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의 원칙적인 답변이 이어지자,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이 눈을 감은채 한숨을 쉬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다시 심 의원은 "그렇게 느끼신다는 것도 똑같은 얘기잖아요, 대통령이 잘못하셨죠"라며 몰아붙였지만, 총리 역시 "정책사안에 대해 말씀을 드릴 수는 있지만 어떻게 표현의 뉘앙스까지 일일이 말할 수 있겠냐"고 물러서지 않았다.
심 의원은 집요했다. "아프다와 아프게 느낀다가 뭐가 다른가"라며 '부적절하다'는 총리의 답변을 끌어내려 했지만, 총리는 주관적 느낌은 제 3자가 판단할 몫이 아니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해찬 총리는 심 의원에게 '정책'적 판단에 국한해 질문해 줄 것을 요구했다.
지리하게 계속되는 공방에 본회의장은 술렁였고, 지켜보던 기자들 사이에서도 웃음이 터져나왔다. 결국 심 의원은 대통령 발언의 적절성 여부에 관한 총리의 답변을 끌어내기를 포기하고 다음 질의로 넘어갔으나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는 질문은 여러 차례 터졌다.
인사청탁에 관한 대통령의 '패가망신' 발언을 들이대며 문화관광부 차관이 패가망신되었냐고 물었고, 이에 대해 총리는 "오랜 공직생활에 대한 불명예스런 퇴진은 대가를 치른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이어 심 의원은 "서프라이즈 대표도 패가망신시킬 생각 없나"라고 물었지만, "민간인에 대해 정부가 할 일이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심 의원의 공세는 대통령에 대한 '색깔론'으로까지 넘어갔다. 심 의원은 <타임지>를 펼쳐 보이며 노무현 정부에 대해 '레프트내셔널리스트(좌파민족주의자)'라고 표현된 부분을 집중 거론했지만 총리는 "지난 25년 동안 노무현 대통령을 곁에서 봐왔지만 좌파로 규정될 분이 전혀 아니"라고 말했다.
심 의원이 이어 집요하게 따지자 이 총리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대통령이 반공법이나 국가보안법에 걸린 적이 있나"라고 반박했다. '좌파' 대목에서 한풀 꺾인 심 의원은 "그럼 내셔널리스트이냐"라고 물었지만 역시 '본전'을 찾지 못했다. 이 총리는 "여기 내셔널리스트가 아닌 분이 누가 있냐, 다 애국심 갖고 있지 않나"라고 가볍게 응수했다.
이날 대정부질의에서 결국 심재철 의원은 총리로부터 '원하는' 답을 얻어내지 못했다. 이에대해 심재철 의원은 질의를 마무리하며 "왜 말을 빼냐, 비겁하다"고 마지막 일침을 날렸지만, 역시 총리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인신공격은 삼가달라"는 말이었다.
심재철 의원의 질의가 끝난 뒤, 한나라당 의원들 좌석에서 "잘했어"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이에 열린우리당측에서도 "총리, 잘했어"라고 응수, 양당의 신경전은 좌중에서도 계속되었다.
[1신 : 9일 오후 1시 5분]
"총선승리·탄핵기각으로 자만했던 것이 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