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님!”
“낭자!”
너무도 반가운 나머지 저도 모르게 손을 마주잡은 둘은 한참 동안이나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뇌리로 과거지사가 흐르고 있었다.
다향루에서 처음 인사를 한 이후 다시 만났을 때 조연희는 발가벗겨진 채 침상에 눕혀져 있었다.
그때 그녀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민망해하면서 부끄러워했고, 이회옥은 발목에 묶인 끈을 풀어내느라 얼마나 진땀을 흘렸던가!
그 다음엔 정의수호대원들의 끈질긴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생사고락(生死苦樂)을 함께 하였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몇 날 며칠 동안이나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필사의 도주를 감행하였다.
그러다 밤이 되면 비를 피할 곳을 찾기 위해 헤맸고, 추위를 떨치기 위하여 서로를 끌어 안고도 덜덜 떨었다. 그리고 제세활빈단 연공관에 들면서 헤어진 이후 처음이다.
“낭자가 어찌 여기에…?”
“그러시는 공자께서는 어떻게 여길…?”
한참을 마주보던 둘이 입을 연 것은 거의 동시였다.
“흐흠! 낭자부터 말씀하시오.”
“어머! 아니에요. 공자님께서 먼저…”
“좋소, 어떻게 이곳에 오시었소? 여기가 어딘지는 아시오?”
“알고 있어요. 소녀, 아버님을 구하려… 그나저나 공자님께서는 어떻게 이곳에 오실 수 있었죠?”
“그야 어머니를 뵈려고 온 것이지요.”
“어머! 소녀는 그걸 물은 게 아니라 여긴 무림천자성 가운데에서도 중지인데 어떻게 여기까지 오실 수 있었느냐는 거예요. 그러다 누구의 눈에 뜨이기라도 하면 어쩌시려고…?”
“……!”
이회옥은 처음엔 무슨 뜻인지를 몰랐다. 하여 고개를 갸웃거리던 중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후후! 내가 아직도 정의수호대원들에게 추격 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겠군. 하긴, 무림천자성의 추격은 정말 끈질기지.’
이회옥이 말없이 미소만 짓자 조연희의 표정이 바뀌었다.
‘분명 모친을 만나겠다는 일념에 이곳까지 오신 것일 거야. 이제 나가셔야 할 텐데 무사히 빠져나가지 못하면 어쩌지? 잡히면 죽을 텐데… 난 아무런 도움도 될 수 없고… 큰일이네.’
불안하거나 마음에 근심이 있을 때에는 눈가에 수심이 어려 그늘이 진다고 한다. 그렇듯 조연희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이회옥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낭자! 이곳에 온 지 얼마나 되오?”
“그건 왜…?”
“그냥 묻는 것이오. 얼마나 되셨소?”
“전, 여기 온 지 이제 넉달밖에…”
“그래요? 그럼, 그동안에 마선봉신이라는 외호를 들어 보신 적이 있소이까?”
“마선봉신이요? 으음…!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뭐더라…? 아, 맞아요! 그거 여기 철마당 당주님의 외호지요? 그분은 말 다루는 데 천부적인 솜씨가 있으시며, 한 자루 봉을 쥐면 이 세상에 그 어느 누구도 당해 내지 못한다고 들었어요. 하여 소성주께서 친히 봉신이라는 외호를 내리셨다면서요?”
“후후! 들어 보셨구려. 그럼 그 사람의 성명 석 자를 아시오?”
“그건 잘… 사람들이 늘 외호로만 이야길 하니까…”
“후후! 그렇구려.”
“여긴 한번 들어오면 밖으로 나갈 수 없어요. 외부 사람들도 함부로 드나들지도 못 하구요. 해서 담장 밖의 일은 잘 몰라요. 헌데 그분의 이름은 왜 물으셨죠?”
“하하! 그냥 물어봤소이다.”
“그, 그래요? 그나저나 어머님을 뵙고 나면 어쩌실 건데요? 여기 있다가 발각되면…”
“걱정 마시오. 인근에 외부로 통하는 땅굴이 있소.”
“그래요? 어디에…?”
“후후! 비밀이오.”
“그, 그래요? 알았어요.”
이회옥의 대꾸에 무안해진 조연희는 낯을 붉혔다. 이 모습이 어찌나 고혹스러운지 확 깨물어 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하하! 농담이외다. 담장 너머 송림 속에는 석등이 여러 개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형상이 조금 특이하오.”
“뭐가 다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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