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만 196회 다녀왔습니다"

박기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

등록 2004.07.09 09:29수정 2004.07.0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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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윤영

"지금까지 7년 동안 모두 196회를 다녀왔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제주도를 이렇게 많이 다녀본 사람은 비행기 조종사들 빼고 거의 없을 거예요."


몇 달 전 '제주도 지질여행'이라는 책자를 발간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기반 정보연구부 박기화 박사(53). 그는 제주도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기로 유명하다.

박 박사가 펴낸 '제주도 지질여행'은 제주도내 주요 관광지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지질현상을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 기술한 '제주도 관광-지질 가이드'다. 박 박사는 지질과 관광의 만남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한국 최고의 관광지라는 명성과 함께 관광 가이드 수준의 지도는 많이 출판됐지만 화산지형이 많은 제주도를 지질학적인 측면에서 들여다 본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제주도는 한국에서는 특이한 지형을 띠는 곳 중의 한 곳입니다. 이런 곳을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리고 싶어서 이런 일을 처음 생각했습니다."

그가 펴낸 제주도 지질여행은 성산 일출봉을 포함한 14개 지역별 관광 명소에 대한 200여 장의 컬러사진과 지질현상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만의 특이한 점은 관광지의 지형을 지질학적으로 분석한 책자라는 것. 가령 제주도의 대표적인 관광지 가운데 하나인 용두암과 관련해서는 사진과 지형, 지질의 형태, 암석 등 다양한 접근으로 설명을 하는 식이다.


책자에는 박 박사의 땀방울이 곳곳에 배어 있다. 그가 책자 발간을 위해 순수하게 들인 시간은 2년여 정도 지만 지질 탐사 연구는 지난 97년부터 시작됐다. 제주도 지질에 대한 연구를 벌이던 그는 일반인들에게도 제주도의 특이한 지질에 대해 알리고 싶었고 이를 위한 방법은 연구하다가 출간을 생각하게 됐다. 곧바로 타당성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너무 방대한 양이라서 착수가 쉽지가 않았다. 때문에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제주도 전체를 담아내기에는 너무 벅찼습니다. 그래서 관광지를 중심으로 구성을 했습니다. 관광도 하고 조금 더 궁금한 사람들은 지질에 대한 공부도 하면 그야말로 일석이조 아닌가요."


박 박사의 제주도 행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책자와 다른 연구를 병행하다 보니 연구소를 오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 되어야 했다. 지난 7년여 동안 196회를 오갔다. 갈 때마다 평균 머문 날을 따져보니 1주일 정도. 다리품을 판 것까지 따지면 서울 부산을 최소한 서너 차례는 오갔을 것 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는 수없이 많은 시간을 제주도에서 보내면서 비단 지질 뿐만이 아니라 제주도 사람들의 정(情)도 알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제주도를 오가면서 정이 들었다는 뜻일 것이다.

"처음에는 여기저기 묻고 다니니까 무슨 미친놈 취급을 하기도 했습니다. 몇 차례 방문하고 설명을 하니까 커피를 끓여주더군요. 나중에는 길 안내를 해주더니 동네 아줌마들까지 나서 '제주도를 위해 일 좀 잘 해줍써'라면서 경려를 해주더라고요."

이번에 책자를 발간하면서 별 다른 고생은 한 것이 없다고 애써 겸손해 했다. 다만 평생 연구를 해온 그가 가장 애를 먹은 것은 글을 쓰는 것. 이번 책을 소화하면서 새삼 글쓰기의 어려움을 몸으로 느꼈다고 실토했다.

그는 ‘제주도 지질여행‘이라는 책자를 통해 기대하는 것이 있다. 일반인들이 지질자원연구원이 하는 일을 알리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사진 찍고 즐기기만 하는 관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지질학적인 관심도 갖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관광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의 지질현상을 소개한 이 책이 확산되면 관광문화 수준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 관광수입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도를 찾는 외국 관광객이 많은 만큼 중국어, 일본어, 영어 판을 만드는 것이 꿈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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