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왜 '외교부책임론'을 물타기하나 | | | | 오늘 (25일) 조선일보는 사설과 기사 등을 통해 외교부에로 돌아가야할 화살을 NSC로 돌리고 습관적인 '대통령 흔들기'로 이번 사태를 몰아가고 있다.
국민들은 이번 김씨 피살사건을 접하며 정부의 이라크파병 강행방침에 분노하는 한편 외교통상부의 안일한 대처에 허탈해하고 있다. 외교부는 김씨가 납치된 시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추가파병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김씨피랍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특히 AP통신이 이미 지난 3일 외교부에 김씨의 실종여부를 문의한 바 있다고 발표해 외교부 문책론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신문들은 25일 외교부행적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진상규명'과 '외교부문책'을 주장했다. 경향은 사설에서 "외교부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내부 구조조정을 단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고, 중앙일보도 "외교부의 정보수집 및 대처능력을 반추해보면 한심하다"며 "외교부의 허술하고 안이한 대처능력이야말로 첫 번째 개혁대상"이라고 일갈했다. 동아일보도 "외교부는 정부가 제대로 대응했다면 비극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허술한 재외국민 대책을 질타하는 국민의 분노를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역시 사설 '피랍방치 의심받는 외교부'에서 외교부를 문제삼았다.
그러나 유독 조선일보만은 이번 사태의 1차적 책임대상으로 '외교부'를 지목하지 않고 정부 전체의 문제로 확대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외교부 책임론'을 물타기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사설은 우선 제목부터 다르다. 다른 신문들이 '피랍방치 의심받는 외교부'(한겨레), '외교역량 이수준인가' (경향), '외교부가 김씨 피랍사실 묵살했나'(중앙) 등의 제목으로 외교부를 지목한데 비해 조선은 '외신은 문의했는데 정부는 몰랐다니'라는 제목으로 '정부'라는 표현으로 뭉뚱그렸다. 사설에서 부분적으로 외교부의 대응행태를 기술한 조선일보는 "납치사실을 알고난뒤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차라리 처참하기까지 했다"는 자극적인 발언을 한뒤 사설말미에서 본심을 드러낸다. 조선은 사설 말미에 "국민 눈에 비친 이 정권의 파병 준비는 여당 의원들은 파병 재검토를 외쳐대고 대통령이 이들을 불러 다독거리는 게 고작이었으니 국민들이 정부를 향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게 이상하지 않은 것"이라며 화살을 외교부가 아닌 열린우리당의 파병반대목소리와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다.
조선일보의 속내는 5면 기사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외교부가 아닌 NSC와 국정원을 질책하고 나선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번 사태를 "국가안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건"이라고 규정짓고, "평상시 재외교민 관리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는 외교통상부와 함께 안보 정보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국정원과 국가안정보장회의도 핵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국정원과 NSC를 끌어들였다.
조선은 이 기사에서 정보수집의 수준, 미국 CIA와의 정보교환, 김씨 구출을 위한 교섭과정에서의 역할론, 이라크 파병과 관련된 테러 대책에 대한 준비 문제 등을 거론하며 국정원을 비판했다. NSC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사 말미에 "국가안보 사령탑인 국가안전보장회의도 국정원과 별 차이가 없다"며 "외교부의 엉터리 보고는 이종석 차장 등 NSC측도 참석한 회의에서 나왔고 NSC가 이와 다른 판단을 했다는 흔적은 전혀 없다"고 이종석 차장을 거론했으나, 그 외에 NSC와 관련한 뚜렷한 비판이 없어 NSC 책임론이 억지라는 것을 조선일보 스스로도 드러냈다.
조선일보의 NSC, 국정원 끼워넣기는 사실상 '외교부 책임론'에 대한 '물타기'에 지나지 않는다. 조선일보가 엉뚱하게도 외교부의 역할을 '평상시 재외교민 관리보호'로 규정짓고 나선 것 역시 같은 맥락인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의 역할이 언제부터 '평상시 재외교민 관리보호'에 국한되었는가. 백번 양보해 조선일보의 전제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핵심사안은 외교부가 '57명' 밖에 되지 않는 이라크 현지 교민들에 대한 '관리보호'에 소홀히 해 무려 20여일 이상 김씨의 실종을 방치해왔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무리하게 NSC와 국정원을 끌어들이기 위해 국정원과 NSC의 정보수집 능력을 걸고넘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과 NSC도 책임질 것이 있으면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외교부에 대한 문책이 우선이다. 조선일보가 '외교부책임론'은 의뭉스럽게 뭉개고 NSC와 국정원을 거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 기회에 그간 눈엣가시로 여겨왔던 외교안보라인 내 '개혁인사'를 낙마시키려는 의도는 아닌가.
우리는 조선일보의 이러한 보도태도가 이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내에서 '반기문문책론'이 제기된 상황에서 나온 것에 주목한다. 조선일보가 이번사태의 책임범위를 NSC와 국정원으로 넓히는 의도가 '외교부책임론' 다시말해 '반기문문책론'을 '물타기'하려는 것이라는 사실을 독자들 또한 모르지 않는다.
'제2, 제3의 김선일을 만들지 않기 위한 대책'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파병철회 이외의 대책은 없다는 것이 본연대의 판단이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대통령은 파병철회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이번 김선일피랍사건에 있어 외교부책임은 매우 크다. 무려 20일 이상 피랍상태가 지속되었는데 외교부가 외교역략을 집중해 김씨를 구출하기 위해 노력한 시간은 24시간밖에 되지 않는 다는 점은 매우 충격적이다.
지금 제기되고 있는 외교부를 둘러싸고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은 진상규명되어야 한다. 그리고 외교부가 김씨피랍사실을 몰랐다면 그 무능함에 대해 책임져야한다. AP통신으로부터 김씨피랍확인관련전화를 받고도 아무조치를 취하지 않은 외교부 고위관료는 도의적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만일 김씨피랍사실을 알고도 조직적으로 은폐한 것이라면 이는 '무서운 범죄행위'로 외교부는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반기문외교부장관은 물러나는 것을 포함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조선일보는 이런 사태를 두고도 외교부 내 친미라인을 옹호하기 위해 '술수'를 부리려는가. 지금은 총독부치하의 일제시대가 아니다. 70년 유신독재시대도 아니다. 80년 전두환 군부정권 치하 역시 아니다. 국민은 종이신문으로부터 세상소식을 접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조선일보는 명심해야 한다. 조선일보는 쌍방향의사소통시대에 '권부와 조선일보 커넥션속에서 여론을 조작하던 방식'을 고집하려는가. /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