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키운 저어새, 자연으로 보냈어요

[리포] 저어새 방생 현장 동행 취재

등록 2004.07.09 19:03수정 2004.07.09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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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11시가 조금 지난 강화도 남단 갯벌.

"두리는 한 살입니다. 개인적 심정으로는 이쁜 딸아이를 잘 키웠다가 시집보내는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데리고 있었으면 하는 심정도 있어요."

한국 교원대학교의 김수일 교수는 ‘누리(저어새, 온누리 K-39)’를 보내는 심정을 딸을 시집보내는 것에 비유했다.

“불과 열흘 돌봤지만 너무 정이 들었습니다. 눈빛이 까맣고 초롱초롱하고 그리고 아무 두려움도 모르고 지낸 누리입니다.”

a 김수일교수가 두리를 방생하기 앞서 그간의 경과와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수일교수가 두리를 방생하기 앞서 그간의 경과와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전형준

10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하고 있는 환경운동연합에서 저어새 방사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황호섭 국장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과 9시 30분쯤에 만났다.

“저어새는 세계적으로 1200여 마리밖에 없는 멸종 위기종입니다.”

황호섭 국장은 강화도로 향하는 길에서 저어새와 우리나라의 특별한 관계에 대해서 말했다.


“아시아에 흩어져서 겨울을 보내고, 여름이면 우리나라 등지에 오지만, 오직 우리나라 서부 해안의 무인도에서만 번식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주걱모양의 검은색 부리, 눈 밑에 있는 얇은 황금색 반달 모양의 선, 전체적으로는 흰 색. 가슴엔 황금색 목걸이를 걸친 듯하고, 말괄량이 소녀의 머릿결 같은 장식깃을 뽐내고 있는 저어새의 모습.


환경운동연합에서 배포하는 안내문에 따르면 저어새는 “한국전쟁 이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해안가나 강 하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였다. 50여년이 흐르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저어새라는 이름은 부리를 휘저어가며 먹이를 찾는 모습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20cm 깊이의 하구 갈대밭이나 갯벌에서 먹이를 찾으며, 6~7월 사이에 한배에 4~6개의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 하구의 건강한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거의 유일한 산란지인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연구가 활발하지 못했던 탓에 저어새가 몇 살까지 사는 지조차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환경운동연합에서는 2002 년에 8마리의 저어새에 가락지를 부착했다. 한 마리 한 마리마다 다리에 K-31부터 K-38까지 일련번호를 매긴 가락지를 끼워주고, 먼 거리에서 번호 식별이 어려울 때를 고려해서 다른 쪽 다리에는 빨강, 파랑, 노랑 등 세 가지 색깔의 가락지를 조합을 달리하며 걸어주는 것이다.

“잠자는 곳도 있고, 밥 먹는 곳도 있어야하고, 쉬기도 해야 하잖아요. 또 새끼도 낳아야하고요.”

황호섭 국장은 운전을 하며 “야생동물들이 인간과 함께 공존하기 위해서는 번식지만 지정해서 보호하는 것은 안 되고, 서식하는 곳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강 하구나 논, 이런 곳이 사라지면 먹을 것이 사라져서 종족 보존이 안돼요. 저어새가 번식을 무인도에서 하니까 나머지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a 김포 가도의 철책

김포 가도의 철책 ⓒ 전형준

건너편으로 자유로가 평행하게 뻗어 있는 김포 가도에는 강 쪽으로 철책이 둘러쳐져 있었다. 국가 안보상 설치한 철책 덕분에 철새들에겐 그동안 보금자리가 되었던 곳이다. 하지만 여기도 김포와 고양을 연결하는 일산대교가 만들어지고 있어, 철새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강화도로 들어가는 두 개의 다리 중 나중에 생긴 초지대교를 지나갔다. 초지 대교의 아래는 강화 수로. 예전에는 물살이 세서 배들이 빠지기도 했다는 곳이다. 트럭을 타고 강화도 남단 갯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여러 신문사와 관련 인사들이 모여 있었다.

