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여는 만학도의 꿈

현재의 삶이 가장 소중한 것, 한남대 최훈조씨

등록 2004.06.21 09:55수정 2004.06.2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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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꿈이 있어 행복한 만학도 최훈조씨

꿈이 있어 행복한 만학도 최훈조씨 ⓒ 권윤영

젊음과 열정이 가득한 대학 캠퍼스. 왠지 학생보다는 교수의 이미지에 가까운 사람이 있다. 하지만 나이는 중요치 않은 법.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보면 그의 가슴속에 꿈틀대는 열정과 꿈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한남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만학도 최훈조(50, 한남대 대학원 영문학 전공)씨는 이미 학내에서는 유명인사다. 파란색 책가방을 메고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캠퍼스를 누비는 그를 학생들은 쉬이 기억한다.

그는 지난 2000년 영어영문을 전공하는 00학번 대학생이 됐다. 그가 뒤늦게 대학에 들어온 이유는 단 하나, 14살 때부터 가져온 영문학 박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12살 때 교회에 다니면서 목회자가 되는 꿈을 꿨어요. 교회에 가기 전에는 성악가가 되는 꿈을 꿨고 어린 시절 웅변을 했기 때문에 법대에 진학하는 꿈도 키웠죠. 14살 때는 영문학 박사가 돼서 영어로 설교하는 꿈을 꿨는데, 목사와 영문학 박사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곤 했습니다."

유난히 꿈이 많은 아이였건만 중학교 시절 갑작스레 집안이 어려워지면서 학업을 포기해야 했고 가족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하지만 그는 늘 영어단어장을 소지하면서 영어공부를 했고, 매해 수능 시험장을 찾아가 “나도 언젠가 이곳에서 시험을 볼 것이다”며 다짐을 되새겼다. 그리고 2000년, 검정고시를 거친 후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대학생이 됐다.

현재 부산에서 목회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처음 목회자가 되겠다는 뜻을 품은 후 26년 만에 그 꿈을 이루더니 33년 동안 품어온 영문학 박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대학원에 입학, 캠퍼스를 활보 중이다.


a 파란 책가방을 메고,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캠퍼스를 누빈다.

파란 책가방을 메고,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캠퍼스를 누빈다. ⓒ 권윤영

대학을 다니는 4년 동안 그는 지각, 결석 한번 한 적이 없다. 평균 A학점을 맞겠다던 그 결심도 이뤄내 졸업 평균학점 A를 기록하며 우수한 성적으로 올해 졸업했다. 복수전공으로 영문학사 뿐 아니라 일문학사 학위를 동시에 받은 그는 '21세기를 이끌 우수 인재상'을 수상해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학기 초, 강의실에 가면 학생들이 교수인줄 알고 그에게 넙죽 인사하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여느 학생들보다 나이가 많다고 조용히 학교생활을 할 그가 아니었다. "난 00학번 학생이다. 대학의 낭만을 최대한 즐기자"라는 생각으로 캠퍼스의 낭만을 당당히 즐겼다.


"학교에서 개최되는 모든 가요제는 다 참가했어요. 방송국, 총학생회 주최 가요제 등에 매해 참가해 최우수상, 인기상, 특별상 등을 휩쓸기도 했지요. 얼마 전 열린 대동제에서도 가요제에 참가해 상을 받았답니다."

그는 4년간 기숙사에 살면서 사생회장을 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그렇게 30여 년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학생들과 거리감 없이 지내는 것. 지난달 17일에는 학교 내에서 어느덧 2회째 콘서트를 열어 다시 한번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면서 굉장히 많은 사람한테 도움을 받았어요. 그들에게 어떻게 보답을 할까 생각하다가 졸업 기념으로 콘서트를 열었죠. 첼리스트, 성악가, 교직원, 학생, 외국인 유학생들과 함께 행복의 하모니를 이뤘답니다.”

지난해 추억과 낭만의 콘서트에 이어 올해 열린 희망과 행복의 콘서트 역시 열띤 호응 속에 치러졌다. 그는 내년에도, 그 후에도 매해 주제를 정해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행복이란 건 물질적, 가시적인 게 아니라 삶을 소중히 여기면서 남이 지니지 못한 열정을 가질 때 생기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삶의 애환이 많았지만 저는 꿈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의 배경, 환경, 부모를 탓하지 않고 꿈을 가지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답니다.”

그는 “과연 누가 행복한 사람이냐”고 묻는다. 그의 대답은 이렇다. “꿈꾸는 사람.”

만약 자신이 꿈이 없었다면 삶이 무미건조했을 것임을 느끼고 있다. 결국 꿈이 그 사람을 이뤄가는 원동력이고 큰 꿈을 품으면 큰 꿈을, 좋은 꿈을 품으면 좋은 꿈을 이룬다는 것을 그는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의 꿈은 지금도 계속된다.

“대학원을 마치고 나면 영어가 나아지겠죠. 2년 후에는 영어로 설교할 것이고 3년 안에는 일어로, 5년 안에는 중국어로, 10년 안에는 독일어와 프랑스로 설교할 겁니다. 환갑 때까지 5개 국어를 마스터해 젊은이들에게 지식과 지혜를 나눠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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