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려면 영어만 잘 하면 된다?

대학생들 졸업자격인증제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공부

등록 2004.07.08 15:30수정 2004.07.0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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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러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졸업자격인증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영어 등 특정 분야에 치중하고 있어 현실에 맞게 개편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졸업자격인증제'는 대학의 경쟁력 강화 및 학생들의 취업 기회 확대를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 지난 1996년 성균관대가 최초로 도입한 이후 초기 기업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각 대학들이 잇달아 도입한 바 있다.

졸업자격인증제 운영실태
졸업자격인증제 운영실태박성필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대학 중에서 공립대 사립대 여대 지방대 등 네 부류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이들 대학들은 각 인증 분야에서 일정 기준을 넘어서야만 졸업 인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대부분 학생들은 영어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숙명여대에 재학 중인 이아무개씨는 "전공이 영어와 상관 관계가 없는 학과도 있는데 영어로 졸업 인증을 해 전공 공부를 방해하는 요소로 전락하고 있다"며 "방학 중에 전공에 대한 심화학습을 하려고 해도 졸업 인증으로 인한 부담감에 손을 댈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은 졸업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사설 학원에 다닐 수밖에 없어 심리적, 경제적으로 이중 부담을 갖게 된 상황이다. 졸업 인증을 취득하지 못하면 해당 학기에 학위를 받을 수 없고 수료자로만 처리된다.

'삼품제도'를 시행 중인 성균관대의 경우 2004년도 2월 졸업예정자였던 30여명의 학생들이 영어와 제2외국어 평가항목인 '국제품'을 취득하지 못해 졸업이 연기되었고, 대전 배제대의 경우 46명이 '학위취득 불가' 판정을 받기도 했다.

일부 학생들은 "졸업 인증 탈락자에 대한 구제책을 먼저 마련하고 제도를 도입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균관대의 경우 성균어학원, 한양대의 경우 국제어학원 등에서 대체강좌를 마련하고 있으나 수용인원이 극히 적어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또, 일부 대학에서는 졸업인증제가 형식적으로만 운영되고 있어 그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강원대의 인증 분야인 영어의 경우 토익 550점 이상으로 정해놓고 있지만 취업에 필요한 점수보다 낮은 기준이어서 학습 능력 향상 효과 없이 형식적인 제도로만 남아있는 실정이다.

이에 졸업자격인증제를 없애거나 고치는 대학도 생겨나고 있다.


2000년 졸업자격인증제를 도입했던 이화여대는 학생들 부담이 이중으로 늘어났다는 이유로 지난해 이 제도를 폐지했다. 또, 경희대는 자기 전공분야에 필요 없는 자격증을 모든 학생에게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판단하여 2003년도부터는 각 단대별로 인증제를 자유롭게 실시하도록 제도를 개정한 바 있다.

학생들이 더 이상 '울며 겨자먹기'식 공부에 매달리지 않도록 졸업인증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학습시스템 도입과 학과별 차별화 등 대학측의 대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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