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858기 실종사건 미스터리 풀리나

열린우리당 등 정치권, 의문사특별법 개정 재조사 추진

등록 2004.07.05 17:20수정 2004.07.0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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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조사 대상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을 개정하기로 함에 따라 그간 갈등만 키워 온 '칼 858기 실종사건'이 국가기관에 의해 재조사가 이루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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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개정안에 따르면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의문의 죽음'으로 한정하고 있는 의문사 정의 규정을 일반인들 가운데 위법한 국가 공권력의 직·간접 행사로 피해를 입은 경우로 범위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칼 858기 실종사건을 둘러싸고 국회에서의 공방이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당의 정체성을 뿌리째 흔들 수도 있는 칼 858기 실종사건을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의문사로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여, 법안 심사 과정에서 뜨거운 논쟁이 예상된다. 또 민주노동당이 법 개정 쪽에 가세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국회 내 보혁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a 칼 858기 실종사건 관련 1987년 11월 30일자 <동아일보>와 12월 16일자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위쪽이 <동아일보>)

칼 858기 실종사건 관련 1987년 11월 30일자 <동아일보>와 12월 16일자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위쪽이 <동아일보>) ⓒ 자료사진

사건 직후인 88년 1월 당시 전두환 정부는 "북한 김정일의 사주를 받은 북한 정예공작원 김현희가 서울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칼기를 폭파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종자 가족들은 이같은 정부의 수사발표를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주장하고 33가지에 달하는 의혹을 제기하며 재조사를 촉구해왔다.

실종자 가족들이 제기하는 의혹은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 ▲블랙박스에 대한 수색작업을 서둘러 중단한 점 ▲김현희의 진술 외에 구체적인 물증이 드러나지 않은 점 ▲가족들과 상의 없이 서둘러 실종자들을 일괄 사망처리한 점 ▲김현희의 맹세문과 진술 내용이 여러 차례 번복된 점 ▲김현희가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탈출하지 않은 점 등이다.

칼 858기 진상규명 가족회 차옥정 회장(68)은 "칼 858기 실종사건은 모든 것이 각본에 의한 음모이고 조작이며 거대한 힘에 의해 이루어진 미증유의 항공기 실종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지난번 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와의 면담에서도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며 특별법 개정을 통한 재조사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신동진 사무국장은 "자료를 제출할 기관이나 당사자측에 대한 외부의 방해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전향적인 방향에서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만약 법 개정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방해세력의 말장난에 의해 칼 858기 실종사건만 이번 법 개정안에서 빠진다면 여론의 질타를 받을 것"이라며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법 개정 추진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a 지난해 12월 19일 전두환씨 집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칼 858기 사건 실종자 가족이 경찰에게 길을 비켜줄 것을 호소하며 울부짖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전두환씨 집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칼 858기 사건 실종자 가족이 경찰에게 길을 비켜줄 것을 호소하며 울부짖고 있다 ⓒ 서상일

김현희가 진술한 칼 858기 궤적을 따라 3년간 현장 취재한 일본 프리랜서 기자 노다 미네오(58·野田峯雄)는 지난해 서울을 방문한 자리에서 김현희의 진술과 안기부의 수사발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당시 그는 "취재 과정에서 성별과 직업, 연령, 언어, 민족, 국적이 다른 1000명 이상의 사람들을 만났다"며 "사건의 진실에 접근할수록 당황스럽고 전율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노다 미네오의 저서 <파괴공작>에 따르면 1988년 1월 15일 안기부가 발표한 수사보고서와 김현희가 직접 썼다는 자필진술서 내용 가운데 사실과 어긋나는 부분이 80여 곳이나 된다는 것.

노다 미네오는 특히 그의 현장 답사기를 통해 "위험한 북한이라는 환상을 만드는 무대에서 김현희 만큼 교묘히 작용한 사람은 없었다"면서 "칼 858기 사건은 단순한 비행기 실종사건이 아니라 국가 음모 행방불명 사건"이라고 단정하며 미국과 한국 첩보원의 개입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는 "안기부에선 김현희가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오스트리아로 입국하면서 빈의 남역에 도착, 암파크링 호텔 603호에 투숙했다고 발표했다"면서 "그러나 김현희의 행적을 확인해본 결과 오스트리아 입국시 빈의 남역이 아니라 서역임이 밝혀졌고 당시 투숙한 방도 603호가 아니라 302호였다"고 안기부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안기부의 이같은 발표는 당시 공산권 국가에서 오스트리아 빈으로 입국할 때는 통상 남역으로 들어온다는 관행에 따라 마유미(김현희)가 공산권 국가인 북한에서 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거짓 발표했다는 의혹을 낳고 있는 대목이다.

a 지난 6월 3일 양재동 시민의 숲에서 열린 '칼 858기 위령탑 거부 선언식'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진실을 말할 것을 국가에 요구하고 있다

지난 6월 3일 양재동 시민의 숲에서 열린 '칼 858기 위령탑 거부 선언식'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진실을 말할 것을 국가에 요구하고 있다 ⓒ 서상일

지난 17년간 계속돼 온 실종자 가족들의 진실 규명 외침에 대해 17대 국회가 어떤 응답을 내놓을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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