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철회를 요구하며 9일동안 국회안에서 농성을 벌였던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6월 30일 해산식을 가지며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민주노동당의 소외는 원 운영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각종 사회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거나 관련 법안을 발의해도 다른 당에서 아예 반응을 하지 않아 원내에서 여론을 만들기 어렵다.
김선일씨의 피랍사실이 알려진 지난 6월 22일부터 9일간 민주노동당 의원단은 국회 본관에서 파병철회를 위한 농성을 벌였고, 어느 당보다도 빨리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농성기간 동안 원내에서 파병철회에 대한 독자적인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국정조사를 결정한 것도 민주노동당의 요구와는 상관없는 교섭단체간 합의의 결과물이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28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고금리제한법안 등 민생3법을 발의했고, 내주에는 비정규직 차별철폐에 대한 법안 발의를 준비중이다. 그러나 이 법안들은 모두 민주노동당 10명만의 서명으로 이루어져 이후 국회에서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다른 당 의원들에게도 동참을 설득했으나, 대부분 "좋은 법안"이라는 반응을 얻었을 뿐 정작 서명에는 난색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항의만으로 부족, 포지티브 전략 개발하자"
의원과 보좌관, 당직자들의 고민은 이와 같은 소외와 배제에 대항할 무기가 딱히 없다는 것이다. 아직 민주노동당은 비교섭단체의 한계를 뛰어넘을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10표만으로는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데다가 매번 본회의마다 불참이나 항의성 5분발언이라는 방법을 쓸 수도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내에서도 "이제쯤은 포지티브한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힘없는 소수당의 설움'을 강조하다보면 오히려 "우는 소리만 하는 '반대당'"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개원 전 민주노동당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각 개혁과제에 대한 여론을 형성해 국회 전체를 압박한다는 '개혁의제 네트워크' 전략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네트워크를 추진하지는 않고 있다. 파병철회 문제의 경우에만 기존에 활동하고 있던 '파병반대국민행동'과 긴밀하게 협조관계를 취했을 뿐이다.
한 의원 보좌관은 "예상은 했지만 거대정당의 벽이 생각보다 높다는 것을 매일 체감하고 있다"며 "곧 의정지원단 인사배치를 마치면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고, 각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절해 장내외 활동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