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연주부터 운동까지 못하는게 없지요"

여든의 나이에 즐기는 취미생활

등록 2004.06.21 10:01수정 2004.06.2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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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민건식씨

민건식씨 ⓒ 권윤영

"일주일을 병원 진료, 아코디언과 색소폰 레슨, 수영 등을 하면서 바쁘게 보냅니다. 남들이 그 나이에 무슨 레슨이냐고들 하는데, 저는 더 잘하고 싶은 욕심만 생기더라고요.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뭐든지 열심히 하면 되는 것 아니겠어요?"


고령의 나이답지 않게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민건식(81)씨 앞에서는 나이가 무색해진다. 여든이 넘은 나이건만 지금도 건양대학병원에서 이비인후과 전문의로 활약하고 있는 것도 그렇거니와 그가 갖고 있는 다양한 취미도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의 취미는 음악부터 시작해 자동차, 사진, 수필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있다. 어느 것 하나 빠뜨릴 수 없는 인생의 즐거움이다. 그는 하모니카, 트럼펫, 색소폰, 아코디언 등 여러 악기를 다루는데, 특히 클라리넷 연주 솜씨가 수준급이다. 중학교 시절 우연히 듣게 된 클라리넷 멜로디에 현혹돼 시작한 것이 오늘날에 이른다.

"그 때만 해도 클라리넷은 보기 드물어 곡마단이나 유랑극단에서나 볼 수 있던 악기였어요. 서울에 전문적인 교향악단이나 밴드도 없었을 때니 클라리넷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죠."

클라리넷 멜로디에 마음을 뺏긴 그는 연주하는 음악이라도 들어볼 요량으로 레코드를 구입했다.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틈나는 대로 수도 없이 되풀이해서 듣던 그는 대학 입학 후 드디어 클라리넷을 시작했다.

대학 교향악단에서 연주했고, 광복 이후에는 사이언티스트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던 그는 병원을 개업한 후에도 틈틈이 연습을 해왔다. 부산시향과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협연했을 정도로 자타가 인정한 실력을 가졌다.

a 지금까지 수집한 레코드가 3천여장에 이른다.

지금까지 수집한 레코드가 3천여장에 이른다. ⓒ 권윤영

레코드 수집을 취미로 삼은 그가 지난 56년부터 수집한 레코드가 무려 3천여 장에 달한다. 음악 감상을 좋아하는 그에게 레코드 수집은 그 자체가 생활의 일부가 되고 또 다른 도락이 됐다. 한 장 한 장 수집하는데 고생이 많았던 만큼 그 레코드만 봐도 언제, 어떻게 구입했는지 그 당시의 추억이 고스란히 떠오를 정도.


"비록 플레이어에 걸어 음악을 감상하지 않아도 라이브러리에 나란히 꽂혀 있는 레코드를 보고 있노라면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이 솟아오릅니다. 레코드 수가 불어나면 이를 작곡가별 또는 지휘자별로 목록을 작성하는 것은 음악을 듣거나 레코드를 보는 것 못지않은 기쁨이에요."

그는 6년 전부터는 새롭게 아코디언을 배우기 시작했다. 클라리넷은 앙상블을 해야 연주가 더 즐거운 법이건만 젊은 시절, 그와 함께 악기를 연주하던 친구들은 악기에 손을 놓은 지 오래다.


"다시 해보자"는 그의 말에 친구들은 "이 나이에 무슨 악기를 하느냐"고 거절했고, 혼자서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악기를 찾은 것이 바로 아코디언이다.

어려서부터 유달리 기계 만지는 것을 좋아하던 그는 손재주 역시 탁월하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태엽을 돌리는 축음기를 만들어 손바닥만한 작은 판을 사서 들으며 자신이 만든 기계에서 나오는 신기한 음악소리에 감동돼 더 좋은 기계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이는 전축 만들기로 발전해 용돈이 생기면 진공관과 레코드를 사서 음악을 즐겼다.

기계를 좋아하던 만큼이나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카메라. 학창시절부터 직접 촬영하고 현상까지 한 그에게 8mm 카메라는 새로운 관심의 대상이 됐다. 스틸사진보다 생생한 움직임 속에서 오래전 과거의 추억을 되살려 볼 수 있다는 점이 그를 매료시켰다.

a 기계만지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편집도 직접 한다.

기계만지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편집도 직접 한다. ⓒ 권윤영

부모님 회갑연이나 생일, 야유회, 여행, 자녀들의 자라는 모습 등 그가 촬영한 분량만 수백 편에 달한다. 8mm는 쉽게 휴대할 수 있고 편집이 마음대로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그는 그것을 이용하기 위해 또 다른 노력을 하고 있다. 바로 컴퓨터 편집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배울수록 신기하기만 합니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 할 작업이었죠. 옛날 방식이 박혀 있어서 쉽게 이해가 가지는 않습니다만 아날로그 시대 사람이 디지털 시대 사람이 되려면 더 열심히 노력하는 수밖에요."

그는 인터넷을 이용하는 친구들이 많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메일을 주고받자. 그렇게 재밌고 편리할 수 없다"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몇 명은 시작했지만 대부분 친구들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컴퓨터를 배우느라 한창이다. 이메일은 물론 인터넷 검색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그는 요즘 자신의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있다. 그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클라리넷 소리와 함께 옛 사진들이 아련한 추억을 자극한다.

"2년 전 처를 잃고 보니 집안의 물건 하나하나가 처와의 추억에 사로잡혀 견딜 수 없었습니다. 이런 고통을 잊고 추억을 더듬어 홈페이지를 제작하게 됐어요. 내 취미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취지도 있고요."

그의 홈페이지에는 음악, 자동차, 사진, 수필 등이 담겨 있다. 수필은 그동안 원고청탁을 받아 써온 것들을 모아서 <남가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나왔다.

"악기연주를 더 잘해서 관중들 앞에서 인정받고 싶다"는 그는 "앞으로도 내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며 식지 않은 열의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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