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꿔서 대학 세우고 학교돈 수백억 빼돌려

[특별기획-사립학교법 개정 1] 사학비리의 '종합선물세트' 동해대

등록 2004.06.30 15:43수정 2004.07.0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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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 비리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사립학교법이 오히려 비리를 방조하거나 혹은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습니다. 최근 사립학교법개정국민운동본부는 결의대회를 갖고 올해 사립학교법 개정을 위해 전력투구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국민운동본부와 공동으로 사립학교법 개정을 위한 [특별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네티즌 여러분들의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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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총학생회와 학벌없는 사회 등 교육시민단체들은 지난 해 12월 23일 오후 서울 종묘공원에서 집회를 열어 동덕사태 해결에 교육부가 적극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 석희열

1999년에 사립학교법이 개악되고 2000년과 2001년의 사립학교법 개정 운동이 실패한 이후, 사학 비리 및 분규 사태가 발생빈도, 비리의 규모와 방법 면에서 더욱 더 문제가 심화되고 있어 이번 17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사립학교 비리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수많은 사립학교 분규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동덕여대는 지난 해 11월 5일 이후 민주적이고 투명한 학교 운영을 요구하는 69일 동안의 수업거부로 집단 유급 위기를 겪었으며, 현재는 합의사항 이행문제로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다. 세종대는 회계 부정 사건으로 이사장이 검찰에 기소됐으며 교수 부당 해임 사건 등으로 분규가 진행중이다.

김포대는 이사회 부당 운영 및 비민주적 학교운영 문제로 분규가 진행중이고, 동국대는 교비 불법전용 문제로 학내 분규중이며, 경북외국어테크노대는 설립자인 전 국회의원 박재욱씨가 학교운영비 107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올해 1월 구속되어 재판이 진행중이다. 그 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사립학교 법인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사립학교법 개정 실패가 대규모 사학비리 불렀다

현재의 사립학교법은 1999년 개정 절차를 거치면서 오히려 개악이 되었다는 오명을 쓰고 있다. 사립학교법이 개악된 1999년 이후, 사학 비리가 심해지고 분규가 격해지고 있는 현상은 각종 조사 보고서에도 잘 나타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소장 박거용 상명대 교수)가 지난 6월 13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1999년부터 2003년까지 교육부 종합감사를 받은 38개 사립대에서 횡령, 또는 부당 회계처리에 의해 발생한 손실금 집계액이 2017억5440만원에 달한다. 이 손실금의 연도별 발생 추이를 보면, 1999년 587억원, 2000년 124억원, 2001년 388억원, 2002년 258억원, 2003년 649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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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같은 자료에서 학교 내 분규 및 회계부정으로 교육부가 임시이사를 파견한 사립학교법인 현황을 보면 2000년을 기점으로 임시이사를 파견해야 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 학교가 크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을 모두 포함해 지난 1988년부터 1999년까지 12년 동안 10개 대학에 임시이사를 파견한 것에 비해, 지난 2000년부터 2003년까지는 4년 동안 11개 대학에 임시이사를 파견했다. 사립학교법 개정 운동이 실패한 이후, 그만큼 회계 부정 등 사학 비리가 심하게 저질러진 결과다.

이런 현상에 대해 변성호 '사립학교법개정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최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는 국민적 관심이 높았고 정치권도 재정 비리 불용 입장 분위기 속에서 사학재단들이 잠시 주춤했으나, 그 후 법개정안이 16대 국회에서 상정조차 되지 않고 관심이 멀어진 가운데 오히려 교권침해 문제와 횡령과 불법전용 등 재정관련 비리문제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해대 비리는 사립학교법 개악의 필연적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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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대 농성장

사립학교 비리로 학내 상황이 심각한 상태에 빠진 예는 여러 학교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 중 지난 5월 31일 발표한 동해대에 대한 교육부의 종합감사 결과는 역대 여느 사학 비리사건과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규모가 컸다.

동해대는 사립학교 재단비리 유형을 모두 망라하는 사례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설립자이자 당시 총장이었던 홍희표씨는 현재 구속중이다.

개인 횡령 204억6천만원, 불법전용 102억7천만원, 허위 출연 110억원으로 총 400억원이 넘는 회계비리를 저질러 규모뿐 아니라, 개인 횡령이 절반에 이를 정도로 많다는 점, 대학 설립 자체가 교육부 인가 신청시 단기사채를 끌어들여 '통장에 넣었다 빼가기식' 불법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개인 횡령 부분의 경우 개인 대출금 상환, 빌라 구입비, 아파트 관리비, 개인사무실 운영비, 변호사비, 자신이 설립한 사업체들의 운영비 등에 썼다. 또한 4년제 대학으로의 변경과 전문대 설립 과정은 오로지 남의 돈으로 대학을 설립하여 다시 학교운영비를 빼돌려 메꾸는 방식인데, 예전에 이미 여러 대학재단들이 써먹던 '문어발식 대학 설립' 방법 그 자체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 이 대학 운영이 얼마나 부실했겠는가 짐작이 가고도 남는 일이다.

비리 유형을 보면 다른 사학비리에서 나타났던 모든 수법이 동원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① 허위서류 작성에 의한 횡령, ② 급여 등 인건비 착복, ③ 학교운영비 불법 전용, ④ 유령직원 채용, ⑤ 부당 대출금 사용(교직원들 명의로 자신이 소유한 신용금고에서 대출받게 하여 차입한 뒤 학교의 인건비, 공사비 등으로 사용) 등이 그 방법이다.

