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관 위기 여성생활사박물관 , 각계에서 살리기 나서

여주군 소재 여성전문박물관 임대료 못내 전시유물 압류돼

등록 2004.06.25 20:00수정 2004.06.2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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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하나 뿐인 여성생활사박물관(경기도 여주군 강천면 굴암리)의 전시유물들이 가압류 당한 상태를 나타내는 '압류물표목'을 붙이고 있어 찾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 압류물표목(사진 원안)은 여성생활사박물관이 여주군교육청에 납부해야 할 2002년과 2003년도 임대료 5200만원을 체납함에 따라 법원 결정에 따라 붙인 것으로 현재 여성생활사박물관은 올해 2월 24일자로 계약이 만료되어 현재는 무단 점유 상태에 있다.

지난 달 30일부터 오는 30일까지 '2004 여성문화예술제'가 열리고 있는 여성생활사박물관에는 전국의 문화예술인과 여성계 인사들은 물론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찾고 있다. 박물관측은 입장객들에게 입장권 대신 빨간색 압류물표목을 빗댄 '압류인표목'을 붙여주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여성생활사박물관은 지난 2001년에 폐교된 곳에 천연염색가 이민정씨 가 설립한 전문박물관으로 직물과 직물 관련 용기, 부엌에서 쓰던 그릇, 멋을 내는 장신구와 옷가지, 가구 등 한국 여성의 생활사를 집대성한 공간으로 여성들의 손때가 묻은 생활용품 3천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여성생활사박물관이 임대료까지 연체하게 된 것은 관람객 입장료 수입에만 의존하거나 설립자의 사재출연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등 사설박물관들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지적이다.

여성생활사박물관의 운영은 소액의 입장료와 이민정 천연염색가의 작품판매와 강연수입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에만 의존하는 열악한 수익구조로, 박물관이 보유한 유물전시공간의 확장은커녕 유지보수 및 관리도 힘든 터에 결국 임대료까지 연체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문화예술계와 여성계·지역문화예술계 인사들 뿐 아니라 일반 관람객들까지도 희소가치가 있는 여성생활사박물관을 살려야 한다는데 입을 모은다.


a 여성생활사박물관 전경. 원안은 유물전시대에 붙은 압류물표목.

여성생활사박물관 전경. 원안은 유물전시대에 붙은 압류물표목. ⓒ 이장호

여주지역 문화계의 한 인사는 "여성생활사박물관의 문제는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임대료 체납 사태와는 성격이 다르다"며 "비약된 논리가 될지 모르지만 여주군이나 교육청이 투자·인수해서라도 살려야 할만한 가치가 있는 박물관"이라며 지역기관의 문화에 대한 몰이해를 비판했다.

이런 사정이 알려지자 시민단체들은 여성생활사박물관을 살리기 위해 100만인 탄원서명과 함께 기금 모으기에 나섰다. 지역 문화예술계에서는 여주군에 있는 소중한 문화자원의 하나가 이 지경이 되도록 지역사회와 자치단체가 무심한 것에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여주군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은 법과 규정에 따라 공무집행을 해야하는 입장일 수밖에 없다"며 "여주군에 들어와 있는 문화재산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화예술사업을 하는 분들이 계약을 갱신하는 때는 좀더 적은 금액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관련규정을 고쳤다"고 말했다.

현재 여성생활사박물관에서는 이달 말까지 전통여성유물전(약1천점)과 천연염색·회화·도예·조각·사진·동판시화·전통악기를 전시하고 있다.

※ 문의: ☎031-882-8100, 8108. www.womanlif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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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에서 지역신문 일을 하는 시골기자 입니다. 지역의 사람과 역사, 문화에 대해 탐구하는 것에 관심이 많으며, 이런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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