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문화
무협소설의 형식에 시사성을 담으려는 노력은 과거에도 있어왔고 지금도 죽 이어져 오고 있다. 아는 사람만이 안다는 김영하의 <무협학생운동>(1992) 같은 경우 80년대 학생운동을 무협소설의 형식으로 풀어나가기도 했고 대선을 앞두고 정치무협소설이 연이어 출판되기도 했다.
이런 소설의 경우 무협지 고유의 맛이 떨어지는 단점이 드러나고는 했다. 그 이유는 초점은 어디까지나 현실성에 두면서도 형식만을 취하거나 너무 시류에 편승해 작품을 급조한 탓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마이뉴스>에 연재되고 있으며 이번에 책으로 출간된 무협작가 제갈천의 <전사의 후예>(중원문화)는 무협소설 고유의 맛을 유지하면서도 적절한 시사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야기의 축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주인공 이회옥과 정일정이 좌절-성장-좌절-발전의 단계를 거치는 전형적인 무협지 주인공의 삶이며 또 하나는 이회옥의 주변을 둘러싼 무림천자성(현실의 미국을 풍자)이 중심이 된 무림세계의 거대한 움직임이다.
독자에 따라서는 후자에 초점을 두며 무림인들로 풍자된 인물들과 사건을 현실과 대조해 보며 맞춰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서양 판타지 소설에 버금가는 기본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는 무협소설 본연의 세계관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전사의 후예>는 흔히 무협소설의 무대가 중국이라는 점 때문에 국내 작가들조차 범하는 오류라고 할 수 있는 은근한 한족(漢族) 우월주의에서도 탈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이회옥은 당나라를 멸망시킬 뻔한 고구려 유민(遺民) 이정기의 후손이고 또 한 명의 주인공 장일정은 신라의 해상왕 장보고의 후손이다.
이 책 중간에 간간이 나오는 고사(古事)에 대한 이야기나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설명들은 잔재미를 더해 주고 있다. 가끔 이야기의 맥을 끊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만 군더더기라기보다는 정황에 대한 타당성을 살려주는 역할을 한다.
어지러운 무림을 바로잡을 영웅은 과연 탄생할 것인가? 마교(魔敎)와도 같은 정파(正派), 정파라고 부르짖는 사파(邪派), 단지 사파일뿐 마교는 아니라고 항변하는 마교가 혼재하는 무대 속에 현실 풍자 무협소설 <전사의 후예>는 흥미진진하게 이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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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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