이같은 대규모 비리가 가능했던 이유

그런데 왜 이 같은 대규모 사학비리가 다 곪은 후에야 터져 나오게 되는 것일까? 우선 학교의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이사회 구성원을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2003년 재단 임원 현황표(동해대 소속 학교법인 광희학원)

직위 성명 홍희표와의 관계 등
이사장 H씨
이사 홍희표 본인, 설립자, 동해전문대학 이사장, 학장 역임
이사 K씨 동네 지인, 동해전문대학 이사장 역임
이사 K씨 지인, 동해전문대학 학장 역임
이사 H씨 동네 친구, 재단 내 고교 교장 역임
이사 H씨 친동생
이사 P씨 재단 내 고등학교 교장
이사 H씨 동네 친구
이사 J씨 평창대학설립추진위원장
감사 C씨 동네 지인
감사 H씨  

ⓒ /동해대 교수협의회
이사 중 홍희표씨와 그 동생이 이사로, 처가 이사장으로 있어 당장은 사립학교법상의 친족 이사 제한 비율인 3분의 1을 충족하고 있으므로 법률상의 문제는 없다.

그러나 나머지 6명 이사들 모두가 설립자이자 전총장인 홍씨의 지인, 학교 선배, 재단 내 학교장들로 구성되어 이들은 그동안 설립자 홍씨의 행태를 견제하기보다는 거의 형식적인 거수기 노릇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사회를 감시해야 할 감사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구성된 이사회가 제 기능을 못했다는 것은 교육부 감사결과 자료 중 '이사회 부당 운영'에 관한 지적사항에 잘 나타나 있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개최한 것으로 되어 있는 이사회 회의록 총 82회 중 48회가 허위, 단 한 차례도 감사를 실시하지 않고 허위 보고, 이사들이 학교에 도장을 맡겨놓고 허위 서류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족벌이사회보다 심각한 족벌 학교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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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대 교수들과 학생들의 시위 장면

문제는 이사회의 한계로 끝나지 않았다. 이사회 구성은 사립학교법에서 친족 선임에 대한 제한 규정이라도 있지만, 친인척의 교직원 채용 및 보직 임명에 대해서는 현재 아무런 규제 조항이 없다.

동해대 재단의 경우, 학교 운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학교의 장, 주요 보직, 회계담당 책임자, 교직원 등에 무려 20여명을 상회하는 인원의 친인척, 지인 등이 교직원으로 채용되어 요소 요소에 배치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정도라면 내부에서 벌어지는 문제가 외부로 유출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동해대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 이같은 대규모 사학 비리는 단지 동해대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동해대에서 밝혀진 각종 비리 형태는 동덕여대, 세종대, 김포대 등의 다른 사립학교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2003년 주요보직자 현황(동해대 소속 학교법인 광희학원)

성명

홍희표씨와 관계

직책

H씨 유급조교(실제 근무 안함)
H씨 아들 입시기획처 직원(실제 근무 안함)
H씨 동생 재단 관련 건설업체 실세 임원
H씨 동생 재단 관련 건설업체 임원
H씨 동생 재단 내 고교 행정실장
G씨 사위 교수
H씨 조카 직원
K씨 질부 교수
H씨 친척 00처장
H씨 지인의 아들 00과장
H씨 친척 보직교수
H씨 친척 00처장
H씨 친척 보직교수
H씨 친척 기숙사
G씨 동네 친구의 처조카 교수
J씨 동네 친구의 처조카 00처장
K씨 동네 친구와 사제지간 신임총장
J씨 동네 지인 기숙사 사감
M씨 지인의 아들 보직교수
I씨 선배 재단 관련 건설업체 사장
S씨 동네 지인 재단 내 중학교 교감
J씨 친척 창업보육센터 근무

ⓒ /동해대 교수협의회
이처럼 학교의 모든 권력을 틀어쥐고 있는 사람들의 도덕적 불감증 속에 사립대 분규와 비리문제가 끝없이 재생산되고 있는 것은 현행 사립학교 제도가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와 학생 등 사립학교 비리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대다수 사립학교 구성원들은 현재와 같은 사립학교법으로는 근본적으로 사학 비리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사립학교법이 사학 비리를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들이 학교 민주화를 위해 사립학교법 개정을 촉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더 이상 사립학교를 교육의 전당이 아닌 비리의 전당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사립학교법이 온존하는 한, 동해대 사건과 같은 형태의 사학 비리는 다른 사립학교에서 다른 형태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제 감독청인 교육부와 사립학교법 개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회가 이 문제의 당사자로서 해결에 나서야 할 때이다.

동해대 주요 보직에 '홍씨'가 많은 것은 당연?

이사장 친인척과 지인들이 주로 학교 주요 보직을 맡고 있는 것에 대해 지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재단 상임이사를 역임한 홍아무개씨는 21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동해시는 600년 전부터 남양홍씨 교수공파의 집성촌이었다. 그러니 홍씨가 많은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그리고 아는 사람을 뽑는 것이 모두 나쁜가? 정당하게 노력해서 들어온 사람들을 매도하는 교수협의회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교수협의회가 마음의 문을 열고 먼저 학교를 살리는 길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홍아무개 상임이사의 발언에 대해 동해대 교수협의회 소속 이덕찬 교수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발언이다. 더구나 교수협의회가 학교 문을 닫게 한다고? 오히려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문을 닫을 상황이었다. 작년부터 홍희표 총장은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올인하면서 학교 돈을 많이 빼갔다.

현재 대학 통장에는 잔고가 20만원밖에 없다. 교수들은 3개월 동안 임금 한 푼 받지 못했다. 국회의원이 되면 모두 해결할 수 있다며 올해 4월 1일로 예정된 대학종합평가 준비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110명 교수들 중 86명이 동해대교수협의회에 참가한 것이다"고 말했다. / 최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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