누리는 6월 18일 여수 부두에서 발견됐다. 다음날 순천에 옮겨 왔을 때, 김영대 원장(온누리동물병원)이 응급처치를 맡았다.

“처음에는 사람이 옆에서 접근을 했을 때, 도망가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몸무게는 850그램 정도 였고, 가슴에 살이 하나도 없었어요.”

a 김영대 원장이 두리에게 했던 응급처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영대 원장이 두리에게 했던 응급처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전형준

김영대 원장은 탈수에 대한 응급처치로 포도당, 아미노산, 비타민 등 기본적 영양공급을 했고, 분변을 통해서 기생충, 세균 검사를 했다. 특별한 외상이 없었기에 중독을 의심했지만, 원충과 세균에 대한 치료로 누리를 회복시킬 수 있었다.

“치료를 받고 나서, 벌써 눈빛이 달라졌어요. 처음에는 동공이 풀린 눈빛이었습니다.”

회복이 되면서 두리는 하루에 중간크기의 미꾸라지 100여 마리를 먹을 정도의 식욕을 보였다. 비록 여견이 여의치 않아 천연기념물이 0.4평 정도의 개막사에서 일주일간을 보냈지만, 이 응급조치를 통해서 두리는 목숨을 구한 것이다.

이후 두리는 한국교원대학교의 김수일 교수에게 옮겨졌다. 한 사람과 오랜 시간을 보낼 경우 사람에게 의존적이 되어 안 좋다는 것이 김수일 교수의 설명이었다.

“저런 새들은 금방 사람들에게 길들어버릴 수 있어요.”

김수일 교수는 말을 이었다.

“그러면, 배가 고프면 아무 집에나 들어가는 데, 그런 상태는 아주 안 좋습니다.

야생에서 빈사 상태로 구조된 새라면, 하루 빨리 치료해서 치유가 되는 대로 반자연 상태를 잠시 경험했다가 원래 서식지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한 가지 문제는 원래 서식지가 이미 오염되고, 원천적으로 처음에 빈사 상태에 머물게 한 그런 원인이 되었다면, 원래 서식지 말고 차선의 서식지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어새의 경우 거의 다 한강, 임진강 하구, 강화 남부 갯벌지역에서 번식하는 새들이기 때문에, 이 지역까지 와서 예전에 살던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행사가 됐습니다.

a 상자가 열리는 순간 두리의 모습

상자가 열리는 순간 두리의 모습 ⓒ 전형준

상자에 담겨 갯벌까지 온 두리는 상자를 열자 십여 미터를 걸어 나왔다.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살핀 후, 날개짓을 하며 조금 더 걷고 나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늘에서 둥글게 원을 그리고, 갯벌에 다시 내려 부리를 저어 먹이를 찾는 모습까지 보인 후, 시야에서 멀리 사라져갔다.

a 상자에서 나와 아직 걷기만 하고 있는 두리

상자에서 나와 아직 걷기만 하고 있는 두리 ⓒ 전형준

두리는 건강을 회복해서 다시 자유로이 하늘을 날게 되었지만, 우리나라 야생동물 구조에 있어 몇 가지 문제점을 확인시켜줬다.

김영대 원장은 “현재 우리나라 야생동물 구조에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치료에 소요되는 약값, 먹이, 치료비 같은 것은 지원되죠. 하지만 그게 너무 적은 양이고, 관리비 같은 건 부족하다고 봐요. 그 귀한 저어새가 개집 안에서 지낼 수도 있는 열악한 현실이죠. 돈을 어느 지역에 조금 더 주는 문제가 아니고, 수의사, 관리사 등 시스템을 만들어 줘야합니다. 인력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주어야죠.” 라고 지적했다.

a 하늘로 비상을 시작하는 두리

하늘로 비상을 시작하는 두리 ⓒ 전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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