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산책로를 따라 운동하는 시민들김범태
다이어트 바람이 한반도를 세차게 강타할 때에도,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다양한 요법과 약품들이 텔레비전 브라운관을 화려하게 장식할 때에도, 어디서부터 날아왔는지 모를 웰빙 열풍을 타고 너도나도 건강관리에 나서고 있는 요즘에도 초심을 잃지 않고 거실 한쪽 소파를 굳건히 지키고 있던 나였다.
평소 건강관리와는 마치 담이라도 쌓은 양 강제로 끌려가지 않는 운동이라면 자발적으로 참여해 본 일이라고는 거의 없는 나. 하긴, 생각해보니 어려서부터 움직이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한동안 인근 스포츠센터에서 수영 강좌에 시선을 돌려봤지만 이마저도 그저 아침에 보다 일찍 일어나 보자는 생각이 더 많았던 듯싶다.
근래 들어 서른둘이라는 아직은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도 뒷목이 자주 뻣뻣해지고, 쉽게 지치고, 매사에 의욕이 일지 않아 슬럼프에 빠진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이 나이에 그 원인을 알아보겠다며 종합건강검진을 받는다는 것도 극성스러워 보였다.
주변에서는 이런 나의 증상이 몸을 너무 움직여 주지 않아 발생한 퇴행성 증상의 시초라는 다소 자극적 진단을 내려주었다. 물론 처방전은 규칙적 운동이었다. 이에 실로 다부진 결심과 함께 적당한 운동거리를 찾아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썩 내키는 종목이나 마땅히 끌리는 것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찮게 걷기운동부터 시작하라는 누군가의 조언을 듣게 되었다.
마침 마을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인근 공원의 운동장이 떠올랐다. 집에서 5분이면 닿을 거리인데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운동하던 사람들을 익히 보아왔던 터. 하지만 내 발로 운동하겠다고 찾아온 것은 이사 온 후 이날이 처음이었다. 장장 2년 만이다.
첫날 운동화끈을 질끈 매고 집을 나서는 순간, 혼자보다는 둘이 낫고, 둘보다는 셋이 좋을 것 같아 집사람과 가족처럼 함께 사는 강아지 ‘아롱이(마르티스, 생후 5개월)’를 안고 나섰다.
속보로 걸어야 하는 걷기운동은 경쾌하거나 그리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지루하지도, 만만하지도 않았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제법 땀도 나고, 숨도 차올랐다.
한 시간이나 흘렀을까. 집을 나설 때부터 왼쪽 팔에 계속 안고 있던 아롱이가 무겁게 느껴졌다. 2Kg에 육박하는 녀석의 중량감은 피로가 되어 어깨와 허리까지 몰려왔다. 순간 ‘그래, 너도 이 운동장을 한번 마음껏 뛰어놀고 싶겠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