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믿는 만큼 따라와주죠”

대전고등학교 관악합주부 지도교사 김정씨

등록 2004.07.09 09:27수정 2004.07.0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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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전고에서 음악 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김정 교사

대전고에서 음악 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김정 교사 ⓒ 권윤영

“지난 몇 년간 함께 해왔던 관악합주부 아이들과의 에피소드는 너무 많아요. 책으로 내도 모자랄 정도죠. 도레미도 모르던 아이들이 지금은 멋진 연주를 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대견합니다.”


대전고등학교에는 명물이 있다. 남고부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관악합주부가 바로 그것. 지난 2001년 대한민국 관악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02년에는 시대회 금상,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관악경연대회에서 남고부 최우수상을 수상해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대전고 관악합주부가 지금처럼 인정을 받기까지 그 뒤에는 김정(48) 교사가 있었다. 숨은 일등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김 교사가 처음 부임한 지난 2000년만 해도 기존 관악합주부가 있었지만 인문계라는 제약 때문에 실업계 고교보다 실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큰 어려움은 관악합주부가 학내에서 문제아 집단으로 취급받고 있는 것이었다.

끼 없이 음악을 하기는 힘든 법. 그래서였는지 아이들은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합주부를 인정받는 팀으로 이끈 동력은 김 교사의 제자 사랑과 김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가 있기에 가능했다.

“아이들이 열심히 해줬죠. 부원들을 선발할 때 정말로 음악을 하고 싶고 뚜렷한 인생 목표가 있는 사람만 들어오라고 했어요. 남들한테 폼 나고 인기를 얻기 위한 도구로 삼는 학생들은 제외시키고요. 남들 노는 시간을 쪼개서 연습을 해야 하기에 체력적, 정신적으로 무장한 학생들로 선발했어요.”


연습은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 시간을 이용했다. 연습시간은 부족했지만 음악을 사랑하고 자발적으로 하는 학생들로 구성되어서인지 실력은 일취월장이었다. 김 교사 역시 대전고를 부임한 이래 지금까지 일곱 번의 방학을 모두 반납한 채 아이들을 지도해왔다.

“대전고로 부임할 때 많은 사람들이 가면 고생하다고 다들 말렸어요. 게다가 관악합주부 지도도 맡았으니 우려가 많았죠. 그 전부터 밴드부 지도를 꼭 한 번 해보고 싶었기에 처음이었지만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초창기에는 그녀 역시 막막했다. ‘각종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과 잘 해 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아이들과 대화를 해보니 다른 아이들보다 열악한 가정환경일 뿐 결코 문제아들이 아니었다. 그녀는 많은 시간을 학생들과 함께하면서 대화를 나눴고 학생들의 개인사정을 꿰뚫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아이들을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김 교사. 아이들은 믿어주는 만큼 제 역할을 해준다는 것을 그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처음 연습 시작할 때 난이도 있는 곡을 선정하니까 아이들이 자신들 실력으로는 어림없다고 하더라고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실어주고 음악을 많이 들려줬어요. 못 받아들일 것 같아도 시간이 지나니 실력이 나타나더군요.”

지난 2001년 금상을 수상했을 당시는 기쁨과 감동의 도가니였다. 금상 발표가 나자마자 아이들을 그녀에게 큰절을 했다. 그만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값진 결과였던 것. 학생들은 그 후로 자신감을 얻었고 대전고 관악합주부는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여러 단체에서 공연 요청도 쇄도했고 이런 활동들이 아이들에게 강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이들하고 함께 하는 시간은 힘들다고 느낀 적이 없을 정도로 열성적인 김 교사는 지난 79년부터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학창시절부터 보컬, 드럼, 기타 솜씨가 수준급이었기에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고 교사 월급의 몇 배를 주겠다는 스카우트 제의도 많이 받았다. 그녀는 “그 때 제의를 거절하기를 너무 잘한 것 같다”며 환한 웃음을 짓는다.

“경륜이 쌓일수록 아이들의 사랑이 커지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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