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희아빠의 패션이 전문 땅꾼이라고 해도 믿을만 하다.오창경
“우리 영림이 엄마는 뱀을 보면 때려잡는다니까요. 시골에 살면 그 정도는 해줘야죠. 그 까짓 거 짱돌 하나 가져다가 대가리를 팍 눌러버리시지. 히히….”
“놀리지 말고 얼른 들어가서 치워달라니까요. 얼른.”
이렇게 여유를 부리는 영림이 아빠와 달리 남편의 얼굴은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는데 그 와중에도 카메라는 챙겨 들고 있었다. 남자들이 뱀을 꺼내 사진을 찍고 뱀이 들어 온 구멍을 살펴보는 동안 나는 바깥에 있었지만 묘한 호기심이 동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우리가 처음 이사를 왔던 5년 전에는 산마다 뱀그물이 쳐져 있었고 온 동네 사람들은 뱀을 잡으러 다녔다. 나는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남편은 우연히 뱀이 가득 든 자루를 차에 싣고 다니는 동네 사람의 차를 탔던 기분 나쁜 기억을 가끔 이야기하곤 한다.
지금은 뱀 그물 설치를 막고 뱀을 잡는 사람들을 단속하기 때문에 뱀의 개체수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모양이다. 작년에 비해 도로에 치어 죽는 뱀도 올해는 유난히 많이 눈에 띄고 올해 벌써 나는 뱀으로 인해 기함을 한 것이 몇 번째인데 오늘 결정적으로 내 전용 공간인 주방에서 뱀과 마주치게 된 것이다.
이러다가 나도 영림이 엄마처럼 뱀을 맨손으로 때려잡는 여전사(?)처럼 변신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