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노씨의 양배추, 시장에 내다 팔 때 제발 제 값을 받았으면 좋겠다.박도
자식 버릇은 어릴 때 고쳐야
요즘은 일기예보 적중률이 매우 높지만 그래도 농사꾼이나 어부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하늘부터 쳐다 본다. 그리고는 그날 할 일을 시작한다.
오늘 아침은 아주 오랜만에 햇살이 비치는 쾌청한 날씨였다. 며칠 만에 보는 햇볕인지 반갑기 그지없었다. 그동안 태풍 ‘디앤무’다 ‘민들레’다 하여 근 보름여 볕든 날이 별로 없었다. 간밤 일기예보에는 오늘 내일 좀 맑고 주말부터는 본격적인 장마에 접어든다고 한다.
날이 개면 한다고 미루어 두었던 잡초를 뽑고자 텃밭에 나갔더니 그새 엄청나게도 자랐다. 곡식이 잡초처럼 자란다면 농사꾼들은 얼마나 수월할까. 자식 버릇 길들이기도 어릴 때에 해야지 쉽다. 다 큰 자식 버릇 고치려면 아주 힘들거나 자식 놈이 튀기에 아예 포기해 버리듯, 잡초 뽑는 일도 마찬가지다.
장마로 웃자란 잡초는 맨손으로는 뽑히지도 않고 호미로 매도 뽑히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저도 한 세상 보려고 태어났는데 사람들은 보는 족족 ‘잡초’라고 하면서 뽑거나 제초제를 뿌려 대니 그들 처지로는 얼마나 분통이 터지겠는가?
금세 비지땀이 겉옷까지 다 적셨다. 문득 돌아가신 할머니의 노고가 새록새록 돋았다. 나는 한 마지기(200평) 남짓한 텃밭 하나에도 쩔쩔 매는데, 할머니는 20여 마지기의 밭농사를 거의 혼자 지으셨다. 거기에는 온갖 잡곡을 다 심으셨고, 삼이나 목화도 심어서 농한기에는 물레질을 하면서 삼베나 무명베도 숱하게 짜셨다.
어릴 때 기억으로는 할머니는 늘 밭에 김 매러 가지 않으시면 베틀에 앉아서 길쌈을 삼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눈물인지 땀인지 눈시울을 적셨다.
나는 올해 텃밭에다 욕심 많게 여러 종류의 곡식과 채소를 심었다. 옥수수, 고구마, 고추, 콩(토종 콩, 강낭콩, 검은 콩, 양대), 거기다가 상추, 쑥갓, 파, 가지, 열무에다 가장자리에는 더덕, 그리고 집안 둘레에는 호박, 오이, 도마도, 수세미에다 수박 참외까지 심었다. 그래 놓고는 쩔쩔매고 있다. 경험도 없는 얼치기 농사꾼이 욕심을 너무 많이 부렸다. 무식하면 용감하고 허욕도 많나 보다. 수박 참외는 아무래도 모종 값도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