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내학살 희생자 넋 위로하겠다'

[인터뷰] 신임 박병호 대전 동구청장

등록 2004.06.21 10:21수정 2004.06.2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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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박병호 대전 동구청장 ⓒ 심규상

"시급한 다른 일정이 없는 한 꼭 참석하겠다."

지난 6.5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열린우리당 박병호(58) 동구청장이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의해 희생된 일명 '대전산내학살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해 영혼과 유가족을 위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4일 예정된 '산내 위령제'는 군·경에 의한 학살사건과 관련 대전충남지역에서 자치단체장이 참석하는 첫 위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구청장은 지난 16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학살을 당한 것 자체가 참혹하고 안타까운 일"이라며 "억울한 영혼들을 후손들이 잘 받들어야 하는 만큼 청장이 가서 유가족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위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산내학살 문제는 전체적으로는 국가차원에서 (매듭을) 풀어야 하고 자치단체는 행정적 문제나 위령사업 등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구청장은 암매장지 내 들어선 교회건물과 관련해서는 "구청 측이 대법원 승소판결을 받았지만 건축주가 재산권 행사를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보상 및 공사중지 해지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라며 행정조치를 취하는데 난색을 표명했다. 그러나 박 구청장은 "더이상의 현장 훼손 방지를 위해 일일순찰을 강화하고 위령제 등에 다각적인 행정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BRT, 저렴한 도시교통문제 해결 위한 적절한 방안

시민단체와 대전시간 경전철과 BRT(급행버스시스템) 도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BRT 시스템 도입이야 말로 짧은 공사기간과 지하철 건설비용의 20분의 1 밖에 들지 않는다"며 "저렴한 도시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적절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 대전백화점 자리에 마권장외발매소를 유치하려는 일부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사행심 조장 등 지역만의 비판적 정서와 지역경제활성화라는 양 측면을 다각도로 검토해 시급히 결정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박 구청장은 "유치안을 처음보고 이미 서구에서 하고 있는데 중구에서 또 하면 양쪽이 쪼개 먹는 것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 경제적 효율성 면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 구청장은 전임 임영호 구청장에 대해 "참으로 열심히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멀쩡한 도로를 파헤쳐 불필요한 자전거 도로를 만든다든지 땜질식 리모델링 등 전시행정은 지양해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열린우리당 박병석 대전서갑 국회의원의 친형이기도 한 그는 "동생이 열린우리당 대전시지부장으로 있어 출마를 망설였다"며 "하지만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것처럼 동생에게 선거와 관련해 편파적인 도움을 받은 일은 일체 없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오후 동구청장 집무실에서 가진 박 구청장과의 인터뷰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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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7월 열린 산내희생자 위령제 모습 ⓒ 심규상

- 전임 청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나아가 전임 청장의 사업 중 계승해서 이어나가고자 하는 것과 버리고 새로 시작하려는 사업이 있다면?
"전임 임영호 청장은 참으로 열심히 일하고 자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구청장으로 좋은 평가를 하고 싶다. 전임 청장의 사업 중 주거환경개선사업과 도시재개발사업, 문화·복지 인프라 확충을 위한 사업은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멀쩡한 도로를 파헤쳐 자전거 도로를 만들거나 땜질식 리모델링은 지양, 예산을 절감해 복지시책 등 미래형 발전 분야에 투여하겠다."

- 선거 과정에서 힘들었던 일은?
"경선 주자로 늦게 합류에 타 후보들로부터 집중적인 경계와 공격을 받아 힘들었다. 또 경선부터 본 선거까지 3차례에 걸쳐 상대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한 탓에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적은 표차로 어렵게 당선된 것을 열심히 하라는 구민들의 경고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일하겠다."

- 동구 산내에는 한국전쟁당시 군경에 의해 학살당한 정치범 및 민간인들의 집단 암매장지가 있다. 동구청에서 지난 2001년 이곳에 건축허가를 내줘 교회건물이 들어섰고 때문에 암매장지를 비롯 유골이 훼손됐다. 다행히 늦게나마 건축공사중지명령이 내려져 공사가 중단됐고 대법원에서도 이같은 행정조치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그런데도 해당 건물이 교회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이유는 뭔가?
"대법원에서 구청이 승소판결을 얻었지만 건축주가 재산권 행사를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보상 및 공사중지 해지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는 지속적인 점검을 하고 있는 상태다."

