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계단에 핀 능소화김갑수
9일 오후 3시에 차 국장과 함께 천안을 출발해서 외암민속마을, 송악저수지를 지나 약 30분 후에 도착한 충남 아산시 송악면 송학리 28번지 송남초등학교 거산분교.
학교 울타리 밖에는 300년 이상 되었을법한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장마 속 무더위를 가려주고 있었고, 운동장에서는 여느 학교와 마찬가지로 수업이 끝난 아이들이 운동장에 모여 한창 축구를 하고 있었다.
운동장 한 편에 그네를 타고 있는 6학년 혜원이를 만날 수 있었다.
"여기서 뭐하니?"
"집에 가려고 통학버스 기다리고 있어요."
혜원이는 버스로 5분 거리인 이웃 마을에 살고 있고, 거산분교에서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학교의 모든 변화를 지켜본 '산 증인'이었다.
"처음 입학했을 때 전교생이 몇 명밖에 없었는데, 3학년 끝날 때부터 아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처음엔 전학 온 도시 아이들(혜원이에겐 천안·아산도 '대도시'란다)과 서먹서먹했지만 지금은 많이 친해졌어요. 학생들이 많아져서 운동할 때도 여럿이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이전과 달라진 점에 대해서는 "자연체험학습이 많아졌어요. 꿀벌에 대해서도 배우고, 여름과 겨울에는 체험학습이 있어서 재미있어요"라고 말했다.
'산 증인'답게 여러가지 경험들을 얘기해 주었다.
"청진기를 귀에 대고 나무들의 맥박소리를 들어본 적도 있고, 토요일 아침마다 뒷산에 올라 한 개의 식물을 관찰해서 시를 쓰기도 해요. 6학년 18명 중에서 3명이 이웃 마을에서 사는 친구들이고 나머지 15명이 천안과 아산에서 온 친구들이에요. 아이들이 오기 전에는 시설이 많이 부족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혜원이 한 명을 통해 이 학교의 모든 사실을 알아버린 듯 했다.)
"잠깐만 사진 한 장만 찍을게."
"싫어요. 정말 안돼요."
혜원이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고개를 숙였고, 끝내 거산분교의 '산 증인'을 촬영하는데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