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 건 하기식 고구려사 연구 극복해야"

[해외리포트] 중국 중앙민족대학 황여우푸 교수 인터뷰

등록 2004.07.07 11:39수정 2004.07.1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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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8일 중국 쑤저우에서 제28차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WHC) 회의가 개최되었다.
6월 28일 중국 쑤저우에서 제28차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WHC) 회의가 개최되었다.

지난 6월 28일 중국 쑤저우에서 개최된 제28차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WHC) 회의에서 지린성과 랴오닝성 일대의 고구려 유적지가 '고구려의 수도와 왕릉, 그리고 귀족의 무덤들'이라는 이름으로 7월 1일 세계문화유산으로 정식 등재하기로 결정됐다.

물론 북한이 신청한 '고구려 고분군(The Complex of the Koguryo Tombs)'이 함께 등재된 것을 위안으로 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 측 유산의 등재 범위와 규모가 큰 반면 북한 측 유물은 고분 벽화에만 한정되어 있어 중국 유물에 포함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때문에 북한에 있는 고구려 유산에 대한 추가적인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 내 한국사 연구의 권위자인 황여우푸 중앙민족대 교수
중국 내 한국사 연구의 권위자인 황여우푸 중앙민족대 교수김대오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중국 중앙민족대학 민족학과 황여우푸 교수는 중국 영토 내에 있는 고구려 유적지에 대한 중국의 세계문화유산 신청과 등재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이후 중국정부가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권' '고구려인은 중국의 소수민족' 등의 언론보도는 문제가 있다. 이와 관련 황 교수는 "후진타오 체제 출범 이후 중국 외교정책의 기조는 이웃과 우호적으로 지내며 상호 이익을 도모한다는 방식인데 그것이 어느 정도 흔들린 것으로 보여진다"며 "중국이 경제발전 과정에서 민족주의가 강하게 대두되는 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내 고구려사 연구태도와 관련, 황 교수는 "한국에서는 진지한 학술연구보다는 <아! 고구려전> 같은 이벤트성 행사가 많다"고 지적하고는 "논리적인 반박보다는 감정적 대응이 많고 탄탄한 기초에서부터 시작되는 학문연구보다는 터뜨리기식 연구가 많은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중국내 한국사 연구의 권위자인 황여우푸 교수를 만나 이와 관련된 얘기를 들었다. 다음은 황 교수와의 인터뷰 요약.

- 중국에는 현재 100여 개의 세계문화유산 예비후보 명단이 있다. 그 동안 별로 거론이 되지 않았던 고구려 유적지가 이번 회의에서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추천된 이유가 있는가?
"그동안 중국에서 고구려사 연구는 그다지 중시되지 않았고 청나라 이전은 물론 1949년 건국 이후 마오쩌둥 시대까지도 고구려사는 '조선사(한국사)'라고 인정해 왔다. 마오쩌둥은 건국 초기 봉건사회, 자산 계급 사회의 잔재를 없애기 위해 소수민족을 억압하는 역사 해석이나 용어에 대하여 대대적인 수정을 가하도록 했다.

그런데 1960년대 랴오닝성 등지의 농지건설 작업과정에서 고구려 유물들이 계속해서 대거 발굴됐다. 그 처리를 놓고 고심하다가 비록 조선사(한국사)에 해당되지만 중국 영토 내에 있는 사료이기 때문에 지방사 연구 차원에서 보존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이때부터 모순되지만 중국 내 고구려 유적은 중국의 것으로, 국내성으로 천도 이후의 고구려 유적은 조선사로 포함되어야 한다는 이분법적 해석이 생겨난 것이다.

그러다가 한중수교 이후 백두산, 압록강, 두만강 등 접경 지역에 한국 관광객이 많아졌고 현지 가이드들이 만주를 한국의 영토로 설명하는 것에 대해 중국 역사학자들이 경계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구려사를 한반도 통일 이후 있을지도 모를 국경 분쟁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되었다. 그리고 북한이 이미 고구려유산을 세계문화유산에 신청한 상태였으므로 예비 후보 중에서 우선적으로 신청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황여우푸 교수 프로필

조선족, 중앙민족대학 교수. 한국문화연구소 소장, 중국조선사연구회 상무부회장, 중국조선민족사학회 회장.

1966년 중앙민족대학 역사학과 졸업, 중국북방민족문화와 조선문화사 등 강의.

미국, 일본, 캐나다, 소련, 한국, 몽고 등의 대학에서 강의. 1987~88 미국하버드대학 방문학자.

