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언론인 김민웅 목사오마이뉴스 김태형
"보통 진보 진영에 있는 사람들은 (김씨 피살 사건으로 인해) 파병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대중들의 생각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당했다'라는 경험은 전쟁을 끌고 나가는 굉장한 추동력이다. 이런 심리가 일정하게 유포되고 이것을 누군가가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한다면 파병반대 운동은 중요한 고비를 맞게 될 것이다."
재미언론인 김민웅 목사의 지적이다. 김 목사는 23일 언론광장 토론회에 참석해 김선일씨 피살 사건과 관련 "보복·응징·복수를 선동"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 태도를 문제 삼고, 파병찬성 여론의 확산이 초래할 위험성을 경고했다.
김 목사는 우선 전쟁을 수행하는 세력이 '인질 사건'을 어떻게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는지를 간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오랫동안 전쟁을 경험한 전쟁국가"라며 "김씨와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정치적·대중적으로 어떤 현상이 일어나고 그 대응논리는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이미 준비가 다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당했다는 국민 분노 이용하는 세력 경계해야"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9·11 사건 이후 미국 내 여론. 김 목사는 9·11 사건 직후 '테러에 굴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부시 대통령의 선언이 대중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 지적했다.
김 목사는 "당시 미국에서는 '그래, 우리가 당할 수만은 없다'는 여론이 팽배했다"며 "이렇게 '당했다'는 경험이 미국의 대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침략을 이끌어나가는 매우 중요한 추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김 목사는 "이러한 맹목적인 분노가 결국 '누가 이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겠지만, 이거 뭐라도 해야 되는 거 아냐, 어떤 놈이든 작살내야 되는 것 아냐, 걸리면 죽어'와 같은 여론으로 이어졌다"며 "더욱 심각한 점은 이런 심리를 언론이 유포하고 또 이것을 누군가가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3일 노무현 대통령이 발표한 대국민담화에 대해 김 목사는 "부시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네오콘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한 것"이라며 "이러한 논리를 경계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이를 더 부추기고 조장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의 언론 상황에 대해 김 목사는 "미국의 세계전략 속에 끌려 들어가고 있는 우리 민족의 운명을 저지하기는커녕 전쟁 수행 세력의 이해와 입장을 대변하기에 급급한 상황"이라며 "치열하고 처절하고 심각한 자세로 민족 전체의 생존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