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이는 버스 타지 말라고?"

시민들 "서울시는 홍보부족 탓하지 말고 졸속 행정 반성을"

등록 2004.07.08 11:10수정 2004.07.0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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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네들 탓하기 전에 표지판 글자나 크게 해라"

서울시 대중교통체계 개편의 혼선을 '시민의 무관심' 탓으로 돌리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7일 오후 남대문 부근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서영철(68)씨는 "이 시장이 '젊은이들은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잘 타고 다닌다'고 했다는데, 인터넷 못하는 나 같은 늙은이는 버스 타지 말란 말이냐"며 "노인네들 탓하기 전에 행선지 표지판 글자나 크게 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반포에서 시청까지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 출퇴근을 한다고 밝힌 박모(56)씨는 "빠르고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바꾼다고 해놓고 결국 시민만 고생시키는 것 아니냐"며 "홍보 부족을 핑계되기 전에 제대로 된 안내시스템과 환승 시설을 마련하라"고 지적했다.

교통카드 단말기에 대한 불평도 쏟아졌다. 신도림동에 거주하는 정규환(35)씨는 "요금 인상에 불만이 쌓여있는 상태에서 교통카드마저 말썽을 부리니까 서울시 행정에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이라며 "시민들은 바뀐 시스템보다 이 시장의 졸속·전시 행정 행태에 화가 나는 것"이라고 질책했다.

졸속·전시 행정에 분노...홍보 부족만 탓하나

서울시 대중교통체계가 바뀐 지 1주일. 개편 과정에서의 혼란에 대한 비판 여론이 팽배한 가운데서도 시민들은 점차 바뀐 교통체계에 적응해 가고 있다.


궂은 비가 내렸던 7일 오전 서울시내 주요 버스정류장에서는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운전기사나 근처 상인에게 행선지를 묻는 모습이 눈에 띄었지만, 개편 직전의 혼란스러움은 다소 가라앉은 듯 보였다. 이전의 번호판을 함께 달고 다니는 버스도 많았고, 몇몇 운전기사들은 정차 후에 '○○행이요!' '(옛날에) ○○번 버스요!'라고 크게 외치기도 했다.

대중교통체계 개편 이후 환승횟수·운행시간·배차간격 등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는 있지만, 전문가들은 개편 이후 승객의 편의도가 실제로 향상됐는지 감소됐는지 여부는 연구조사기관의 정밀한 분석이 나와 봐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러나 ▲통합 정기권 발급 문제 ▲서울과 수도권 시민들과의 형평성 문제 ▲교통카드 단말기 오작동 문제 ▲요금 인상폭의 적절성 문제 등을 비롯해 ▲버스 노선 표지판 도안 문제 ▲도착 안내 시스템 미비 문제 등은 서울시가 사과하고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와 전문가의 지적이 많았다.

서울시 상황실 "교통카드 문제로 여전히 골머리"

a 서울시 버스체계개편 종합상황실에 쌓인 민원접수서류. 교통카드 단말기의 오작동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이 대다수다.

서울시 버스체계개편 종합상황실에 쌓인 민원접수서류. 교통카드 단말기의 오작동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이 대다수다. ⓒ 김태형

한편 7일 찾은 서울시 버스체계개편 종합상황실에는 교통카드 단말기의 오작동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민원이 잇따르는 가운데 상황실 관계자들은 연신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피해사례 접수에 바빴다.

접수된 사례의 대부분은 버스를 두 번 이상 타고 내릴 때 단말기에 카드를 접촉하지 않은 경우로, 서울시는 홈페이지와 버스 등을 통해 관련 사실을 홍보하고 있지만 상당수 시민들은 아직 이와 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황실 관계자에 따르면 "신교통카드 시스템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시민들의 항의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은 내릴 때마다 단말기에 카드를 접촉해달라는 부탁 이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교통카드 단말기 오류로 인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티-머니(www.T-money.com) 홈페이지나 스마트카드 고객센터(1644-0088), 그리고 서울시 홈페이지(www.seoul.go.kr)나 신고센터(080-828-5656)에 신고하면 10일 이내에 처리 내용을 통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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