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정종훈 교수김범태
우리 사회의 '양심적 병역거부' 수용여부를 둘러싸고 각계의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입영자체의 거부에 대한 대안마련과 동시에 집총거부에 대한 대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정종훈(연세대 교목) 교수는 지난 2일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인권위원회가 주최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대한 공청회'에서 '기독교 윤리적 논점에서 본 양심적 병역거부의 논쟁과 대안모색'이란 제목의 논문을 통해 "무장 없는 의무복무의 가능성도 모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의 이같은 주장은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로 상고심에 계류 중인 2건 중 1건에 대해 오는 15일 전원합의체를 열고 선고하겠다고 밝혀 이 사건에 대한 법원의 결론이 어떻게 내려질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정 교수는 이 논문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의 대안으로 집총거부에 대한 대안과 입영자체의 거부에 대한 대안 모두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고 “일단은 입대하였다가 집총을 거부하여 군형법의 항명죄를 적용받던 병역거부자들의 경우에는 무장하지 않고 군복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또한 "입영 자체를 거부하여 병역법의 입영 기피죄를 적용받던 병역거부자들의 경우에는 대체복무제의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안을 적극 모색할 것을 주문했다. 정 교수는 그러나 "이러한 대안들이 너무 보복적인 것처럼 제시됨으로써 또다른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의견에 대해 반대의견도 만만찮다.
맹용길(장로회 신학대학교) 교수는 개인적 입장을 전제로 "복무병과 조정 등 입대 이후의 사항들에 대해서는 절충 논의가 가능하겠지만, 어떠한 경우든 집총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해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맹 교수는 또 "대체복무를 추구하는 것은 공동체의 지탱과 지속에 장애를 줄 수 있다"며 "전쟁 억제와 억지를 위해 군대에 입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진섭 변호사(국방부 정책자문위원)도 "현행법상 공익근무요원조차도 복무 후에는 예비군 훈련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비무장이나 대체복무제는 논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며 "기초 군사훈련마저 거부하는 병역거부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양심적 병역거부 및 대체복무제 도입과 함께 '비무장 군복무'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 軍, 비무장 복무 전례 있었다 | | | 1957년 국방장관 특명 ... 무장 없는 병과 배치 명령 | | | | 집총거부자는 국가의 소집 영장을 받고 입대는 했으나, 개인의 내면적 확신과 신념에 근거하여 집총훈련과 집총복무를 거부하는 이들. 미국의 선별적 징병제도(Selective Service System)의 경우 전면적 군복무 반대자(Complete Objectors, I-O)와 비무장 군복무자(Non-Combatants, I-A-O)로 분류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대하지 않는 반면, 집총거부자들은 군대에 입대는 하되 훈련소에서부터 비무장 훈련을 요구하며 집총훈련을 거부한다. 재판과정에 있어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병역법 88조의 사유에 의해 민간법정에서 재판을 받아 민간 형무소에서 복역하지만, 집총거부자들은 군형법 44조(1961년 이전에는 군형법 제16조)의 항명죄 사유로 군사법정에서 처벌받아 군 형무소에서 복역한다.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과 집총거부자들은 “모든 국민은 법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39조 1항과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는 헌법과 이 법의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는 병역법 제3조 1항의 규정에 근거하여 이제껏 일괄적으로 처벌을 받아왔다.
하지만, 우리 군(軍) 역사에도 비무장 복무를 승인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지난 1957년 4월 3일자로 각 군 참모총장에게 하달된 김용우 국방장관의 특명 - 국방 총 제2288호 - 이 바로 그것. 김용우 당시 장관은 이 특명에서 “(집총을 거부하는)재림신도들에게 위생병 또는 기타 직접 무기를 휴대치 않는 병과에 가급적 배치할 것”을 명령한 사실이 있다.
이후 1959년 11월 10일자로 발송한 국방병 제6221호에서 김정렬 당시 국방장관도 이 특명에 의거한 부칙 설정을 앞으로 계속 연구할 과제로 삼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물론 재림교회라는 특정 종파의 계속된 진정에 해당된 사항이었지만, 우리 군이 비무장 군복무를 수용한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는 1970년대 후 남북 관계의 악화에 따라 한국 군부가 군종병들과 위생병들에게까지 집총복무를 강요하여 사실상 한국 군대에서 비무장 병과가 사라지게 됨으로써 그 입지를 완전히 상실하게 되었으며, 이제는 그 흔적마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근래 들어 우리 사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의 도입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이같은 비무장 전투요원으로의 군복무 방안이 하나의 해결방안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는 시점이다.
실제로 최근 한 국방연구가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입대 후 비무장 복무가 절충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사례로 비추어보아 사회적으로도 충분한 논의가치가 있다는 목소리다.
비폭력적 군복무의 이행을 통해 국민의 의무를 수행하려는 신념을 가진 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향후 어떠한 합의점을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 김범태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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