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겐 여기가 제2의 집

대구 서구 평리동에 문 연 새물공부방, 주민책방 사업도 준비중

등록 2004.06.24 13:25수정 2004.06.28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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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서구의 시민단체 주민과 선거에서 마련한 공부방에서 아이들이 종이접기 수업을 하고 있다.

서구의 시민단체 주민과 선거에서 마련한 공부방에서 아이들이 종이접기 수업을 하고 있다. ⓒ 평화뉴스

평리초등학교 5학년 수연이는 오늘도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대구 서구청 근처에 있는 작은 공부방으로 향한다. ‘주민과선거’라는 시민단체에서 마련한 이곳 ‘새물공부방’에서 수연이는 동생 지연이와 친구 선우, 6학년 오빠인 교수와 매일 함께 공부한다. 이들은 지난 4월 초 공부방이 생기면서 처음 만났지만 지금은 친형제와 다름없을 정도로 친하다.

이곳 일꾼으로 공부방 사업을 맡아 하는 사람은 김은정(25)씨. 평일마다 어김없이 공부방을 찾는 아이들을 돌보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처음에는 낯설어 하던 아이들이 어느새 친해졌어요. 지금은 장난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지만, 구김살 없이 밝게 생활하는 모습에 때로는 제가 힘납니다.”

현재 서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저소득 가정이나 편부모와 실직자 가정이 많은 편이다. 공부방을 이용하는 아이들도 이런 이유로 저녁 때가 돼서야 엄마아빠를 볼 수 있거나, 혹은 부모와 떨어져 살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주민과선거에서 운영하는 공부방은 아이들이 마음 편하게 공부하고 안전하게 놀다 갈 수 있는 제2의 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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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뉴스

주민과선거는 지난 1999년부터 서구 지역에서 선거감시활동과 함께 주민사업에 힘써 온 단체다. 처음에는 대구서구바른선거모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다, 지난 2001년 비슷한 성격의 단체인 함께하는주민모임과 통합해 주민과선거로 거듭났다.

이들은 서구에서 의정감시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고, 선거철이면 공명선거를 위한 유권자 캠페인도 연다. 또, 무료법률상담과 세무 상담도 맡고 있다. 이들은 최근 교육의 사각지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형편이 힘든 아이들이 맑고 깨끗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지금의 새물공부방을 마련했다.

김씨는 이곳을 운영하기 위해 그동안 대구 지역의 대부분의 공부방을 돌아 봤고, 함께 아이들을 돌봐 줄 자원봉사자를 찾는 데도 힘을 쏟았다. 현재 대학생 자원봉사자 3명이 아이들을 돌봐 주기 위해 요일별로 이곳에 들르는데, 각각 공부와 수화, 종이접기를 가르쳐 준다. 자원봉사에 나서는 사람이 드문 요즘, 아직 제대로 틀이 갖추어지지 않은 공부방에 선뜻 자원봉사자로 나서준 이들이 김씨는 고마울 뿐이다.

주민과선거에서는 공부방뿐 아니라 주민들에게 책을 기증 받아 빌려 주는 '주민책방'도 준비하고 있는데, 우선은 회원들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하고 있다. 또, 서구의회 모니터 활동에도 더욱 힘쓰는 한편, 공부방도 내부 환경을 더 갖춰 아이들도 늘리고 고학년과 저학년을 나눠 체계적으로 운영하려고 한다.

a 공부방 운영을 맡고 있는 김은정씨.

공부방 운영을 맡고 있는 김은정씨. ⓒ 평화뉴스

실무를 담당하는 김씨는 요즘 여기에 필요한 일손을 어떻게 감당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앞으로 지금보다 더 많은 아이들과 주민들이 이곳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제예요. 그러려면 더 많은 자원봉사자가 필요한데, 요즘은 아무리 알려도 자원봉사를 하려는 사람을 쉽게 찾을 수가 없어요."

공부방 사업은 그나마 자원봉사자들이 있어 힘을 덜 수 있었는데, 며칠 전 그들 가운데 한 명이 그만두면서 김씨의 고민이 더 커졌다.


하지만 김씨의 고민도 아이들의 밝은 웃음 앞에서는 사라져 버린다. 일꾼이 많든 적든 자신이 아이들의 웃음을 지켜 줄 수 있고, 즐겁게 집으로 돌려 보낼 수 있어 보람된다는 김씨.

"공부방이 제자리를 잡으려면 규모를 늘리기보다 좀 더 내실을 다지는데 힘써야 될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는 이곳이 학교나 가정보다 더 중요한 공간일 수도 있는데 그것을 지키는 것이 제가 할 일이예요.”

김씨의 말에서 아이들의 힘이 되겠다는 의지가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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