저서로 <조선족혁명투쟁사>(공저), <중국조선민족연구>, <중국고대북방민족문화사>(공저), <중국조선족사회문화연구> 등 34권이 있으며 등 100여 편의 학술 논문이 있음.
- 중국이 서부개발을 추진하면서 서부쪽의 문화유산이 대거 등재되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는 주로 션양, 지안 등 동북공정과 관련한 지역을 후보로 집중 추천했다. 둘 사이에 어떤 관련성이 있는가?
"지역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문학적 연구도 수반된다. 이번 고구려유산 같은 경우는 변강사지연구센터가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도 국경분쟁이 예상되는 지역에 대한 연구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이번 고구려유산 등재는 대내적으로는 조선족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 조선족의 독립이나 분열 의지를 단호히 차단하고 대외적으로는 한반도 통일 이후 있을 수 있는 국경 분쟁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한 목적을 지녔다고 보여진다. 조선족 사회는 이번 고구려 유산 등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중국정부가 연변 지역의 한국화를 경계하여 조선족에 대하여 '조국은 중국이다'라는 국가관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에 고구려유산 등재를 추진한 학자들을 잘 알고 있는데 이번 고구려 유산 등재에서 조선족에 대한 정체성을 고려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조선족들은 일부 연구자를 제외하고는 한국 역사에 대해 거의 관련 지식이 없는 상태이다."

장수왕릉인 장군총. 이전에는 그 위까지 올라갈 수 있었으나 지금은 엄격한 관리와 보호가 이뤄지고 있다.
장수왕릉인 장군총. 이전에는 그 위까지 올라갈 수 있었으나 지금은 엄격한 관리와 보호가 이뤄지고 있다.김대오
- 북한의 고구려 고분 벽화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는데 한국 측의 지원이 큰 힘이 되기도 했지만 중국의 적극적인 반대가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중국이 중국 영토 내의 고구려유산에 대해서 중국사의 일부라고 주장하면서 또 북한 내의 고구려유산을 인정하는 것은 모순된 것이 아닌가?
"북한의 고구려유산 문제에 대한 자문이 들어왔을 때 동시 신청, 동시 등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세계문화유산은 인류의 보편적인 문화유산에 대한 보호를 중시하기 때문에 어떤 정치성이나 이해 집단의 요구는 배제되어야 한다. 또 역사는 바라보는 지점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고 본다."

- 중국의 관영 언론이 고구려를 중국의 지방 정권으로, 고구려인을 중국의 소수민족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보는가?
"후진타오 체제 출범 이후 중국의 외교 정책의 기조는 '무린후훼이(睦隣互惠·이웃과 우호적으로 지내며 상호 이익을 도모한다)'인데 그것이 어느 정도 흔들린 것으로 보여진다. 중국이 경제발전 과정에서 민족주의가 강하게 대두되는 면이 있다.

그리고 등재 사실 자체보다는 잘못된 재해석이 더 큰 문제다. 중국 사서인 <동이열전>에 보면 고구려, 백제, 신라는 언어가 서로 통했으며 고구려 왕족에서 갈라져 백제가 건립됐다고 나온다. 그러나 중국은 고구려가 멸망하고 중국인에 동화되었으며 한민족은 신라인의 후손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고구려 문화를 누가 계승했는지, 고구려 유민들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갔는지 등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필요하다. 국경선을 벗어난 문제에 대하여 지나치게 흥분된 대응보다는 지속적인 역사 연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 한국에서는 1차 자료가 없어서 그러한 연구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서는 진지한 학술 연구보다는 <아! 고구려전> 같은 이벤트성 행사가 많다. 또 어떤 문제에 대한 논리적인 반박보다는 감정적 대응이 많고 탄탄한 기초에서부터 시작되는 학문연구보다는 터뜨리기식 연구가 많은 것이 문제다.

일례로 중국에서 한국을 소개하는 잡지가 편찬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거기에는 한국인의 기원을 퉁구스족이라고 기록하고 있었다. 이는 일본학자의 주장을 그대로 도용한 것으로 옳지 않다. 그 후 다시 몽고족의 한 갈래라고 고쳐 기록한 것을 보았는데 이것도 옳지 않다.

'몽고(몽우)'라는 용어가 중국 사서에 처음 출현하는 것은 10세기 전후이고 고조선에 대한 첫 기록은 <관자(管子)>에 나오는데 그 때가 기원전 700년이다. 사서 기록만 보더라도 1700년의 차이가 나는데 한국인이 몽고족의 후손이란 말인가? 뿌리에서부터 탄탄한 기초 연구가 필요하다."

흔히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고 했다. 중국의 역사 해석에서는 기자조선이 고조선을 대신하고 있으며 부여사와 발해사는 이미 중국사에 포함된 지 오래다. 이제 고구려사도 중국사에 포함될 국제적 인가 절차를 모두 끝마친 상태이다.

그렇다면 다음은 무엇일까? 초강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이 "한국인은 중국의 소수민족이고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주장한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황 교수의 지적대로 이번 중국의 고구려유산에 대한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우리의 소홀한 학술 연구 풍토와 문화 유산 관리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전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최근 출범한 고구려연구재단은 향후 폭 넓은 학술연구를 토대로 고구려사의 중국사 편입을 더욱 노골화할 중국 측에 대해 냉정하면서도 논리적인 대응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남북한이 하나되어 보다 건실한 역사 연구에 공조하고 공동 참여하는 것도 남북간 우호 증진이나 역사 연구의 성과면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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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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