"학살 당한 일 자체가 참혹하고 안타까운 일... 다각적인 행정지원 할 것"

- 희생자 유족회 등에서 오는 7월 4일 5번째 위령제를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 참석해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위로할 용의는 없나?
"학살 당한 일 자체가 참혹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억울한 영혼들을 후손들이 잘 받들어야 하는 만큼 청장이 가서 유가족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위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시급한 다른 일정이 없는 한 꼭 참석하겠다. 청장이 가서 따뜻한 마음으로 위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더 이상 형질변경이나 무허가 건축 등으로 현장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일일순찰을 강화하고 위령제에 협조하는 등 다각적인 행사지원을 할 계획이다."

- 현재 시민단체와 대전시 간 경전철과 BRT(급행버스시스템)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구청장께서는 지난 선거 당시 BAT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지하철 1호선 공사에서 보아 왔듯이 지하철이나 경전철은 막대한 예산이 들 뿐만 아니라 공사기간의 장기화로 교통체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짧은 공사기간과 지하철 건설비용의 20분의 1밖에 들지 않고 효율성도 경전철 못지 않은 BAT시스템이야말로 도시교통 문제를 해소하는 가정 적합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에 대한 용역이 6월 중 완료될 예정인 만큼 그 결과에 따라 대처할 계획이다."

- 동구고속철도 지상화, 역세권개발을 비롯 동남부권(가오·낭월지구)개발과 주거환경개선사업 등 큰 개발계획이 추진예정이거나 진행 중에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가 기대되지만 다른 한편 과다개발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역세권개발은 동구를 낙후와 침체의 그늘에서 도약과 전진의 계기로 바꿔 놓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남부권 핵심개발사업인 가오지구와 낭월지구 환경 개선사업은 본인이 민선 초대 때부터 시작한 일로 그 결실을 보는 것 같아 감개무량하다. 하지만 개발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관계기관과 수시로 조율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바람직한 개발이 되도록 하겠다."

"홍명상가 앞 공원 잘 유지돼야"

- 동구는 외곽 자연공원은 많은 반면 도심 내 공원은 극히 드물다. 도심 내 자투리 땅을 공원으로 조성할 용의는 없나.
"도심 자투리 땅을 최대한 확보해 쌈지공원(소공원)을 가꿔갈 생각이다. 장기적으로 대동천과 대전천을 생태하천으로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해 나가겠다. 이와 함께 24개 학교에 푸른 숲 가꾸기 조성사업과 10개 공공건물에 담장 없애기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 인근 상인들이 홍명상가 앞 공원을 주차장으로 만들어 달라는 요구와 현 공원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 있는데?
"먼저 우리 관할 구역이 아닌 중구청 관할임을 전제한다. 하지만 이곳은 도심 속 휴식공간이고 시민들의 만남과 추억의 장소다. 개인적으로는 주차장은 현재 하상 주차장이나 자투리 땅을 잘 활용해 마련하고 현 공원은 잘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 일부에서 옛 대전백화점 자리에 마권장외발매소를 유치하려고 하고 있다.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가.
"당선 직후 유치 안을 처음보고 서구에서 하고 있는데 중구에서 또 하면 양쪽이 쪼개 먹는 것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한편 동구의 대표적 건물중 하나인 대전백화점 건물이 비어 있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알고 깜짝 놀랐다. 어찌됐든 백화점 건물을 살려서 활성화시키는 건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시급한 문제다. 사행심 조장이라는 지역민의 비판적 정서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양 측면을 다각도로 검토해 가급적 빨리 결정하겠다."

"굶어 죽을지언정 돈에는 관심없다"

- 선거과정에서 시민단체로부터 공천부적격자로 지목되기도 했는데?
"당시 구의회에서 고발한 것을 놓고 시민단체가 나를 공천부적격자로 지목했다. 이미 여러차례 해명한 바처럼 무혐의처분을 받았다. 불교신도회 회장을 한 사람으로 하늘에 맹세코 돈을 받은 적도 본적도 없다. 정말 억울한 일이다. 시민단체에서 억울한 심경을 지금이라도 인정해 줬으면 좋겠다. 당시 정치적으로 비판하려고 한 것이지 사실이 아니다. 억울하게 쓰러지는 일이 없도록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 오늘도 간부회의에서 내가 굶어 죽더라도 돈에는 관심이 없으니 금품 줄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고 했다."

- 선거과정에서 친동생인 우리당 박병석 의원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는 구설수와 의혹이 많았는데.
"동생이 열린우리당 시지부장을 맡고 있어 구청장 출마를 마지막까지 망설였다. 하지만 일체 도움을 받은 바 없다. 경선자 명단에 들어간 것은 여론지지도 조사에서 1위를 했기 때문이다. 동생은 13명의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이었지만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선거과정에서 동생으로부터 편파적인 도움을 받은 일은 일체 없다."

- 구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내가 가진 모든 능력을 구민을 위한 일에 나눠 줄 생각이다. 최선을 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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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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