선거결과를 "툭하면 지구당이나 집어삼키던 종파주의자들이 당을 통째로 삼켜버렸다"고 평하면서 "더 이상 민주노동당은 서민의 정당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진중권씨가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던 '종파주의자'(민족자주파)의 한 사람인 유선희 최고위원으로부터 입장을 들어보았다. 유선희(40·여)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민노당 강릉시당 '창당준비위 결성식 및 사무소 개소식'에 참석차 강릉을 방문했다.

a 민주노동당 유선희(40, 여)최고위원

민주노동당 유선희(40, 여)최고위원 ⓒ 김경목



다음은 유선희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진중권씨가 <씨네21> 457호에 다음과 같은 글을 실었다. "민주노동당의 당직 선거결과는 한마디로 충격이다. 이른바 NL이라는 세력이 주요 당직을 모조리 독점한 것이다. 당내에서 늘 말썽이나 부리던 정파가 세팅선거에 조직표로 당직을 싹쓸이하는 게 21세기형 진보란 말인가? 오늘로써 민주노동당은 '당분간' 죽었다." 이 같은 진중권씨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청년들이 민주노동당을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NL-PD'간 대결 구도 속에서 부족하지만 새 세상을 만들겠다는 한마음으로 20년 동안 헌신해온 사람들이다. 저도 당 속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8300표 이상 얻었다. 이 선택을 과연 어떻게 볼 것인가? 당원들의 의사를 존중해줬으면 좋겠다.

부족하고 또 조금은 자신의 입장에 근거해서 어떤 사람들이 추천되고 당선됐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이 있겠지만,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나는 어떻게 살아왔고, 최고위원으로 나왔고, 어떤 공약을 가지고 있고' 이런 부분들을 당당히 밝히면서 당원들이 선택한 측면이 있다.

그랬을 때 진중권 동지가 말한 기조는 너무 '정파적' 시각이다. 그동안 헌신적으로 민중을 위해 복무하고 새 세상 만들기 위해 애써왔던 동지들에 대한 기본 존중의 마음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주로 '민족 자주와 통일'을 주장하는 동지들이 많이 부족한 부분을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해서 분란을 일으킨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저도 그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러나 모든 동지를 말썽부리는 것으로 일갈하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다.

민주노동당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단결해서 부족한 건 메우고, 잘못한 것은 지적하고 그래서 실질적으로 힘과 마음을 모으는 것이 민주노동당을 위해서 좋은 일인 것 같다. 지금의 판단이다."


- 최고위원 선거를 두고 '세팅선거'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왜 그런가?
"어떤 경로로 '세팅선거'라는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나는 서울지역 당 운동을 발전시키는 차원에서 청년단체사업을 해왔다.
a 유선희 최고위원이 민주노동당 강릉시당 창당준비위에 참석해 규약 설명을 듣고 있다.

유선희 최고위원이 민주노동당 강릉시당 창당준비위에 참석해 규약 설명을 듣고 있다. ⓒ 김경목

당 최고위원으로 나온 것은 세팅되어서 나온 것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의 청년들을 불러일으켜 실질적으로 당의 선봉대가 되게 하는 데 있어서, 나의 경험들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고민 속에서 서울청년단체연합 의장직을 사퇴하면서 나온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이유와 배경과 의지를 먼저 봐주셨으면 좋겠다."

- 이 같은 당내 선거의 문제점을 향후 어떤 식으로 보완할 계획인가?
"아직 지도체제와 중앙당체계, 역할 등이 정비되지 않았다. 행정수도 이전, 이해찬 총리 지명, 이라크 파병 철회투쟁, 당 청와대 면담,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 등 당면 현황과제에 대응하기 급급한 실정이다. 그래서 아직 선거과정의 분석과 평가에 대해서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일단은 인터넷투표가 지연됨으로써 지도체제 구축이 늦어지고 여러 가지 무리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는 이런 문제가 없도록 하기 위해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 구체적으로는 선거과정의 분석과 부족한 점 메우는 것은 아직 못하는 실정이다. 이것은 당원들의 의견을 좀더 수렴해서 진행할 것이다. 그리고 당 게시판의 내용을 근거해서 평가하기에는 객관성이 더 요구된다."

