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교육 차별 불만 '폭발'

예산·교사·교육기관 태부족...정신지체아, 경기도에서 서울로 통학하기도

등록 2004.07.10 13:07수정 2004.07.10 16:08
0
원고료로 응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인권위 점거농성

장애인교육차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장애인교육권연대가 지난 5일 "장애인의 52.3%가 초졸 이하의 교육밖에 받지 못하는 국가적인 차별상황에서 국가인권위는 무엇을 했느냐"며 국가인권위원회를 점거, 단식농성에 들어간 데 이어 전국특수교육교사협의회 특수교사와 학부모 등이 이 농성에 합류했다.

지난 5일 인권위에 치료교사 배치 확대를 요구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낸 장애인교육권연대는 앞으로 장애를 이유로 전학을 강요당한 사례, 고등부 특수학급 부족 등 앞으로 5차례 진정서를 추가할 예정이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장애인교육차별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부족한 예산

a 지난 5일 국가인권위에서 "장애인교육차별 철폐"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장애인교육권연대 도경만 집행위원장(오른쪽)과 윤종술 공동대표(왼쪽).

지난 5일 국가인권위에서 "장애인교육차별 철폐"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장애인교육권연대 도경만 집행위원장(오른쪽)과 윤종술 공동대표(왼쪽). ⓒ 이지현

김광옥(42ㆍ경기 김포시)씨는 학령기가 된 정신지체 자녀를 학교에 보낼 준비를 하던 중 김포시에는 특수학교가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김씨는 김포시에 "특수학교를 만들어 줘야하는 것 아니냐"며 따졌지만 시는 "김포는 인구가 적어 특수학교를 만들 수가 없다"며 "향후 신도시가 생기고 인구가 늘어나면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그는 "시가 장애인교육에 대해 예산을 쓸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며 "결국 우리 아이는 매일 서울을 오가며 언어치료,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예산은 장애인교육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김형수 연구원은 "장애인교육 예산 확보에 있어 중요한 것은 정부의 예산 우선순위를 바꾸고 절대예산을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우리나라 장애인교육에 증액된 예산은 100억원. 서울시청 잔디광장을 관리하는 데 쓰이는 1년 예산과 같다. 김 연구원은 "예산을 놓고 보면 장애인교육이 시청 앞 잔디광장과 우선순위가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장애인교육권연대 등 장애인단체가 기획예산처를 상대로 예산확보를 위해 싸우는데 교육인적자원부의 지원이 전혀 없다"며 "장애인교육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도 관심을 가지고 예산확보에 동참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아쉬워했다.


적은 교사 수

청각장애 자녀를 둔 박모(39)씨는 아이를 특수학급에 보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를 옮겨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에 빠졌다. 한 학급 내 10명의 학생을 1명의 교사가 가르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박씨는 "직접 아이를 키워봐서 알지만 한 명의 교사가 10명의 학생들을 감당한다는 게 쉽지 않다"며 "교사 수를 대폭 늘려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치료교사다. 한 해 배출되는 특수교사 2천7백여명 중 치료교사는 160여 명. 그나마 특수학급이나 특수학교에서 이들을 고용하지 않아 치료교사가 부족한 실정이다.

장애인교육권연대 도경만 위원장은 "정부가 치료교사의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해 치료교사를 따로 두지 않고 있다"며 "당장 언어, 심리, 물리 치료 등 각 영역별로 치료교사를 두지는 못하더라도 특수교사 이외에 치료교사가 따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규정상 치료교사를 두고 있는 특수학교 이외 특수학급의 경우에는 따로 치료교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특수학급에 다니는 장애학생은 방과 후 사교육비를 들여 이곳저곳을 찾아 헤매야 한다.

초등학생 발달장애 자녀를 둔 이모(46·경남 김해)씨는 한 달 사교육비로 언어치료 35만원, 감각통합 35만원, 수영과 방과 후 교실 40만원으로 100만원 넘는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이씨는 "특수학교 내 각 분야별로 치료교사가 생겨 사교육비를 줄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허술한 법 체계

특수교육진흥법에는 '특수교육이라 함은 특수교육대상자의 특성에 적합한 교육과정, 교육방법 및 교육매체 등을 통해 교과교육, 치료교육 및 직업교육 등을 실시하는 것을 말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치료교육이라 함은 장애로 인하여 발생한 결함을 보충함과 동시에 생활기능을 회복시켜 주는 심리치료, 물리치료, 작업치료, 보행훈련, 청능훈련 및 생활적응훈련 등의 교육활동을 말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법과는 동떨어져 있다. 특수교육에서 치료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고, 있다 해도 물리치료에 한정돼 있는 경우여서 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다양한 치료교육은 전무하다.

장애인교육권연대측은 "우리는 무리한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법에 제시돼 있는 것은 지켜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가지는 교육받을 권리가 장애학생에게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 적용에 있어서도 맹점이 있다. 장애학생이면 누구나 적용받는 법인데도 특수교육진흥법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특수교육대상자로 신청해 선정돼야 한다. 장애인등록증을 가지고 있어도 특수교육대상자로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여기서 학부모가 이를 모르거나 절차가 복잡해 신청을 하다 만 경우도 있어 법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그나마 줄어든다.

전무한 관련기관

장애인교육권연대 윤종술 공동대표는 "관련 정부기관을 찾아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담당 기관도 부서도 없다"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정부는 담당부서가 아니라는 이유로 답을 회피하고 책임을 전가시키기에 급급하다"며 "교육인적자원부와 시도교육청에 장애인교육을 전담하는 장애인교육지원과 등을 설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더불어 "지역 내 장애인들도 수시로 도움을 청하고 상담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며 "시ㆍ군ㆍ구 단위의 장애인교육지원센터를 즉각 설치할 것과 전담인력을 배치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장애인교육을 위한 교육기관 부족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정신지체장애 자녀를 둔 이모(37)씨는 주변에 마땅한 교육기관이 없어 경기도에서 서울까지 통학을 시키고 있다. 하루 등하교 시간만 해도 만만치 않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

이씨는 "집 앞에 있는 학교를 보내보는 게 소원"이라며 "장애학생을 위한 교육기관을 늘려야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4. 4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5. 5 "윤 정권 퇴진" 강우일 황석영 등 1500명 시국선언... 언론재단, 돌연 대관 취소 "윤 정권 퇴진" 강우일 황석영 등 1500명 시국선언... 언론재단, 돌연 대관 취소
연도별 콘텐츠 보기