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언론, 한국언론사를 다시 쓰고 있다"

30일 인터넷신문협회 토론회..인터넷신문 범위에 대한 입장도 밝혀

등록 2004.06.30 21:52수정 2004.07.0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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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3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에서 '인터넷 저널리즘의 좌표와 진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3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에서 '인터넷 저널리즘의 좌표와 진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오마이뉴스 박종근

"지난 2001년 인터넷언론의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에서 우스갯소리처럼 '인터넷언론이 10년 안에 한국언론사를 다시 쓸 것'이라고 얘기한 적 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언론은 우리 사회의 정보와 여론소통을 주도하고 있다. 대안언론이 아닌 중심언론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대한민국 '디지털' 특산품으로 꼽히는 인터넷언론의 대표 주자들이 그간 성과에 대해 내린 평가이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회장 이창호 아이뉴스 대표)는 3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에서 '인터넷 저널리즘의 좌표와 진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앞으로 인터넷언론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를 모색했다.

인터넷언론 4년간 눈부신 발전..'법적 지위' 없어 취재제한 받기도

인터넷신문협회는 특히 인터넷 저널리즘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법제화'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이 회장은 "인터넷언론은 쌍방향 참여저널리즘과 새로운 글쓰기, 작은 자본으로 새로운 모델의 언론을 만드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면서도 "하지만 인터넷언론의 법적 지위는 여전히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인터넷언론의 법적 지위는 기득권을 향유하기 위한 게 아니라 기존 언론과의 차별 없는 취재·보도를 위해서 필요하다"며 "독자 누구나 인터넷언론을 언론으로서 인정하고 있지만 법적 지위가 없다는 이유로 지난 대선 및 총선에서 취재제한 등 불이익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신문협회는 그동안 일관되게 인터넷언론의 법제화를 요구해왔다.

이창호 인터넷신문협회장.
이창호 인터넷신문협회장.오마이뉴스 신미희
이 회장은 "이미 공적 언론으로서 그 위상을 분명히 하고 있는 인터넷언론의 실체를 합법함으로써 언론으로서 자유보장과 함께 책임과 의무도 다할 수 있게 법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터넷신문협회는 이와 관련, 인터넷언론 법제화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주요 원인으로 인터넷언론 범위논쟁을 지목한 뒤 협회 차원에서 마련한 기준을 발표했다.


인터넷언론 개념 및 범위를 둘러싼 논의는 그간 학계와 정치권 등에서 활발하게 벌어졌지만 인터넷언론계에서 공식 입장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오연호(오마이뉴스 대표) 인터넷신문협회 부회장은 "인터넷언론에 대한 규정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법제화를 방치하는 상황이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되겠다고 판단했다"며 "이를 계기로 인터넷언론 범위에 대한 활발한 공론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포털사이트, 종이신문 인터넷판은 인터넷언론이 아니다?

인터넷신문협회는 인터넷언론 규정과 관련, "▲보도·논평을 주로 하는 법인형태의 인터넷언론사로 언론으로서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수행해야 하며 ▲주기적으로 기사와 논평이 갱신돼야 하고 ▲기사와 논평의 자체 생산을 원칙으로 하지만 외부에서 공급받더라도 자체기사 비율이 50%를 넘어야 하며 ▲뉴스와 논평을 위주로 하는 독립된 언론사여야 한다" 등의 기준을 제시했다.

이밖에도 1년 이상 인터넷언론을 유지·운영하고, 이를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력 및 장비규정 등을 추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인터넷신문협회는 종이신문 콘텐츠를 그대로 옮겨놓거나 기존 언론의 부서로 인터넷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종이신문과 온라인의 콘텐츠에 차이가 없을 경우 인터넷언론으로 보기 힘들다고 해석했다. 오 대표는 "종이신문 기사뿐 아니라 자체 기사를 생산하고 인터넷 토론회를 여는 등 독립적인 활동을 하면 인터넷언론으로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종이신문에서 발행하는 현재 인터넷사이트는 '종이신문의 인터넷판'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포털사이트에 대한 규정도 논의 대상에 올랐다. 오 대표는 "지금까지 몇몇 포털사이트 뉴스 운영자들이 인터넷신문협회 회원가입을 문의했지만 유보됐다"며 "포털사이트 뉴스코너의 경우 모회사에서 분리돼 포털사이트 본체도 비판할 수 있을 만큼 독립적 위상을 보여야 인터넷언론으로 인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즉 언론을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지 않는 포털 업체 자체를 언론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견해이다. 다만 포털사이트의 뉴스 부문이 독립, 자회사 등 별개 형태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뉴스를 자체 생산하게 되면 인터넷언론 범주에 넣을 수 있다는 게 인터넷신문협회 입장이다.

그러나 인터넷신문협회는 이날 제시한 기준에 대해 "저널리즘 측면과 별개로 인터넷언론 법제 논의와 관련된 기준"임을 전제로 "협회 차원의 권유일 뿐 유일한 기준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언론의 향후 키워드는 '유비쿼터스'

한편 인터넷언론의 태동과 발전과정, 앞으로 과제 등을 짚어보는 자리도 마련됐다. 한국 인터넷신문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8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인터넷언론의 변천사를 세 단계로 나눴다.

황 교수는 PC통신 기반의 서비스(1982∼92) 시절을 1단계로, ISDN 및 LAN환경이 확산되며 본격적인 웹서비스가 등장한 93년부터 99년까지를 2단계로 규정했다. 2단계는 세계 최초로 웹 기반의 뉴스서비스(트리뷴 컴퍼니, 93년)가 출현했고 국내 최초의 웹기반 뉴스서비스(중앙일보, 95년)가 개시된 때이기도 하다. 또 오마이뉴스(2000년)를 비롯한 이데일리, 아이뉴스24 등 독립적인 인터넷신문이 대거 등장했다.

이후 2000년부터 지금까지 초고속통신망 시대는 3단계로 구분됐다. 그는 이 시기 인터넷언론의 특성을 "고속네트워크 및 멀티미디어 시대, 인터넷언론의 영향력 확대, 인터넷언론의 독자적 시장형성"으로 집약했다. 이어 인터넷언론은 2002년 대선을 거치면서 선거법과 충돌하는 등 법적 책임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다.

그는 향후 인터넷언론의 핵심 키워드로 '유비쿼터스(ubiquitous)'를 꼽았다. 라틴어로 '편재하는(도처에 존재하는)'이란 뜻의 유비쿼터스는 차세대 정보통신기술이나 정보사회 개념을 나타내는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인터넷언론은 유비쿼터스 시대에 맞게 생활 자체를 정보와 결합, 언제 어디서나 뉴스(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만드는데 미래가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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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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