- '역량의 부족'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말아야 하지 않나?
"최고위원회의 사람들은 기층과 현장에서 민중들을 의식, 조직하고 대중투쟁의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최고 지도부로 구성됐다. 그래서 당원이 주체가 되는 당을 만들기 위해 부족한 속에서도 최고의 노력을 기울이려고 준비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최고 지도부를 중심으로 단결하고 의원단 활동에 대해서도 적극 지원할 수 있는 당적 체계가 구축되고 또 대중투쟁을 통해서 당이 정책으로 세운 부분을 발전할 수 있는 힘을 구축하는 과정이 되면 민주노동당은 역량부족이라는 말로 자기를 가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런 단계에서 새 출발을 하고 있으니까, 지켜봐 주시고 당원들도 힘을 합치는 과정에서 고민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

a 인터뷰가 끝난 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인터뷰가 끝난 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김경목


-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연대 원칙은 어떤 모습이 되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민주노동당 당원 85.2%가 민주노총 조합원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가장 빼앗기고 억압받고 그래서 가장 절박하게 싸우는 계급이기도 하다. 당과 민주노총이 보다 당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고 또 노동자 중심성을 강화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정례협의회의 틀을 갖고 있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이 여러 가지 복잡한 현황과 현실 속에서 자칫 중심성을 잃을 수 있는 것들을 민주노총과의 끊임없는 교감과 현장의 요구들을 잘 반영하는 것을 기본으로 두어서 민주노동당이 원칙을 잃지 않고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이 들어서 노동자 중심성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에 당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하는 상황이 아주 안타깝다.

우리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중심성을 분명히 하면서도 각계각층이 적극적으로 결합해야 하는데 오히려 노동자 중심성이 편협해서는 안 된다. 각계각층을 광범위하게 포용하는 정책과 내용으로 그들과 함께 하는 정책과 실천도 더불어서 고민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노동자 중심성'이 편협해서는 안된다"

- 최고위원회의 역할은 어떻게 나누어지나?
"최고위원은 기본적으로 최고의결기구로서 당이 나아갈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단순히 의결기구를 넘어 집행기구의 기능도 있다. 그래서 최고위원들이 당직도 맡고 있다. '홍보위원장, 중앙연수원장, 민중운동담당, 노동농민담당, 청년학생담당' 그리고 '여성위원회, 자주통일담당' 앞으로는 '2012년 집권 위원회, 지방자치위원회'에서 실질적으로 책임 있는 일을 집행 총괄하는 지휘자로서의 역할과 방향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전반적인 방향성 제시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사업을 만드는 데 있어서도 자기의 역할 체계 속에서 활동들이 전개될 것이다."

- 최고위원회 분과는 만들어졌나?
"최고위원회 영역만 나눈 상태이다. 이번 주 최고위원회 수련회서 중앙당 체계와 인선이 있을 것이다. 20일 제2차 최고위원회는 위원회 체계와 역할이 구축할 것이다. 지금은 기존체제로 움직이고 있다."

- 유선희 최고위원의 역할은 무엇이며, 향후 활동의 중심은 어디에 두고 있나?
"청년학생부문 최고위원으로서 역할을 해오고 있다. 최고위원이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지구당 강화에 복무하고 싶다. 영역으로는 청년학생부문 최고위원으로서 당의 선봉부대로서 청년들을 세워내는 데 역할을 할 것이다. 또 '청년위원회, 학생위원회' 체계를 세우고, 사업정형을 마련하는데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그래서 명실상부하게 민주노동당의 활력과 힘으로써 청년들이 설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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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강원정치 대표기자, 2024년 3월 창간한 강원 최초·유일의 정치전문웹진 www.gangwoninnews.com ▲18년간(2006~2023) 뉴시스 취재·사진기자 ▲2004년 오마이뉴스 총선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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