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우씨! 운전면허가 2종 보통에 오토네!"

남자의 면허증은 꼭 1종이어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세요

등록 2004.06.26 17:45수정 2004.06.2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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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 6년차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나는 아직 차가 없다. 그나마 운전면허증은 주변의 성화에 못 이겨 5년 전쯤에 새벽잠을 참아가며 2개월을 고생한 끝에 손에 쥐었고 그 이후에도 특별히 운전을 해 본 기억은 없다.


부모님은 물론 누님까지도 “웬만하면 중고차라도 하나 사야 하지 않겠니?“하며 은근히 내게 자동차 구입을 권한다. 그 때마다 내가 ”특별히 필요하지도 않은데 뭣 하러 사?"라고 되물으면 돌아오는 말은 바로 “차가 있어야 결혼을 하지! 차 없는 사람을 누가 좋다고 하겠냐?”이다.

꼭 차가 있어야 결혼을 하는가?

내 주변의 친구들 중에는 차 없이도 결혼해서 잘 사는 친구들이 많다. 부부 모두 출근은 지하철로 하고 주말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까운 교외로 나들이를 가며 퇴근한 와이프와 함께 만나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추억을 이야기하곤 한다. 만약 차가 있었다면 퇴근 후에 즐거운 자리를 만끽하기보다는 차 가지고 갈 걱정이 앞서는데 말이다.

집에서 지하철역까지는 걸어서 5분, 회사까지는 지하철로 30분이면 충분하기에 나는 사회생활 하는데 승용차 없이도 별다른 무리가 없다. 나의 회사 업무 역시 종일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전부이고 회사 일을 마치면 동료들과 맥주 한 잔 하고 바로 집으로 퇴근하면 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승용차의 필요성은 거의 없다.

그런데 굳이 차를 소유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결혼을 하고 가족이 늘어나면서 멀리 이동하거나 주말에 멀리 여행을 가거나 할 경우에 따라서는 대중교통보다 자가용이 편리할 수 도 있으리라. 그렇지만 나는 아직 그러한 여건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누님이 말하는 '중고차'는 필요가 없다.

정부에서 담배값을 올리겠다고 하면 애연가들의 한숨이 들려오고 정유사들이 휘발유와 경유 값을 인상한다는 뉴스에는 자동차 운전자들의 한탄과 걱정이 사무실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속으로 '빙그레' 웃는다. 최소한 나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승용차가 없음으로 해서 행복한 이야기는 또 있다. 바로 자동차 운전자들보다 상대적으로 교통사고의 위험에 적게 노출되어 있으며 각종 모임의 분위기를 마음껏 취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자동차의 소유로 인해 소비되는 각종 경제적 비용을 세이브 할 수 있다는 점도 행복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인우씨, 운전면허증 있어요?”
“그럼 있지요!”

“오토예요? 수동이예요?”
“전 오토예요!”

“애걔! 남자가 오토예요? 그것도 2종 보통이네요?”

2종 보통에 자동변속기라는 A 글자가 선명한 면허증
2종 보통에 자동변속기라는 A 글자가 선명한 면허증이인우
얼마 전 회사의 여자 동료들과 운전면허증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나온 내용이다.

“남자가 1종을 따야죠! 2종 보통이 뭐예요, 그것도 오토는 좀 심했다!”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이상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부분 사람들의 운전면허증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이 이런 것인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덧붙여 그들이 말하는 '남자의 운전면허증은 1종 보통에 수동 또는 자동'에 대한 의견은 이렇다.

첫째 나중에 용달차 한 대 가지고 배추장사나 생선 장사를 하려면 1종 면허가 필요하다는 것과 둘째로 남자들은 1종 또는 대형 면허증을 가져야만 교통순경이 얕잡아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우리나라에서는 남자가 2종 보통에 그것도 자동변속기라면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로 과연 그럴까?

나는 잠시 생각해 봤지만 그것은 너무 비약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며 자리를 비켰다. 그렇다면 나와 같이 2종 보통에 자동 변속기 면허를 가진 사람들은 우리나라 교통정책에서 상대적으로 약자 일 수밖에 없단 말인가?

나로서는 아직 운전을 하며 직접 겪어보지 않아서 그 현실에 대해서는 경험할 수 없지만 사회적 통념상 그렇게 인식된다면 분명 이것은 불합리한 정책이며 약자를 더욱 약하게 만드는 잘못된 정책일 것이다.

전국의 2종 보통에 자동변속기 면허를 가진 남자들이여, 정작 우리는 상대적 약자란 말인가? 한동안 자동차 없음에 대해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며 행복함의 논리를 펼쳐왔던 나는 면허증 이야기로 또 한번 상대적 약자의 설움(?)을 경험했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필요로 하기 전까지는 보여주기 위한, 과시하기 위한 자동차 구입이나 면허증을 딸 생각은 없다. 난 지금 충분하니까.

더욱이 7월 1일부터 서울의 대중교통이 더욱 편리해 진다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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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그리고 조선중후기 시대사를 관심있어하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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