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는 물에서도 사는 거야"

[어른이 읽는 유치원교실]비 개인 날, 아이들이 개구리를 만났습니다

등록 2004.06.21 15:22수정 2004.06.21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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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던 비가 그쳤다. 비가 온 후 아이들과 텃밭에 심은 고추랑, 도마토, 가지, 호박들이 어떻게 있는지 가보자고 하니 신나서 소리소리 지르며 나간다. 아이들을 뒤따라 가봤더니, 텃밭에 관심이 있는 아이는 없고 "선생님, 청개구리 잡았어요"하며 떠들썩하다.

성은이의 들뜬 소리 뒤로 모두들 한두 마리씩 잡아서 손에 쥐고는
자랑삼아 내 보인다. 쥔 손을 열어 내게 보인 청개구리들은 당황해 팔짝 뛰어 아이들 어깨며 목으로 뛰어 가고, 아이들은 또 잡아서 손에 가두고….

a 야, 청개구리다

야, 청개구리다 ⓒ 신영숙

비가 온 뒤에 유치원 주변엔 청개구리가 모두 산에서 내려왔나 보다. 호박 잎에서도 폴짝, 계단에서도 폴짝, 모래놀이장에도 폴짝, 돌 위에도 폴짝…. 아이들은 장난감 삼아 노는 것이 마냥 즐거워서 청개구리들이 괴로워하는 것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애들아, 개구리들은 어디서 살까?"

개구리들을 놓아 줄 기회를 주려고 물었더니,

"산에서요. 물에서요. 호박 잎에서요."
"정말이니? 정말 물에서도 사니? 선생님은 잘 모르겠는데…."
"야, 우리 물에 넣어보자!"

a 개구리는 물에서도 사는 거야.

개구리는 물에서도 사는 거야. ⓒ 신영숙

다경이의 말에 아이들은 모두 물가로 달려가서 물에 넣어준다. 개구리들은 헤엄쳐서 아이들 손이 못 미치는 곳으로 가고, 아이들은 아쉬워서 계속 물가를 들여다보기만 한다. 막대기로 어찌해보려 해도 계속 건드려 보고…. 그런 와중에도 성은이는 "아깝다"며 "자기 것"이라면서 절대로 물에 넣지 않으려 한다. 개구리가 도망간다면서….

"성은아, 성은이 목숨도 한 목숨이지? 개구리 목숨은 몇 목숨이야?"
"개구리도 한 목숨이요. 그렇지만 내 거예요."
"성은이가 그렇게 계속 손에 가지고 있으면 개구리가 많이 아파하는데 어쩌지?"


a 자유란 사람도 소중하지만 청개구리도….

자유란 사람도 소중하지만 청개구리도…. ⓒ 신영숙

성은이의 얼굴은 이내 시무룩해지고, 옆에 있던 중희가 "야, 불쌍하잖아. 우린 죽으면 천국가니까 두 목숨이지만 개구리는 한 목숨이잖아"하고 말한다. 교회를 다니는 중희의 말에 모든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성은이를 보면서 놔주라고 하니, 성은이가 겨우 맘을 돌린다.

"그럼 호박 잎에 둘께요. 나중에 다시 여기 있지요?"


마지못해 다음에도 거기 그렇게 있을거라고 생각하면서 놓아준다. 아이들 손에서 놓여난 개구리들은 모두 어디론가 가고 아이들은 곧 다른 새로운 놀이 거리를 찾아 낸다.

a 하지만 아쉽다.

하지만 아쉽다. ⓒ 신영숙

산에서 내려온 물 때문에 오랫만에 도랑에 물이 흐른다. 그곳에 돌 하나를 놓고, 징검다리를 만들었다면서 아이들은 셀 수 없이 건너본다. 그냥 한걸음 밖에 안 되는 도랑인데 일부러 돌을 딛고 올라선다.

"저기 노란 꽃이 있어요!"

도랑을 건너던 은사의 외침에 모두 눈들어 숲을 보니 이번 비에 피어난 원추리꽃이 고개를 내밀고 웃고 있다.

a 아직 이별은 안 된다면서 손에 꼭 쥐고 징검다리를 건너는 성은이

아직 이별은 안 된다면서 손에 꼭 쥐고 징검다리를 건너는 성은이 ⓒ 신영숙

교실에 들어와 책과 인터넷 자료들로 찾아서 만나본 개구리들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려준다. 개구리는 호박 잎이나 풀 잎을 먹는 것이 아니라 곤충이나 벌레를 먹는다는 것. 다리는 앞다리는 네 개이고 뒷다리는 다섯 개라는 것. 또 비가 온 후에 많이 돌아다닌다는 것, 비 오는 날이나 물이 많으면 좋아한다는 것, 물이나 산이나 풀 속에서 산다는 것, 개구리도 나처럼 한 목숨 밖에 없으니까 가만가만 가지고 놀다가 돌려 보내줘야 한다는 것 등….

a 저기, 노랑꽃이다!

저기, 노랑꽃이다! ⓒ 신영숙


a 6월의 숲에 노랑등불 원추리꽃

6월의 숲에 노랑등불 원추리꽃 ⓒ 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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